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중요한 감정이라고 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를 때 내 속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부러운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깎아내리지 말고 그의 어떤 면이 부러운지를 스스로 잘 살펴보라고 했다.
멋진 사람. 그러니까 외모가 출중하거나 옷을 잘 입거나 단순히 말발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멋진 사람을 만나면 저 밑바닥에서부터 무언가 득실거 린다. 자기가 이뤄놓은 업적이 훌륭함에도 상대방을 존중하며 예쁘게 말하고, 동시에 누구도 깍아내리지 않으면서 여유롭게 분위기를 잘 타는 사람. 훔쳐오고 싶다. 저 삶에 대한 태도를 가져오고 싶다. 앞에서는 나도 똑같이 공손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속은 부러움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나는 이미 어딘가 망가졌는데. 그 핸디캡을 인정하고 살지만 그로부터 파생된 많은 부작용들은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처음 본 사람들에게 내 얘기를 잘 못 하고, 수시로 치고 올라오는 자기애(허세를 부려 내 지위를 과장한다던지 하는)를 알아채고 눌러야 하는 일부터 인성이 별로라는 연예인을 욕하는 습관까지. 이것도 많이 줄인 거니까, 이 정도로 손에 꼽힐 만큼 줄이기까지도 쉽지 않았는데. 그러다 어느 날 너무 멋진 사람을 만나면 지금까지의 내 노력이 무색하게도 아, 빨리 저렇게 되고 싶다. 저 사람도 이런 과정을 다 겪었겠지? 아니야 처음부터 핸드캡이 없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어. 하고 그의 노력은 깎아내리고 나의 힘듬만 조명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진다. 그리고 진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날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걸까 하고 지레 겁먹게 된다.
아름다운 것만 보려고 하는 친구도 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 대해 덮어놓고 다 사정이 있었겠지.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자 하고 한편으로는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드라마나 영화에 빠져든다. 그래서 무슨 대화를 해도 결론은 그게 인생의 아이러니지 뭐 하고 끝나버리고 언제나 두루뭉술한 감정만을 다룬다. 우리의 만남은 금세 휘발되어 버린다. 평범하고 따뜻한 사람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삶에서 도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타인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나를 잘 들여다볼 수 있다. 덮어놓고 그래 네 말도 맞아하는 것은 사실은 게으른 무관심일 수도 있지 않을까. 타인만 평가하고 스스로에겐 관대하다면 그건 더 큰 문제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을 잘 이해하려는 처절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멜랑콜리한 분위기의 드라마도 잘 들여다보면 그런 분위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부조리와 차별 같은 것들이 녹아 있다. 귀찮아도 피곤해도 그것들을 잘 들여다봐야 타인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사회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다. 가끔 스스로를 너무 취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모든 게 뿌연 가운데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내가 되고 싶은 멋진 사람은 저렇게 회피하는 태도로 살아서는 절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환부가 아프다고 자꾸 옆을 치료하고, 아니면 대충 약발라서 거즈로 덮어버리고. 그러면 점점 더 나 자신에 대해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시간이 갈수록 “진짜 나” 와 “내가 생각하는 나” 의 갭이 벌어져 마지막엔 두 개가 붙을 수도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질투가 나면 그 질투조차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자. 내게 필요한 부분만 쏙쏙 빼와서 배우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아무도 질투하게 되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 또 새로운 질투가 나를 찾아오더라도 진짜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질투는 덜 아프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