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된 둘째는 우리 집에서 가끔 내 이름으로 불린다. 내가 복제인간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둘째는 나를 많이 닮았다. 나보다 훨씬 순하고 애교가 많고 또 남자라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 생김새부터 겁 없고 성미 급하고 쉬지 않고 저지레 하는 성격 등은 나를 쏙 빼닮았다. 날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 살면서 나와 비슷한 어려움과 상처를 겪을까 안쓰러울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걱정이 무색하게 어느 모로 보나 아이는 사랑스럽기만 해 요즘 내 눈에서는 꿀이 마르질 않는다. 둘째는 사랑이라는 속설이 사실인 건지, 날 닮은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친밀감을 느끼는 탓인지 이유는 명확히 모르겠다. 둘째에 대한 사랑이 커질수록 내 스스로를 조금은 더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또 다른 의외의 수확이다. 나에 대한 부정은 날 닮은 둘째에 대한 부정같이 느껴지고, 둘째에 대한 애정은 둘째를 닮은 나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진다.
한편 첫째는 나와 많이 다르다. 첫째는 아빠를 빼닮았다. 5살 치고 굉장한 자제력을 갖고 있고 저지레 한 번 하지 않는, 내 기준으로 참 신기한 첫째는 칼 같은 계획, 엄격한 모습, 예외를 잘 못 견디는 어찌 보면 유도리 없는 성격 등 여러 면에서 나와 반대되는 성향을 지녔다. 나는 오랫동안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의 말과 행동은 서로를 불쾌하게 했고 그래서 이해하기를 거부했던 것 같다. 그런데 자식이 그러니 태도가 변했다. 첫째에 대해 조금씩 이해해갈수록 첫째와 닮은 남편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둘째가 나를 긍정할 수 있게 일깨워줬다면 첫째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아이들이 주는 선물은 이토록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