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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JHEY Feb 18. 2023

꼬마요리사

6살 첫째가 지금껏 만든 음식 가짓수가 제법 된다. 물론 내가 먼저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한 단계씩 알려주어야 하지만 꽤 많은 부분을 고사리 같은 손이 직접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시금치무침, 콩나물무침, 무나물, 애호박볶음 같은 채소반찬을 손질하고 간도 맞춘다. 어린이집 텃밭에서 배추를 얻어온 날엔 같이 배추전도 구워 먹었다. 가끔 피자 키트를 사서 피자도 만들어 먹고 토스트 위에 누텔라 잼을 발라 과일을 얹어 먹기도 한다.

요리를 하면서 우리는 수다를 많이 떤다. 재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어디서 먹어봤는지 경험담도 서로 들어보고 요리랑 상관없는 이런저런 얘기도 나눈다. 아마 만든 음식에 조미료만큼 우리의 침방울이 가득했을 것 같다.

이렇게 뭐든 같이 만들어 먹은 날엔 시간도 잘 가고 아이도 뿌듯해하는데 사실 가장 뿌듯해하는 사람은 나다. 작은 꼬마가 생활의 실전을 하나씩 해낼 때마다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다른 부분에선 엉망진창이더라도). 조기 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런 식의 조기교육(?)은 적극적으로 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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