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

미션: 열어야 한다.

by 코와붕가

까치 까치 까칠한 곳.


2호선 지선과 5호선이 만나는 곳. 나에게는 세 번째 근무지다.

이곳은 강서구에서 승객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며, 우리 공사 내에서도 힘들기로 유명한 역이다.

역사 구조도 특이하다. 당시에는 메탈등을 사용해서 역사에 불이 켜지는데도 시간이 10분 이상 걸렸다.

에스컬레이터도 예술적으로 만들어졌다. 기울어진 각도가 여느 놀이동산 롤러코스터와 비슷하다.

에스컬레이터 사이에 내부계단이 없어서 고장이 나면 승객들에게 욕먹기 딱 좋다.


밖으로 나가면 좁은 인도가 답답해 보인다. 모텔촌과 시장이 있다. 술집들 사이로 언덕이 보인다. 이곳에 사람들이 주로 산다. 아파트 단지가 아닌 산동네 빌라촌이다. 예전에 교회 형이 이곳에 살아서 와본 적이 있었다. 그 형의 티코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던 기억이 난다.


명찰을 부러뜨리다.


여기 사시는 분들은 아쌀? 하다. 뒤 끝이 없다고 말해야 하나?

전화 민원과 인터넷 민원이 드물다. 왜냐하면 현장에서 거의 해결된다.

이 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 승객과 다투게 되었다. 당시에 부역장은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고 내가 어떻게 대처하나 지켜보고 있었다.

한 승객이 개찰구에서 못 나가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손님, 뭐가 안 되세요?"

반쯤 풀린 눈과 턱에 난 수염이 그날의 고된 일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야! 너 일루 와바"

(일단 참았다.)

"너 세금 받아먹고 똑바로 안 해!"

"손님, 일단 이쪽으로 나오세요."

"너, 이름 모야?"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xxx입니다."

명찰을 보더니 부러뜨린다.

(헉!)

"내가 누구누구를 아는데 내일 다 주거 써!"

(숨을 한 번 크게 쉬었다. 그리고 나도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술을 드셨으면 곱게 집에 가셔야지. 이게 무슨 행동입니까!"

"이 놈 봐라."

"저 놈 아닙니다."

내 멱살을 잡는다. 힘이 셌다. 일용직 노동을 오래 하신 거친 손이었다.

이때 사무실에서 지켜보던 부역장이 나와서 말렸다. 곧 이어서 경찰이 오고 마무리 됐다.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갔다. 검은색 밤하늘은 유독 밝아 보였다.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왔다.


셔터를 열어야 한다


그날 영업을 마치고 선배조원들과 술 한잔을 기울였다.

오고 가는 술잔 속에 우리의 시간은 점점 흐르고 있었다.

당직이 누구였는지 기억이 없다. 직원 모두 취한 밤이었다.

당직자는 아침에 팔 표를 뽑아놔야 한다. 그리고 공익요원이 셔터와 승강설비를 작동시킨다.

5시에 대부분 영업준비를 마친다. 하지만 그날은 너무 취해서 다 같이 잠들었다.

심지어 공익요원도 없었다.


쾅!

쾅!

'이게 무슨 소리지?'

내 옆에는 부역장과 선배직원들이 있었다.

이상한 예감에 시계를 봤다.

'5시 20분'

첫차가 오기 10분 전이었다. 부랴부랴 옷을 입으면서 선배를 깨웠다.

침실문을 열고 나가보니 셔터 앞 풍경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건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이 셔터를 열지 않으면 없애버리겠다는 표정이다.

주로 검은색 옷에 군대 더블백을 짊어지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공구를 이용해 셔터를 열려고 했었다.

당시 이곳에 첫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건설노동자가 많았다.

봉고차 대신에 첫차를 이용해서 목적지로 향했다. 생업이 달렸는데 문을 안 열어주니 얼마나 분토이 터졌을까.

나는 연신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였다. 셔터를 올리느라 에스컬레이터를 미리 작동시키지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는 아저씨들의 x팔 x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때! 어제 나와 다퉜던 취객이 표를 달라며 돈을 내민다.

너무도 황당했다.

"손님, 어제 저 기억 안 나세요?"

"누구시죠??" (황당한 듯 쳐다본다.)

"아닙니다. 여기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앞으로의 지하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었다.

하지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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