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실제 상황입니다.
7월 중순에 새로운 역으로 발령이 났다. 이곳도 환승역이다. 5-8호선 근무만 하다가 1-4호선 근무는 무척 새로웠다. 공간과 업무방식에서 차이가 났다. 이제 막 대리를 단 직원을 쫓아다니며 이것저것 배웠다. 로마에 왔다. 그래서 로마법에 따르기로 했다. 초반에 내 방식을 주장하면 기존 직원들과 마찰이 생긴다. 언제나 그랬듯이 신규직원처럼 뛰어다니며 적응을 해 나갔다. 관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일찍 적응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직원이 바뀌면 이상하리만큼 전에 발생하지 않는 일들이 생긴다. 누구는 새로 전입 온 직원을 적응시키기 위한 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첫 근무날부터 일이 발생했다. 어르신이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개찰구 앞에서 카드를 꺼내다가 뒤로 쓰러졌다. 승객의 신고를 받고 뛰어갔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119를 불렀다. 어르신은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난 어르신을 부축해서 택시에 태워 보내드렸다. 머리와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많은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가 있었다. 출근하고 역사를 순회했다. 특별한 이상이 없다. 승객들은 목적지로 원활하게 가고 오고를 반복했다. 평화로운 점심시간이 됐다. 우리는 1차 2차로 나눠서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1차로 역장과 부역장이 다녀온 후 내 차례가 온다.
"저기 직원분! 지금 2번 출구에 물이 넘치고 있어요! 빨리 가보세요."
한 승객이 고객안전실 문을 열자마자 다급하게 소리쳤다.
난 이게 무슨 소리일까. 믿기지 않았다. 해당 출구로 부리나케 뛰어올라갔다.
내가 바라본 풍경은 뉴스에서 보던 화면이었다. 승객들은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도로에서 차량들이 움직이면서 빗물들을 출구 쪽으로 몰고 왔다. 흙탕물은 파도가 돼서 다가왔다. 우물쭈물거릴 시간이 없다. 역장과 부역장에게 상황을 알렸다. 다행히 식사를 마치고 돌아올 시각이었다.
"일단, 차수판을 설치하시죠."
부역장과 같이 차수판을 출구에 있는 홈에 끼우고, 비닐로 차수판을 감싼 후 모래주머니로 고정시켰다.
일사천리로 빠르게 행동했다. 다른 출구도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그곳도 차수판을 설치했다.
관제에 우리 역 상황을 보고하고 사업소에 지원요청을 했다. 지금은 훈련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
주변역에서 직원들이 지원을 나왔다. 역사를 청소하는 자회사 직원분들도 총 출동했다. 역사는 넘치는 빗물에 미끄럽기까지 했다.
다행히,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구청에서도 직원들이 나와 배수로 슬러지를 제거했다. 원인은 폭우로 인하여 슬러지가 배수로를 막았다. 그렇게 빗물은 갈 곳을 잃고 지하철 출구까지 넘어갔다. 모든 인원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왜냐하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숨 가쁘게 모두들 바삐 움직였다. 서로가 필요한 곳에 장비를 들고 청소를 했다.
엘리베이터를 제외하곤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매년 풍수해 훈련을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형식적인 면이 크다. 이번에는 달랐다. 회사 입사 후 처음으로 근무하는 역에 침수가 될 뻔한 일이 벌어졌다. 계속 비가 왔더라면 아마도 우리 역에는 열차가 서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여러 이벤트 덕분에 일찍 적응했다. 새로운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제 시작이다. 난 1 급지에 왔다. 글 소재가 많아 보인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