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hours] 의도치 않게 미치도록 그리울 수 있거든요.
"Saturn"
저 음악은 내 깊고 아픈 시간을 말한다.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미션베이에서의 삶과 닮아 있다. 아팠던 시간, 힘들었던 시간, 그러나 아름다웠던 시간. 낯선 곳에서의 낯선 경험들이 주는 따뜻함과 솔직함이 가득했던 그 짧은 순간들. 부촌의 동네에서 유일하게 초라했던 그 하얀 통유리 유닛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Justino와 Tereza"
슬리퍼를 질질 끌고 누구에게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없는 편안한 모습으로 먼 슈퍼를 가던 어느 여름날, 마시멜로우 같은 꽃들을 발견한 그 아름다움과 동시에 느낀 지독한 외로움.
미치도록 깜깜한 새벽,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을 슝- 내려, 검은 바다를 옆에 끼고 찬바람을 맞으며 카페에 들어갔다. 불을 켜고 사장님이 오시는 차소리를 듣고 달려 나가 한 짐 되는 식재료들을 들고 들어와, 죽을똥 말똥한 느낌으로 바쁜 점심 요리를 하고 나오면, 시퍼런 눈부신 바다가 펼쳐지는 장관이 나를 '아! 이게 아닌데'라는 후회로 몰아넣었다. 조금 다른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는 다짐이 일곤 했다.
일하고 오면 모든 진이 빠졌던 그때. 그러나 일 끝나고 쏟아지는 햇살을 얼굴로 받아내며 푸른 바다를 옆에 두고 반대 방향으로 달려오던 그 시간이 왜 그리운 걸까? 참 아프기도 많이 아팠던 그 시간들... 더없이 뽀개질 것만 같은 극한의 두통과 두 번 죽음의 공포가 느껴질 만큼 아팠던 기억들이 묻어 있는 그곳. 아저씨가 그런 나에게 치킨 수프를 끓여 주셨고, 그걸 먹고 기력을 회복했었다. 나에게 파송송 들어간 맑은 치킨 수프 같은 Justino 아저씨.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항상 예쁜 집의 보랏빗 꽃나무에게 인사했지. 그 집도 나무도 예뻤던 코너를 보러 일부러 그 길로 갔었다. 자전거를 친구 삼아 옆에 두고 긴 긴 언덕을 올라가다 잠시 잔디밭에 자전거를 눕히고 흐른 땀을 식히던 그 순간이 이제는 나에게 작은 희망 같은 시간들이었음을 알았다.
예쁜 Tereza와 친구가 되었던 그곳. 낡고 지저분한 Justino 아저씨 거실에서 우리는 짧았지만 크게 웃었다. 다 푼수에 천방지축인 네 덕분에. 어느날 테레사는 아저씨의 비아그라를 찾았다며 엄청 웃어댔다. 나는 그걸 찾아낸 그녀가 더 웃겨 같이 막 웃었다. 근데 Justino 아저씨 비아그라는 어떻게 찾았어? 찾으라고 해도 못 찾을 걸.. 아저씨는 70이 가까운 나이라 이해해 줘야지.
막 무섭게 운동하던 너를 따라 나도 운동이란 걸 해보고, 밤바람 맞으며 미션베이를 같이 걸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미친 듯이 무서워하던 새벽을 너 때문에 안 무서워하게 되었어. 유난히 어둡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모두 귀신으로 보였는데, 네 말 덕분에 두려움이 사라졌어.
내 낡은 자전거를 고쳐주러 왔던 Harvey, 그때 너를 잠시 사랑했다. 한 5분 동안. 너는 모르겠지. 내 자전거를 거꾸로 세워두고 바퀴를 굴리는 너를 보며, 너는 어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 같다고 느꼈다. 너랑 자전거 타고 걸으며 주변의 집들을 보며 나눴던 말들이 이상하게 오늘밤 귀에 윙윙거린다.
멋이라곤 전혀 없는 내 젊은 날들. 오히려 미숙함과 궁상으로 가득 찬 초라한 모습들. 그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고독감. 그 안에 있던 음악들, 사람들 그리고 부수한 밤들이 그립다. 그립지 않은데,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