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증후군 : Impostor syndrome
한 지인이 있다.
그는 내가 아는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영화 "Green book" 를 보면서 그 분의 영화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이유는 그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남자가 내가 아는 그분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칸 미국인인 피아니스트 돈셜리는 걸음마를 떼면서 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그는 최초의 흑인으로써 유명 음악학교에 입학해 클래식을 전공한 엘리트다. 그는 반대로 나이트클럽 종업원으로 일한 불량한 말투와 태도를 가진 이탈리아계 백인 토니를 미국남부로 가게될 그의 순회공연에 함께할 운전사로 고용해 1960년대 겪게되는 인종차별을 다뤘다. 영화를 보면서 그가 가진 매너나, 사람을 대하는 법, 프로적인 모습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였다. 그 시대에도 분명 돈 셜리 박사처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시대에 맞선 사람들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대가 갖는 자신에 대한 선입견과 처우에 얼마나 불안하고 좌절했을지 느껴진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그린북에서, 돈셜리 박사를 보면서 시대적 배경에 많은 차별과 냉대를 받으면서도 엄청난 노력과 성취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아는 해롤드 박사님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실제 그가 어떤 차별과 냉대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쩜 오히려 아프리카 미국인들이 상위1%에 들어가게끔 많은 지원과 격려를 받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배려심 많고 따뜻한 사람인 그가, 나는 많이 어려웠다. 그 이유를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곰곰히 생각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그를 정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의 아이덴티티를 찾는데까지 나는 많은 혼란속에 있었다. 그와 십년을 같이 일한 A는 말했다.
1955년생인 해롤드는, 1970년초에 펜실베니아에 있는 작은 인문대에 들어갔다. 그 대학에는 총 학생중 고작 5명의 흑인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그곳에 딱 한명 있던 흑인 지도상담사는 그 5명의 학생들이 꼭 세상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들에게 정말 열심히 공부하기를 항상 간곡히 부탁했다. 글을 몰랐던 그의 아버지도 영특한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용기를 많이 북돋아 주었다고 했다.
해롤드는 실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고, 학교에서는 그가 하버드에 가도록 용기를 북돋았다. 가난한 워싱턴 DC 에서 나고 자란 그는, 아이비리그의 배경을 가진 그들과 절대 경쟁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불가능 할것만 같았던 일이 일어난건, 그가 하버드대를 들어가서 우등으로 석사 졸업을 하면서 였다. 그리곤 피츠버그에서 교육학으로 다시 석사를 받고 인디아나에서 심리학자로써의 박사과정을 마친후, 미군에서 강의도 하고 산업심리학 클리닉에서도 일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똑같이 박사까지 밟은 총명한 흑인 여성과 결혼하여 아름다운 두 딸을 낳았고, 이혼했다.
'잉? 이혼했다?'
그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던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A에게 왜 이혼했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당황한듯 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가 게이였거든"
"머?!!!!!!!!!!!!!!!!!!!!!!!!!!"
난 무력히 이혼당한 그 흑인여성을 대신해서 무척 화가났었다.
그런 그가 나에겐 옆집 아저씨도 아니고, 귀여운 게이도 아니며, 누군가의 아버지로 대할 수도 없었고, 누구의 상사라고 생각되지도 않았으며, 참 정의하기 어려운 사람이였다. 그래서 나는 그가 어려웠다. 그 뒤로 헤롤드 박사님은 미군을 나와 cooperate회사에서 일을 하시다, 산업심리를 기반으로 컨설팅 회사를 하면서 몇권의 책을 내셨다.
그 중에서도 자기 자신의 발자국을 보인 책인 "The Imposter sysndrome" 이란 책은 자신이 하버드를 가서 보인 가면(假面), 그가 게이에 대한 차별적인 군대를 가서 쓴 가면. 게이가 좋은 눈으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시대를 속이고, 한 여성의 삶을 속이고, 자신을 속였던 결혼. 아이들의 아빠로서 역할을 한 사기꾼 증후군.
이렇게 사람들이 흔히 쓸 수 있는 사기꾼 마스크를 설명하는 글을 썼었다.
물론 심리학적인 시점에서 우리가 쉽게 마주하는 가면을 쓰는 모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도 제시한 책이였다. 마침 한글버전도 나와서 읽어보긴 했다. (광고는 아니고, 내 지인의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어제 이사한 박사님 집에서 그의 젊은 시절 사진들과 그의 대학증명서들을 보면서 그의 시대적 노력에 대한 감동과 이 영화의 주인공이 생각났었다. 영화를 볼때도, 보고 나서도 나는 돈 셜리 박사와 같은 삶을 살아낸 해롤드 박사님은 복잡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