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매달 1권씩 울림을 주거나 생각을 바꿔주는 영향력 있는 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 책은 리사 펠드먼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How Emotions Are Made)>입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꿈꾸신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몇 시간이 심리학서 수십 권, 명상 훈련 몇 개월보다 훨씬 많은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사고의 패러다임을 전환시켜 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감정은 내재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감정의 설계자다.’입니다. 저자는 실험을 통해 우리 뇌에 감정을 담당하는 별도의 부위가 없음을 밝혀냅니다. 감정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습된 개념이며 이 개념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구성된 감정 이론’을 제시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감정은 외부자극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의 직관에 어긋나죠. 그러나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이 평평하게 느껴진다고 지구가 평면인 것은 아닌 것처럼 감정에 관해서도 직관을 벗어난 인식이 필요합니다.
저자가 깨뜨린 것은 감정에 관한 통설뿐만이 아닙니다. 학계에서는 진작에 잘못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여러 심리학서 등에서 언급하는 삼위일체 뇌(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라든지, 편도체가 공포를 담당한다거나 브로카 영역이 언어를 담당한다는 흔히 알려진 학계의 이론까지도 저자는 거침없이 반박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왜곡된 지식의 출처와 그것이 정설이 된 과정도 따박따박(?) 짚어냅니다. 이 때문에 뇌과학이나 심리학에 관한 대중서를 읽어보신 분들은 이 책을 읽고 다소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읽어야 될 필요가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기술과 실험의 한계로 저자도 증명해내지 못한 부분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그랬듯 이 책이 주장하는 이론도 언젠가 뒤집힐지 모를 일이죠. 지금까지의 과학 혁명이 그랬듯 말이에요. 그럼에도 이 책의 ‘구성된 감정 이론’은 귀 기울여 담아둘 가치가 있습니다. 여전히 상당 부분 미지의 영역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신의 뇌과학 연구 기술이 밝혀낸 결과이니까요. 그리고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휘둘려왔던 감정의 주도권을 내가 쥘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죠.
같이 읽기 좋은 책으로 질 볼트 테일러의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를 추천합니다. 뇌졸중에 걸린 뇌과학자가 자신의 뇌의 변화를 직접 겪은 후 쓴 책인데요, 뇌의 각 부위가 특정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인식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상충하긴 하지만 감정을 ‘선택‘할 수 있고 원하는 캐릭터로 ‘구성’할 수 있다는 책의 주제는 같은 맥을 통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 훈련을 필요로 하는 우리 일반인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여러분의 1월의 책은 무엇인가요?
좋은 책 추천, 좋은 구절 소개 모두모두 대환영입니다. 책을 통한 좋은 경험 함께 나누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