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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알 Feb 07. 2019

싱가포르 성년의 날 파티에 초대받다

싱가포르에서의 21살이 된다는 것의 의미



 


한창 이직 준비를 하며 인터뷰를 보며 돌아다니던 2018년 초, 한 로컬 친구에게 사진과 함께 메시지가 왔다. 행사 초대장처럼 생긴 사진을 자세히 보니 자신의 21번째 생일파티에 초대한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내가 전 직장에서 일할 때 인턴으로 반년 동안 함께 일했던 친구였다. 첫 번째 직장에서 일할 때의 좋은 점은 제일 큰 매장에서 일하다 보니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에선 나이 상관없이 다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한국에서 일했다면 고등학생 나이 때의 인턴과 편하게 대화하고, 생일파티에 초대받는 일이 일어나기는 했을까 싶다. 이 인턴 기수들과는 정말 친해져서 말레이시아 여행도 함께 다녀왔다.


 이 친구는 Polytechnic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였고, 인턴을 마친 뒤 졸업예정이었다. 싱가포르의 고등교육에 대해 설명하자면 70% 이상이 대학을 진학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싱가포르는 Polytechnic이라는 전문대학에 대부분 진학을 하게 된다. 국립대학을 가는 경우는 매우 소수의 학생들만이 중학교를 졸업 후에 예비대학인 junior college를 가서 대학으로 진학하게 된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국립대학이 단 세 곳뿐이다. 나머지는 사립대학인데 매우 비싼 학비를 내야 한다. Polytechnic(이하 Poly)에서도 실무적인 것들을 많이 배우고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에 싱가포르 사람들에겐 Poly가 여전히 인기가 많다.


 도착시간에 맞춰서 파티 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가족들과 친구들이 도착해서 뷔페를 먹고 있었다. 생일파티를 하는 장소는 특별한 날이니만큼 바닷가 근처 동네의 펜션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1박 2일로 열었다. 다행히 내가 살던 곳과 버스로 몇 정거장 거리여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한국에서 성년의 날을 축하하듯이 싱가포르에서는 청년들이 21살이 될 때의 생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곳에서의 21살은 한국에서의 20살과 같기 때문에 동일하게 성인이 된 것을 가족, 친구들이 다 함께 축하해준다는 의미로 성대하게 파티를 연다. 주변에는 성인이 된 기념으로 요트에서 선상파티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Polytechnic의 같은 전공 친구들과 단체사진

나를 초대해준 친구도 파티를 꽤 크게 열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2층짜리 고급 주택을 빌려, 뷔페를 부르고 초대된 사람들이 밤새 놀고 모두 하루 숙박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파티문화가 한국보다 더 흔해서 그런지 몰라도 실내를 정말 예쁘게 꾸며놓고 포토존과 촬영 장비까지 준비해놓은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사진을 촬영해줬던 친구는 싱가포르에서 이미 유명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였다. 알고 보니 같은 전공인 친구들끼리 친해서 이렇게 21번째 생일이 되면 다 같이 파티 준비를 도와준다고 했다. 메이크업, 데코레이션, 사진 및 영상 게임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거의 주인공의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정말 즐거웠다.


 나는 초대해준 친구와 함께 인턴을 했던 남자아이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처음에는 뭘 해야 할지 몰라 테라스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다행히 친구들과 가족분들이 친근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특이했던 점은 나는 생일 축하를 하고 노래를 부를 때 다 같이 선물을 주는 건 줄 알고, 선물을 계속 보관하고 있었는데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찍는 순간까지 아무도 선물을 전해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친구한테 물어보니 여기선 그냥 원할 때 주인공인 친구랑 인사하면서 선물을 전해주면 된다고 했다. 그것도 모르고 난 파티가 끝날 때까지 전해주지 못하다가 생일이라고 사람들이 건네준 술을 마시고 거의 바닥에 누워있는 친구에게 선물을 전해주었다. 친구가 나중에 다행히 내가 선물을 건네 준 순간은 기억난다고 전해줬다.

 파티를 즐기며 또 다른 인상 깊었던 점은, 파티뿐만이 아니라 싱가포르에선 주로 큰 이벤트나 기념을 하는 날엔 꼭 기념사진을 찍는다는 점이었다. 싱가포르에 살다 보면 로컬 사람들의 SNS에는 항상 서로 어깨동무를 하거나 다 같이 단체 포즈를 하고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처음엔 적응이 안되었지만 나도 이제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거나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이번에도 역시 같은 전공끼리, 친구, 그룹, 가족 별로 사진만 거의 몇십 분을 찍은 것 같다. 그제야 왜 드레스코드까지 미리 정하고 당부했는지 깨달았다.


축하가 끝나고 난 후에 다 같이 돌아가면서 주인공과 사진을 남긴다


 축하가 끝난 후에는 그 주변이 모두 휴양지였기 때문에 볼링을 치러가거나, 노래방을 가거나 바로 앞의 바닷길을 산책하기도 하는 등 각자 원하는 것을 하면서 자유롭게 보냈다. 나는 초대해준 친구의 친동생과 같은 종류의 개를 키우고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친해져서 집에 가기 전까지 계속 얘기를 나눴다. 이후엔 반려동물 박람회까지 같이 가서 쇼핑을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파티가 끝나고 난 집이 근처였기 때문에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면 파티에 초대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참여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도 기분전환을 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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