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우리 아들은 계속 연구소에 다니지.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하고 있어."
엄마가 거짓말을 했다. 회사를 그만둔 지는 일 년도 넘었고, 지금 나는 놀고 있는데...
엄마의 통화 소리에 잠이 깼다. 하필 정확히 내 얘기를 할 때 깨다니.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엄마가 거짓말을 한 걸 보니 그다지 친한 사람은 아니었나 보군' 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인데 얼굴이 시뻘게졌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위도 따고, 취직도 한 나름 자랑스러운 아들 생활을 근 몇 년간 해왔다. 엄마의 거짓말을 들으니 공부도 안 하고 속만 썩이던 십 대 시절의 못난 아들로 되돌아간 듯했다.
가족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효자 성격은 전혀 못 된다. 그래서 나의 작은 성취들로 엄마의 어깨를 세워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처음 장학금을 받았을 때, 그리고 취직했을 때, 엄마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엄마의 어깨를 축 늘어지게 한 것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하게 만들었다.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어버이날인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시장으로 향했다. 한 공공기관으로부터 청년 지원금으로 온누리 상품권을 받았는데, 그걸로 감히 비싼 한우를 살 수 있었다.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낯 간지러운 얘기는 못 한다. 같이 점심으로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그냥 '내년엔 봉투로 줄게' 하고 한 마디만 툭 던졌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 돈 봉투보다도 엄마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다. 내가 엄마의 유일한 자존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