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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in the kitchen Jul 05. 2019

지난 시간을 조심 하세요

의도치 않게 미치도록 그리울 수 있거든요..

"Saturn"

저 음악이 내 깊고 아픈 시간을 말한다.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대략.. 미션베이에서의 삶과 닮아 있다.

아팠던 시간.. 힘들었던 시간.. 하지만 아름다웠던 시간 말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경험들로 낯설지만 따뜻함과 솔직함이 있었던 짧은 찰나들로 가득찬 그곳.

부촌의 동네에서 유일 하게 초라했던 그 하얀 통유리 유닛에서의 삶을 말하는거 같다.


Justino와 Tereza...


슬리퍼를 질질 끌고 누구에게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 없는 편한 모습으로 그 먼 슈퍼를 가던

어느 여름날에 발견한 마시멜로우 같은 꽃들을 봤던 아름다움.. 그리고 동시에 느낀 지독한 외로움.


미치도록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자전거로 내리막을 슝- 하고 내려 검은 바다를 옆에 끼고

찬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가며 카페에 들어가 불을 켜고.. 사장님이 오시는 차소리를 듣고 달려나가

한짐 되는 식재료들을 들고 들어오고, 욕을 한바가지 하면서 바쁜 점심 요리를 하고 나오면

시퍼런 눈부신 바다가 '아! 이게 아닌데' 라는 후회를 낳는 장관이 펼쳐지던 곳.


온몸 바쳐 일하던 똑순이가 있어서 어린 그녈 믿고 일할 수 있었던 그곳.

사람향기나던 알바순이가 있어서 어린 그녈 믿고 일 할 수 있었던 그곳.

 

일하고 오면 모든 진이 빠지던 그때. 그러나 일 끝나고 쏟아지는 햇살을 얼굴로 받아내며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반대방향으로 달려오던 그 시간이 왜 그리운 걸까...?  참 아프기도 많이 아팠던 그 시간들... 더없이 뽀개질것만 같은 극한의 두통을 경험하고, 두번은 내가 죽음의 공포가 일만큼 아팠던 시간들이 묻어 있는 그곳..


아저씨가 그런 나에게 치킨수프를 끓여 주셨고, 그걸 먹고 기력을 회복했었다..

나에게 파송송들어간 맑은 치킨수프 같은 Justino 아저씨..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꼭 예쁜 집에 핀 보랏빗 꽃나무에게 항상 인사했었지.. 그 집도 나무도 예뻤던 코너에 자리잡은 집을 보러 일부러 그길로 가곤 했었는데 


자전거를 친구삼아 옆에 끼고 긴긴 언덕을 올라오다 잠시 잔디밭에 자전거를 눞혀두고

흐른 땀을 식히던 그 순간이 나에겐 작은 희망같은 시간들이었음을 이제 알았다.


예쁜 Teraza와 친구가 되었던 그곳..

내 친구였던 그녀 (불펌금지:나도 불펌했음)

낡고, 지저분한 Justino아저씨 거실에서 우리는 짧았지만 크게 웃었지.

다 푼수에 천방지축인 네 덕분에..


근데 Justino 아저씨 비아그라는 어떻게 찾았어?

찾으라고 해도 못 찾을껄 찾아서 우리 막 웃었지..

아저씨 70이 가까운 나이라 이해해 드리자..


막 무섭게 운동하던 너 따라 나도 운동이란걸 해보고, 우리 밤바람 맞으며 미션베이를 같이 걸었던 그때 생각나. 미친듯이 무서워하던 새벽녘을, 밤거리를 너때문에 안무서워 하게 되었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다 귀신으로 보였는데, 하나도 안무섭다는 네 말에 이상하게 두려움이 사라졌어.


내 낡은 자전거를 고쳐주러 왔던 Harvey.. 그때 너를 잠시 사랑했다. 한5분 동안.

넌 모르지. 내 자전거를 거꾸로 세워두고 바퀴를 굴리는 너를 보며, 너는 외모로 판단하기엔

더 좋은사람같다 느꼈다.. 너랑 자전거 타고 걸으며 주변의 집들을 보며 나눴던 말들이 이상하게 오늘밤엔 귀에 윙윙데.. 그곳도 그 낡은 하얀 통유리 집에서 일이였지..


멋이라곤 전혀 없는 내 젊은 날들.. 오히려 미숙함과 궁상으로 가득찬 내 초라한 모습들..

그 안에 깊숙이 오랜친구 처럼 자리잡은 깊은 고독감.. 그 안에 있던 음악들...

그립다. 그립지 않은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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