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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퍼지는 데이터 센터에 관한 오해들

by 키르히아이스

전 세계가 AI열풍에 빠져들면서 데이터센터가 곳곳에 지어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데이터 센터가 전기만 먹고 고용은 거의 없는 빈껍데기라는 거짓말이 기정사실처럼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선 전자파 유해성이라는 터무니없는 공포까지 조장해서 이걸 믿고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나오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또 언론 탓이 크다. 깊은 분석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엄연히 보이는 것조차 외면하면서 오로지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위해 전기 먹는 하마라는 별명까지 붙여가며 미래 지식산업의 핵심 기지를 무슨 무인 공장 수준으로 묘사해 놨다. 이런 기사를 본 일반인들이 그것을 고정관념으로 갖게 되면서 데이터센터 확충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원자력 괴담에 이어 데이터 센터 괴담도 족족 먹히는 걸 보니 우리는 괴담을 참 좋아하는 민족인 것 같다.


데이터 센서에 대한 공격을 몇 가지 주제로 나눠서 논파해 보겠다.


1. 고용문제.

가장 공격받는 부분이 고용이 타 산업에 비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소리를 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당장 타이틀을 떼고 시골로 가서 농사나 지으라고 말하고 싶다.


데이터 센터 관련 자료를 찾아봤는데 국내 데이터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연구도 안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비난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자료를 보고 비난하는 것일까?


국내 언론에 나온 자료를 기초로 보면 우선 본사에 비해 데이터 센터는 고용인원이 적다고 말한다(https://news.bizwatch.co.kr/article/mobile/2019/07/19/0008). 네이버의 경우 본사는 4천 명이 넘지만 춘천 데이터센터에는 17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춘천에 네이버란 거대기업의 인프라가 들어와 있고 어쨌든 그 회사 직원이 200명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이런 양질의 일자리가 춘천까지 왜 들어갈까? 돈만 뿌리면 인턴자리는 수만 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중산층 이상의 이런 고급 일자리를 그것도 지방에 유치하는 게 쉬운 일인가?


고용문제를 얘기할 때 건축과 자주 비교를 하는데 건축은 직접 고용인원이 많아서 실적 통계낼 때 아주 좋다. 마치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위 기사에 따르면 2013년 LG CNS데이터 센터 구축에 따른 건설취업 효과는 3411명, 생산유발효과 3812억 원인데 비해 운영으로 인한 취업유발효과는 475명, 생산유발효과는 602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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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나온 보고서를 못 구해서 지표를 따져보진 못했는데 수치만 보면 정말 고용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건설 취업효과는 어마어마하지만 건설이 끝나는 순간 사라진다. 기껏해야 1, 2년이다. 게다가 이 사람들은 건설 끝나면 다른 도시로 갈지도 모른다. 여기서 생기는 일자리도 우리가 모두 바라는 그런 일자리가 아니라 소위 3D직종에 정규직 일자리는 몇 개 없다.


하지만 데이터 센터의 직원은 100명이라고 쳐도 정규직이고 장기간 지역에 자리 잡고 일하게 된다. 게다가 고소득 전문직종으로 중산층에 해당한다. 100명이 10년 동안 고용되면 연인원으로 따지면 1천 명이다. 여기에 데이터센터를 서포트하는 산업들까지 합하면 고용인원은 더 많아진다. 개인 사업자와 법인 회사의 고용효과 차이는 이런데 있다. 즉 사무실 청소 업체부터 경비, 빌딩 관리, 조경, 냉난방, 구내식당, 폐기물처리, 장비공급, 에너지 공급등 연결되는 사슬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이런 게 눈에 잘 안보이다 보니 고용효과가 적다고 보일 뿐이다.


비슷한 예로 시장과 마트를 들 수 있는데 정치인들도 그렇고 골목상권을 지키자면서 골목의 많은 상인들을 보면서 거기 일자리가 많다고 생각하고 마트는 그저 대기업 직원들 몇 명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장이 사라지면 안타까워해도 마트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트는 보이지 않는 고용이 훨씬 더 많다. 우선 마트 안에 일하는 노동자는 시장처럼 하루 종일 대기하는 게 아니라 근무시간만큼 일하고 교대되기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직원이 고용되어 있다. 그리고 판매 직원뿐만 아니라 마케팅, 관리 등 스텝직원들도 있다.


그리고 마트 안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자영업자들도 상당수이다. 거기다 마트에 각종 물품을 공급하는 농민과 자영업자들까지 합하면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산업이 연결되어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기업이기 때문에 앞에서 말한 지원 산업들이 다 들러붙는다. 마트 하나는 마트만 가지고 끝나지 않고 엮여서 돌아가는 많은 산업들이 하나의 생태계 군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데이터 센터도 그런 측면이 많이 가려져있다.


