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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in New Zealand Aug 30. 2022

서른 아홉, 스물 다섯

국경을 뛰어넘은 우정(?) 뭐지?! 뭐였냐 우리.

마지드..

너의 폰 크레딧이 다한걸까..? 전화번호를 또 한번 바꾼걸까..? 아니면, 술에 취해 히히덕 거리던 중이였나? 그것도 아니면 홈메이드 밥을 먹고싶다던 네 외침을 무시한 것에 대한 복수일까? 아니면, 장난삼아 한 내 "마지막 만남"이 네게 상처가 되어 화살로 되돌아 온걸까..?


보.고.싶.네... 어제부터.

에티오피아에서 온 너라고 했다. 하지만 덴마크에서 나고 자란 교포(?) 라고 해두자. 진실을 가장해 너의 약함이 될만한 일들을 들먹일 이유는 없으니까.


네 스니커즈가, 네 빼빼마름이 널 댄디하게 만들었다. 널 제대로 만났던 날을 잊지 못해. 저 뽀글거리는 머리를 가진 너란걸 처음엔 몰랐거든. 그 머리를 풀어헤치고 풀풀 날리는 걸음으로 그 귀여운 스니커즈를 신고 나에게 흰 이를 드러내며 다가왔지. 그 풍겨오던 강한 에너지를, 멋스러움을 보고 반가웠어.


너를 알게된건, 우연히였지.


처음 알티튜드 아파트에서 살때, 그 아파트 아래층에 피자헛이 있었어. 운동 후에 그날따라 참 허기가 지더라. 피자박스 들고 다니기 싫어서 가장 작은것을 시켜 콜라랑 먹으며 정크푸드를 먹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옛날 처음 학교다니던 해, 그 피자헛에서 피자를 먹었던 생각을 하고 있었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회계과목을 듣고 머리 아팠던 그날, 피자한판을 시켜놓고 다 먹었던 내 인생 신기록을 세웠던날, 거기에 반응해줬던 Altaf 선생님도 생각하고 천천히 옛기억을 더듬던 그때...


그때 내 피자를 보며 내 옆에 있던 페루남자는 친구랑 뭐라고 뭐라고 했지. 자기가 주문한게 내가 시킨거랑 같은거라며.. 그리곤 전화를 받아 스페인어로 떠들다가, 너랑 이야기 했어. 너를 처다 보진 않았지만, 너의 영어는 꽤 좋았다. 여기서 오래 산 페루사람 일거라 생각하고 있었어. 그렇게 다 먹고 박스를 치우고 콜라를 버리고 피자헛을 나오는데, 뒤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  이름이 뭐냔다...


"뭐?..... 내 이름을 왜 알려고 하니..?"

당황한듯 하더니 "가끔 만나서 술이나 한잔 할까..? 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뭐야? 나 헌팅당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대화를 좀 나누다, 내 번호를 줬었지.

네가 지내던 호스텔이 아닌 니가 가끔 놀러가는 호스텔로 가서 점심으로 살몬 스테이크를 해먹고, 너랑 스쿠터도 나눠타고 에덴공원에 산책도 갔었지. (에덴 동산이라니, 우리가 아담과 이브도 아니고) 우연히 공연하는것도 볼 수 있었고 말이야. 너랑 스카이타워에 올라가 멋진 야경을 보며 음료수도 마시고, 너를 내가 다니는 헬스장에 몇번 초대해서 같이가고 그랬지. 함께 운동하는 기분은 참 좋았어. 나에게서 좀더 가까이 다가와 운동하는 니가 귀여웠어. 그러는 중에 열심히 나에게서 답을 찾고 있던 너의 눈빛을 봤어. 나에게 묻는대신, '몇살일까..?' 라는 눈빛으로 나를 보곤 했지.


갑자기 너는 연락이 없다.

언제든 떠날 너라는거 알았지만, 이런 방법은 좀 상처가 된다.

곰곰히 생각했을때, 나는 오히려 니가 필요했던거 같다. 가끔 함께 해줄 친구.

아플때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우정을 지킬 수 있는 기회라는걸 알지 못했어.

가끔은 나도 너처럼 여행자이고 싶다. 그래야 삶을 가볍게 볼 수 있을거 같아서, 쉽게 모든걸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말이야.


잘가 귀여운 친구야.

근데 사실 나도 네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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