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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in the kitchen Oct 02. 2023

관두겠습니다.

바로 질러!

나는 의지박약인가? 아님, 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벼르고 벼르던 퇴사를 날짜를 못 채우고 관두고 말았다.


위에서 내지르는 따가운 소리는 둘째 치더라도, 나는 진짜 내 일이 싫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직원의 일까지 해야 하는 자리라면 난 사양하겠다.

몇십 몇백 개나 되는 더러운 접시들을 치워야 하는 자리라면, 관두겠다. 레스토랑. 바 (아침엔 카페) 컨퍼런스를 다 관리해야 하는 이 자리는 하...

정말 매일마다 한계가 올라오는데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회사의 구조가 마음에 안 들면 그곳을 바꾸기보단 그곳을 나오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를 위한 변명일까..?) 내 일이 내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하루하루가 괴롭고 지겨웠다.


일을 관둘 수 있었던 건, 전 직장 상사의 배려로 캐주얼 계약을 체결하여, 내 이력서에 문제가 없게 했고, 그가 자진해서 내 꿈을 지지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내 상사로 부임해 왔을 때 그를 도와준 건 나였다. 지금은 더 높은 자리로 승진했지만 그때의 고마움을 미약하게나마 기억해 준 그가 고마웠다.


안도하며 내 삶을 행복하기로 결심했다. 돈은 못 벌었지만, 돈을 버는 것만큼 행복했다.


갑자기 내 눈에 씌어진 어두운 흑백 필름이 한껍풀 벗겨진 느낌으로 세상이 갑자기 따뜻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가 갑자기 상큼해졌다. 가끔 눈에 띄던, 두 아기고양이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들이 길고양이라는 걸 알고 나서, 그들을 돌보는 게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잘 길들여 지진 않았지만, 우리 집 소파에 들어와 곤한 잠에 드는 걸 보는 게 즐거웠고, 나에게 밥 달라고 야옹야옹 대는 것도 귀여웠다. 그럴 땐, 나도 그들의 톤에 맞춰 야옹야옹거렸다. 나도 그들의 일부이고 싶었기에.


조이 & 요이 (그들이 모르는 그들의 이름)

내가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면, 그들은 집 거실에서 소파를 사이에 두고 장난치며 뛰어다녔고, 밥냄새가 나는 그 저녁 풍경을 고양이들도 좋아했다. 시끄러운 정원 뒤의 기차역도 그때 만큼은 우리의 좋은 그림이 되어 주었다. 내가 밥을 먹을 때면 또 다가와 야옹야옹했지만, 사람음식을 줄 수는 없어 사랑스러운 눈 맞춤만 해줄 뿐이었다. 그들에게 조이와 요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비록 백번 불러도 알아듣진 못하지만.

조이와 요이는 비슷한 나이 같았고, 생김새도 간혹 너무 닮아있다 느꼈으며 서로를 아주 의지하고 있었다. 조이는 좀 용감하고 도전을 좋아하는 소년 같았고, 요이는 너무 예쁜 수줍은 여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오빠 조이는 가끔 동생을 안 봐주고 헤드락을 걸어와 요이를 못살게 했다. 그래도 서로를 의지해가며 사는 모습에 안도감이 느껴졌다.

 

밖은 점점 햇볕이 좋았고, 꽃봉오리가 보였으며 이내, 진달래와 민들레가 여기저기서 보이며 봄의 신호를 반갑게 보여주었다. 나는 가끔 모든 걸 내려놓고 층계에 걸터앉아 고양이들과 함께 햇볕을 쐬곤 했다. 꿈만 같았다. 그리고 삶이 뭔지 회의가 들었다. 답도 없는 생각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고양이들과 일광욕하는 시간은 행복했다.


내 재산을 가늠해 보고, 나는 하루에 얼마를 써야 죽을 때 다 쓰고 죽을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

나, 일을 더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아직 은행에 쌓인 이 있으니. 그리고 재테크의 결과는 아직 알 수가 없었다.


난 이제 이곳을 떠나기 위해 짐을 싸고, 공채시험을 위해 가난한 취업생 모드로 돌아가 도서관에 들어앉아 취업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인터뷰. 내 높은 이직률을 원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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