사실 일자리의 질을 생각하면 두 가지는 비교할 것도 없다. 젊은 친구들에게 데이터 센터 직원으로 갈 것인지 데이터 센터 건설인력으로 갈지 물어보면 답은 뻔하다.


2. 유해성 문제.

이것도 어느샌가 괴담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거의 대놓고 주장하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우선 전기 먹는 하마에 대해 보자. 전기를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게 왜 문제가 되는가? 이 산업은 제조업 공장처럼 공해를 내뿜지는 않는다. 단지 열만 잘 식혀주면 되고 전기를 많이 사용할 뿐이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데이터 센터만 그런 게 아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원자력 1기 분량을 쓴다고 한다. 국내 사업장 전체의 사용량은 부산시 전체 사용량보다 많다고 한다. 반도체 공장은 아무도 전기 쓴다고 뭐라고 안 하는데 왜 데이터센터는 뭐라고 하는가? 반도체 공장은 오히려 유치하려고 기를 쓰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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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유해성 문제를 보자. 이건 뜬금없고 별 근거도 없다. 고압선이 들어가니 전자파 위험이 있지 않겠냐고 정치권에서 공격용으로 써먹던 것이 일반인들에게 번져버렸다. 이게 고압선이라서 문제가 된다면 반도체 공장부터 없애버려야지. 왜 데이터센터 전력만 문제가 되나? 이해할 수 없는 공격이다. 거기다 어떤 사람은 소음, 공업 용수로 인한 물부족 같은 걸 말하는데 하나도 실질적인 근거가 없다. 데이터센터가 돌아가는데 무슨 소음이 그렇게 나는가? 그리고 데이터 센터는 대개 한적한 곳에 있는데 소음이 있다한들 무슨 문제가 되는가? 공업 용수도 말이 안 되는 게 물까지 아끼려고 하면 산업유치를 하지 말고 나물이나 캐고 바위나 깎으면서 살아야지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고 어떻게 과실만 따먹으려고 하는가?


3. 산업문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인데 데이터센터는 IT산업이 커갈 수 있는 토양 같은 역할을 한다. 지자체들은 뜬금없이 공장이나 회사를 지방에 와달라고 하는데 아무것도 없이 땅만 덩그러니 있는 곳에 리스크를 안고 갈 사업가는 없다. 그런데 그곳에 아마존 데이터 센터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얘기는 그만큼 산업 인프라가 갖춰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꼭 그 데이터센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하나의 리트머스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큰 기업의 시설을 유치하고 잘 운영된다는 것이 이 도시의 산업적 매력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첨단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연계 산업의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옴으로 인해서 전력공급 산업이라든가 냉방, 서버장비 관리등 다양한 첨단산업 연계도 가능하다. 이제 과거처럼 공장 유치를 통해 공단으로 뭔가 산업을 키우려는 도시보다는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싶은 도시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수단은 데이터 센터이다. 데이터센터 때문에 들어오진 않더라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SK가 아마존과 합작하여 7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발표했는데 좀 과장이 있더라도 상당한 규모인데 이걸 보면 사람들의 눈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동안 자잘한 국내기업들의 데이터센터만 보다가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초거대 데이터센터를 보면 첨단산업이란 이런 것이란 걸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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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대는 데이터 전쟁의 시대이다. 데이터를 누가 갖고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그 데이터를 보관하는 알곡창고가 스스로 들어온다는데 막고 있는 게 제정신인가? 세계에서 데이터 센터를 지을 수 있는 곳이 많은 건 아니다. 글로벌 회사들도 지역별로 거점을 두고 세우는데 거기에 한국이 들어간 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옆나라 일본이 있기 때문이다. 지진 같은 요소만 빼면 일본이 데이터센터로는 나쁘지 않다. 왜냐하면 인프라가 좋은 반면 지방의 인구밀도가 높지 않아서 대형시설이 들어가기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쟁등 대외적으로도 안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을 비롯해 대외적으로 리스크가 있고 환경단체나 주민반발도 큰 편이다. 정치적으로도 불안해서 데이터센터 관련 정책이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서 원자력처럼 폐기 대상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RE100 같은 문제 때문에 안된다는 사람도 있던데 그래서 더 원자력을 해야 한다. 다른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원전이 전기공급량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10%를 더하면 산업용 전기 사용량인 55%까지 약 15%만 더 늘리면 무탄소 전력공급이 가능해진다. 이 길을 놔두고 친환경만 가지고 10% 남짓한 비중을 언제 55%까지 늘리겠는가?


데이터 센터는 우리나라에 적합하다. 통신 인프라가 좋고 특히 전기공급에서 강점이 있다. 세계적 전선 업체가 한국에 있고 지방에 노는 땅도 있다. 데이터 센터는 꼭 수도권에 있을 필요 없고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다. 미래 산업에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데이터 센터 유치를 시작으로 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본부를 유치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기업의 영업 본부는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넘어가는 추세인데 IT본부는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뺏기지 말고 우리가 쟁취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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