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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in the kitchen Aug 07. 2023

파파토이의 아이들

그런데, 늙은 아이들

더 이상 구실을 할 것 같지 않는 오래된 타운홀 건축물이 외면당한 듯 한쪽에 자리 잡고, 여기가 뉴질랜드인지, 아프리카인지, 동네 섬나라인지, 인도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많은 가난한 이민자들이 살아가는 동네.


낡디 낡은 테이크 웨이 상점들이 즐비해 정말 나라에서 부여한 위생 점수가 사실인지 의심이 되는 동네. 집에 세탁기가 없는 걸까? 왜 이리 많은 공용 무인 세탁소가 많은지 궁금증을 내는 동네. 주민들을 위해 도서관이나 정부가 운영하는 레크리에이션이나 헬스장이 잘 갖춰져 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한 동네.  


그런 동네에, 주인집 아들 K군.

그는 파파토이에 산다. 나는 그 주인집 아들이 관리하는 캠브릿지에 사글세로 들어갔다. 원래 친구랑 아주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다가 친구가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방콕만 하느라 외로워져 사람 좀 사귈 요량으로 다른 집을 찾았다.


그렇게 만난K는 처음엔 좀 이상한 아이였으나, 막상 보니 생각보단 괜찮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대화 속에서 그가 정상은 아닌 거 같은 마음에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내가 그에게 주로 하던 말은 지금이 니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이니, 연애든 일이든 여행이든, 열심을 내 보란 얘기였다. 더 나이 들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


그때마다 K는 잘 듣는 듯하다 한쪽 귀로 흘려버리기 일쑤였다. 그리곤 자기 합리화를 하곤 했다. '나는 바보야, 나는 잘 못해.' 라며 옅은 웃음을 짓곤 했다. 187센티미터의 큰 키의 남자가 하는 말이라곤 믿기 힘들었다. 많은 순간 그는 상처 입은 어린 소년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듯해 보였다. 그는 그의 10대 시절을 아파했다. 하지만 이젠 거기서 나와야 했다. 그는 더 이상 소년의 모습이 아니었으므로.


그는 1년째 놀고먹는 남자였다. 가끔 청소랑 빨래를 하는 그를 보고 "전업주부 되고 싶어?"라고 놀리곤 했는데, 다수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남들이 하는 라이브 스트림으로 세계여행을 하곤 했다. 이미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국도 수차례 다녀온 그는 한국 문화에 대해 여러 가지 늘어놓기도 했다. 나는 내가 끓여내는 미역국이나 불고기, 김밥같은 한국음식을 그와 나눠먹곤 했는데, 내 미역국을 두그릇이나 먹는 그를 보자니 웃음이 났다. 그는 사실 내 음식보단 나와 함께 먹으며 이야기 하는 시간을 즐기는듯 했다. 누군가가 내는 저녁냄새, 누군가와 마주한 저녁식탁..


(사실 음식만 탐내고 있었을 지도, 그리곤 내 말은 뒷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것일지도)


사실 그는 일본어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다가 낙오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 대한 일종에 부러움도 있었다. 그에게 단기간 일해서 모은 돈으로 아시아를 그중에서도 네가 원했던 일본에 다녀와 보라고 권한적도 있어서, 그는 일을 잡는 듯하더니, 이틀 만에 때려치우고 거실에 위치한 컴퓨터 의자로 왕의 귀환처럼 돌아왔다. 묻고 싶었다. '돌아오니 좋냐?'

K군의 소싯적 사진


이젠 네가 좀 더 당당하게 너를 드러냈으면 좋겠다.

아프지 말고, 과거에 얽매이지도 말고.

앞만 보고 좀 더 건실하고 당당하게 살아나가길, 진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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