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낡은 차를 타고 다니는 청년들을 동경했던 때가 있었다. 그곳엔난닝구 차림의 탑을 입은 쿨내 진동하는 청년들이 있었다. 그들의 멋짐은 겉모습에 그치지 않고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그들에겐 내일이란 없는 것처럼.
나에게 낡은 차는 곧 젊음을 의미했다.
낡았음에도 부끄러워 하거나 창피해하지 않는
그구루마 같은 것도 없어 기꺼이 몸을 맞기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그 낡은 차에 끼어 앉은 것조차도 젊음이었다. 낡은 차는 돈 없는 그들을 의미했고 거기엔 부끄럼대신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영화 <<굿 윌 헌팅>>
내가 그런 모습을 좋아했다고, 그렇다고 내 차까지꼬를 필요는 없지만, 20년 된 내 붕붕이는 나름 부끄럽지 않은 광택으로 내 곁에 있어주었다.
허나, 새벽 3시에 이웃에 피해 주지 않으려고 헤드라이트를 안 켜고 출발하다 나무에 걸렸는데일을 마치고 온 나에게 생전 말안거는 이웃 아저씨가 괜찮냐는 말과 함께 건네준 내 싸이드 미러의 존재를 보곤 한없이 황당해 하던게 생각난다.
나는 한 번도 옆을 보고 달리지 않았단 말인가..?
그 재서야 깨달은 나의 드라이브 스킬. 헉소리 내는 나의소란을 듣고 달려나와 본드로 붙여준 우리 집 아이.
그래도 그동안 어렵게 뜬눈으로 아무도 없는 모토웨이를 달리는 느낌과 어둠과 빨간불 밖에 보이지 않던 겨울 새벽들을, 그리고 고된 시간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창문으로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매일 라디오에서 같은 시간 흘러나오던, 내 지친 영혼을 흠뻑 위로하던 그 노래를 잊을수 없다.
그 새벽길 내 발이 되어준 붕붕이는 여전히 나의 애마가 되어 지친 나에 발이 되어주고 있다. 오늘은 그 본드가 수명을 다해 떨어져 버렸다. 사이드 미러 없이 창문을 활짝 열고 음악을 켜고 수영장에 다녀왔다. 사람들이 내 주변에 차를 대지 않으려는 것 빼곤 기분 좋은 하루였다.
많은 사람들이 내 오래된 차를 달리곤 항상 좋은 감상평을 남겼다.
"이 차 절대 팔지 마. 좋은 차야. 팔려면 나한테 팔아!" "네 차 운전 정말 즐거웠다. 되게 스무스하네~" "이 작은 차가 110km에서도 잘 나가네?!" (야 근데 너 너무 빨리 달린거 아냐?)
사실 소형차는 속도를 내는 모토웨이에서 닭이 간만에 펼쳐 보이는 날개짓처럼 가볍게 날아다니곤 한단다. 꼬꼬댁 꼭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