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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Mar 17.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35)

[분석 5_3/4]

•차가운 쿨함과 따뜻한 쿨함.


‣명제 넷에서 쿨함의 정체를 다루며 쿨함이 인간관계에 도움 됨을 논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쿨함을 차가움과 따뜻함으로 세분화해보며 [흔들리지 않음이 곧 강함이다]와의 연관성을 찾아보겠습니다.


논의를 위해서 차가운 쿨함의 정의부터 내려야겠습니다. 차가운 쿨함이라는 건 타인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쿨함입니다. 즉 타인의 평가나 피드백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쿨함이죠.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다 보면 다분히 개인주의적이면서 고집이 센 사람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들은 타인에게 개입하지도 않지만, 평가를 수용하지도 않습니다. 자기 방식대로 해나가겠다는 고집이 있죠.


이런 사람이 쿨해 보이기는 합니다. 타인에게 간섭하지도 않고 외부의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명제 다섯에서 흔들리지 않음이 곧 강함이라고 했으니, 이들은 곧 강한 사람입니다. 더욱이 자기 내부의 욕망에도 초연히 대응하며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쿨함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앞선 분석 파트에서 자존감, 자존심, 자신감이 조화됐을 때라야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가운 쿨함을 자존감, 자존심, 자신감으로 파악해보면 이렇습니다.


자존감 : 낮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회복 탄력성을 전혀 확인할 수 없다.

자존심 : 높다, 자기에 대한 기대가 크며 현 방식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 믿고 있다.

자신감 : 높다, 자기효능감이 지나치게 높아 실패할 거라는 가정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세부적으로 봤을 때 차가운 쿨함은 내면이 건강한 상태가 아닙니다. 이런 쿨함의 가장 큰 문제는 기본적으로 관계를 단절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건 그게 이득을 주거나 심리적 만족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차가운 쿨함은 관계 맺기를 통해 물리적 이익은 얻을 수 있어도 심리적 만족을 얻기는 힘듭니다.


상대의 꿋꿋하고 확신에 찬 태도를 보고 감탄하거나 성공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는 있으나, 그와 관계 맺기를 통해 행복해지기는 힘든 거죠. 나아가 그의 성공이 내게 이득으로 작용할지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나의 도움을 전혀 구하지도 받지도 않았으므로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없거든요. 결국, 차가운 쿨함은 타인에게는 오만함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그럴 의도가 없었어도 개인의 자기애적 본성을 건드리는 거죠. 이런 불합리한 현상이 일어나는 건 인간이 자기효능감을 상실할 때 좌절과 불안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차가운 쿨함은 내게는 과분한 연인을 만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상대의 성적‧사회적 가치는 확인할 수 있는데 상대와의 관계에서 심리적 만족감을 얻어내기는 힘들거든요.


반면 이번에는 따뜻함 쿨함을 정의해 보겠습니다. 따뜻한 쿨함은 차가운 쿨함과 딱 하나가 다릅니다. 그건 타인의 피드백을 구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고마워한다는 겁니다. 설사 그런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감사해하고 그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쿨함은 완성됩니다. 예를 들어서 직장을 퇴사하고 처녀작을 낸 소설가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대부분의 평론가는 그의 소설을 호평했으나 오직 딱 한 명의 평론가만이 심하게 혹평했습니다. 이에 한 번은 인터뷰하던 날, 기자가 소설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기자 : “작가님 이번 소설 처녀작인데도 평가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OO 평론가님만큼은 나쁜 평을 남기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작가A :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모두가 다 제 소설을 좋아할 수는 없잖아요.”

작가B :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다만, 제 소설을 깊이 읽어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둘 다 쿨함이 관측됩니다. 그래서 제삼자인 독자가 봤을 때는 어떤 쪽으로 대답하던 작가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죠. 그건 이 인터뷰의 내용이 작가와 독자의 관계 맺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작가와 평론가의 관계 맺기에 더 가깝죠. 그래서 작가는 똑같이 쿨하게 말하더라도 B처럼 말했을 때, 평론가와 더 좋은 관계 맺기를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전자는 작가의 자존심을 세운 거고, 후자는 작가의 자존감을 세운 거거든요. 더불어 평론가는 자신의 비판을 작가가 수용해주려 했음을 보고 그에게서 인간적 여유와 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건 자기 평론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작가의 답변에서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이게 정말로 중요한 개념입니다. 작가는 평론가의 의견에 고맙다고 말해줌으로써, 그의 권력욕과 지적 허영심을 채워준 거거든요. 결론적으로 작가와 평론가의 관계 맺기는 A보다 B가 훨씬 부드럽게 이어간 셈입니다.


이건 일상에서도 똑같이 관측됩니다. 여러분에게 조언을 구한 사람이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그를 실천하려 했음을 보여주면 우리는 심리적 만족감을 얻습니다. 그가 우리 조언을 실천하지 않더라도 고마워한다면 이 심리적 만족감은 채워집니다. 말하자면, 타인에게 내가 도움이 됐음을 확인함으로써 자기효능감을 채운 거죠. 그래서 따뜻한 쿨함은 타인에게 상처를 덜 입히면서도 외부 영향을 적게 받는 특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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