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와붕가 May 30. 2024

진돗개는 죄가 없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I-센터 근무


5~8호선 직원들은 고객상담실과 I-센터를 번갈아 가면서 근무를 한다. 

대부분 I-센터의 위치는 승객들이 승/하차를 이용하는 개찰구 주변에 있다.


I-센터는 좁은 공간이지만, 각종 장비가 설치 돼 있다. 그래서 고객상담실은 비워도 I-센터를 비우지 못할 때가 있다. 승객들이 많이 지나가고 보이는 곳이기에 응대 업무가 많다. 


들어갈 수 없는 대형견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객들은 여러 교통 카드를 이용해서 들어간다.

하지만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무임승차를 하는 승객, 평일에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는 승객, 기타 다른 승객에게 민원을 유발하는 승객들이 있겠다.


5호선 B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점심을 먹고 I-센터 근무자와 교대를 했다. 주로 1시간씩 교대를 한다.

평온한 오후 시간대였다. 대합실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났다. 개를 데리고 대합실을 지나가는 승객이라 생각했다. 


개 짖는 소리가 다른 소형견과 달랐다. 묵직하고 걸걸한 소리였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서 대합실 쪽을 봤다.

10M 거리에서 상의 흰색 러닝셔츠와 하의 반바지를 입은 할아버지가 진돗개를 데리고 내가 있는 쪽으로 오고 있었다. 


아마도 내게 물어볼 일이 있어서 다가오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개찰구를 통과하려고 했다. 그것도 목줄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난 너무 황당해서 바로 I-센터를 뛰쳐나갔다.


"어르신, 대형견 데리고 지하철 이용 못 하십니다."

가까이서 보니 어르신은 어디서 한 잔 하시고 오셨다.


"내 개 xx 데리고 가겠다는데 왜 안돼?"

"어르신 소형견은 가방에 넣어서 탈 수 있는데 이 진돗개는 너무 커서 어렵겠네요."


"이런.. 쉬.. 파.."

할아버지는 갑자기 진돗개를 때리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지하철을 못 탄다. 이 개노무자식아!"

할아버지가 하는 돌발행동에 바로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5분이 지나서 지구대에서 경찰분들이 도착했다.

"무슨 일이신가요?"

"네, 여기 계신 할아버지가 진돗개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려고 하시거든요."


경찰은 할아버지를 보자 바로 알아차렸다.

"어르신, 이제는 하다 하다 개까지 끌고 와서 말썽이시네요"

"오호.. 경찰 녀석들 왔냐. 어디 나랑 한 번 싸워볼까~"


이후 할아버지는 심한 욕설을 경찰에게 쏟아부었다.

경찰분들도 화가 나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할아버지를 연행했다. 


나도 같이 갔다. 이유는 목격자로 조서를 작성해 달라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차를 경험했다.

그 안의 공기는 너무도 달랐다. 


여기서 차 안에서의 상황은 말하지 못하겠다.

아무튼 경찰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아버지는 경찰서에 가서도 고래고래 울분을 토했다.

진돗개는 할아버지와 다르게 너무도 순했다.


그날, 진돗개는 개찰구 앞에서 발길질을 당했다. 

그래도 진돗개에게 할아버지는 유일하게 믿는 주인이었다.


등에 업힌 진돗개는 정말로 본인 때문에 할아버지가 지하철을 탈 수 없다고 생각했을까.

진돗개는 죄송한 눈망울로 내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사람도 멍멍이도 부모와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근평 결과가 나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