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에 관해서
쓸데없는 말은 참 많지만 그중 가장 쓸데없는 걸 고르라면 주저없이 “청하지 않은 조언”을 꼽겠다. 말이란 것 자체가 청자보다는 발화하는 사람에게 힘이 있는 데, 심지어 조언이란 “알고 있는 사람” 이 “모르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달해주는 형식이여서 위계가 형성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화자는 요청을 받아 진짜 “조언해야만 하는 상황” 이라 하더라도 (상대를 아낀다면) 내 말이 위계 위에 올라타 있진 않은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만 한다.
청하지도 않은 조언을 아무데나 툭툭 던지는 사람은 그 상황에서 자신이 우위에 서려고 하는 사람이다. 일명 오지랖. 물론 청하지 않았으므로 들을 가치도 없다고 청자가 떠나버리면 그만인데, 그걸 화자가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주로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 특별한 자리, 함부로 자리를 뜰 수 없는 상황에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이 유독 많은 것 같다. 어쩔수 없이 내 말을 듣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오지라퍼는 그런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반대로 진짜 조언을 원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은 답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질문을 던질 것이고 간절하기 때문에 잘 들어줄 용의가 있다. 하지만 어떤 조언자도 깊게 신뢰해서는 안된다. 첫번째로, 상대가 두 사람의 관계에서 본인이 유리한 방향으로 조언할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 상대가 본인의 경험과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같은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되, 그 누구도 신뢰하지 말고 모든 말을 종합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상대방에게 호감이 있어 그의 말을 따르고 싶다고 하더라도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모든 상황이 같지 않다는 걸 잊지말자. 그리고 동시에 무의식 중에 정해놓은 답이 있고 그걸 입밖으로 꺼내 줄 사람을 찾아 헤메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
이 글 또한 신뢰하지 않길 바란다. 이 역시 내가 느낀 썰을 풀고 싶어 가상의 청자를 대상으로 떠드는 “청하지 않는 조언”이기 때문이다. 결국 뭐든지 많이 보고 듣고 읽고 끝에 가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도 다 자기가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