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차기 국가대표 AI 모델 예측

by 키르히아이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AI산업 육성인데 그중에서도 국가대표 AI모델을 선정해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있다. 우리나라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정책이다. 현재 공모를 통해 심사한 결과 현재 5개 업체가 선정되었는데 최종적으로 2개 업체를 정해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종적으로 어느 업체가 선정될지 한번 예상해 보겠다.


안타깝게도 기술적인 분석을 할 수준은 못되니 그런 것은 기대하지 말길 바란다. 애초에 내가 입찰 담당자가 아니니 제안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수는 공무원분들이 따져보시고 여기서 해볼 것은 타이밍과 상황적으로 어떤 회사가 유리한지 그것이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입찰을 하면 점수로 모든 게 다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업에서는 그럴 수 있으나 국가적 명운이 걸린 사업은 그렇지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FX 3차)이다.


이 사업에서 선정된 기종은 원래 F-15SE이었다. 선정기간 동안에 무수한 논란이 있었는데 심지어 공군참모 총장들까지 나섰고 전문가들은 스텔스기인 F-35와 유로파이터로 갈라졌다. 이 당시만 해도 F-35는 설계상의 전투기에 불과했으므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유로파이터는 우리나라에 공장을 지어준다고 해서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F-15SE가 결정되었으니 난리가 날 수밖에. 결국 최종 보고 과정에서 F-35로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나왔다.

tempImageeLbJoa.heic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국이 전부 스텔기로 도배가 된 상황이고 일본은 F-35를 140대까지 보유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F-15 같은 전통적인 전투기를 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유럽에서 거의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유로파이터는 어떤가? 그러고 보면 전문가라는 인간들도 참 한심하다. 몇 년 앞도 못 내다보니.


아무튼 이런 식으로 점수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어떤 업체가 선정될지 예상해 보는 것이다. 현재 중간단계로 선정된 5개 업체는 네이버 클라우드, LG AI 연구원, 엔씨 AI, 업스테이지, SK텔레콤등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보기에는 LG와 업스테이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런 공공사업은 무엇보다 명분이 중요하다. LG 같은 경우 AI칩 회사인 퓨리오사AI와 연합한 점이 눈에 띈다. 지금 정부 사업 중에는 이런 AI칩 지원사업도 있기 때문에 사업 성격에 아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퓨리오사가 스타트업이란 점도 사업상 명분을 더 크게 해 준다.


주부 무서인 과기부장관이 LG에서 AI책임자였던 점에서 이 시스템을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약간 부담스러운 점도 없지는 않다. 나는 오히려 그래서 최종 선정 업체를 1개가 아닌 2개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개만 했을 때는 공정성 시비도 있기 때문이다.

tempImage8uuyzn.heic

그래서 두 번째 업체로 선정될 곳은 업스테이지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대기업 1곳, 중소기업 1곳이 선정되면 그림이 아주 아름답게 나온다. 두 개 중 하나가 잘 안 되더라도 최소한 LG 같은 대기업이 끼어있어서 전사적으로 밀어주면 안 될 일이 없다.


업스테이지는 5개 기업 중에 유일한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마치 청년 가점을 받듯이 우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사업 평가방식에서 중소기업 우대의 항목은 찾지 못했는데 원래 정부입찰에는 보통 중소기업, 여성기업, 친환경 기업 등을 우대한다. 이번 사업도 명시적은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사업의 그림을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이 낄 수밖에 없다.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관들도 가장 빈약해 보이지만 어쨌든 중소기업이란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나머지 업체들은 왜 안될지 생각해 보자.

일단 네이버. 네이버는 클로바라는 자체모델을 가지고 오래전부터 실제 상용서비스를 해왔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관은 서울대, 포항공대, 고려대, 한양대등 주로 학계이고 칩 회사는 빠져있다. 그래서 그림이 안 나온다. 칩은 전부 해외에서 사 와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막대한 돈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실 AI 수석이 네이버 출신이란 점에서 힘을 받기는 하는데 사업 모델이 LG쪽이 더 나아 보이고 실제로 상용화 시에도 LG라는 거대 기업의 파급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포털 기업들이 기술경쟁보다는 수수료 사업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고 해외 기업들에 비해 기술적인 혁신이 잘 보이지 않고 있어서 여론전에서는 불리하다. 카카오가 떨어진 것도 그런 측면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 지상파 3사가 학습에 자사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이유로 네이버에 소송을 제기한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SK텔레콤인데 만약 LG가 안된다면 SK가 가능성이 높다. SK도 리벨리온이라는 AI칩 회사와 연대를 했고 AI사업을 오래전부터 진행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컨소시엄에 크래프톤, 포티투닷(현대차 계열), 서울대, 카이스트등 쟁쟁한 회사와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AI사업에 가장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이 SK라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울산에 국내 최대 데이터 센터를 착공해서 데이터 센터 걱정이 없다는 점이 유리하다. 한편으로는 SK가 이미 이런 점까지 내다보고 데이터 센터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즉 그만큼 사업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SK를 1순위로 꼽지 않은 것은 최근 발생한 초대형 보안사고 때문이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SK텔레콤이다. 얼마 전에 개인정보보호위는 1천3백억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하였다. 국가로부터 이 정도 중과실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기업이 바로 국가사업에서 낙찰을 받는다는 건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나는 그 점에서 치명적이라고 봤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데이터 관리와 보안에 대해서도 계획서를 제출했을 텐데 그게 다 공허한 소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휴대폰 정보는 엉터리로 관리하면서 AI는 잘하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tempImagepI5zgr.heic

만약 내가 SK AI사업 담당자였다면 차라리 계열사라도 다르게 해서 참가했을 것이다. 그런데 감이 없는 것인지 그냥 제출했다. 이게 앞으로도 계속 법적 문제가 이어질 텐데 과연 정부사업에 뽑힐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다음으로는 NC AI 컨소시엄인데 게임기업인 NC가 들어간 것은 의외이다. 이런 사업을 하는 줄 몰랐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과 콘텐츠에 국한된 사업범위와 내세울 실적이 별로 없는 점이 걸린다. 고정관념은 깨기 힘든데 게임회사가 인공지능을 잘 다룬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그건 엄연히 게임영역이지 나머지 영역도 그러냐에 대해 무엇으로 어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LG 같은 경우 피지컬 AI로 나갈 수 있는 사업들이 다양하고 서비스 기업인 SK도 마찬가지이다. NC는 그런 게 있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게임이 아닌 실생활에서 축적된 경험이나 실증사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참여업체 전반을 살펴봤을 때 그림이 좋은 업체는 LG와 업스테이지로 보인다. 결과는 2027년 상반기에 발표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느 업체가 선정될지 지켜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더 미식 장인라면이 실패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