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찾아야 한다.
5호선 서쪽 종착역.
근무기간 3년을 넘기면 발령의 기운이 스멀스멀 찾아온다. 힘든 1 급지에서 근무하면 3 급지로 3 급지에서 근무하면 2 급지로 로테이션 발령이 난다. 그런데 재수가 없으면 3 급지에서 일찍 발령이 나기도 하고, 1 급지에서 1, 2 급지로 가기도 한다. 막상 발령이 나면 여기저기서 불만들이 쏟아진다.
5호선 시내구간에 있는 편한 역에서 3년을 넘게 근무하고 있었다. 발령 1순위였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봤을 때 5호선 서쪽이 유력했다. 부역장과 주간근무를 마치고 직장인의 메뉴,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톡'이 왔다. 회사 정보를 발 빠르게 옮기는 직원이 인사명령 파일을 보내주었다.
파일을 열어보고 내 이름을 찾아본다. 찾았다!
'어라? 5호선 서쪽 종착역!'
1 급지는 아니어도 종착역답게 이벤트가 많은 곳이었다.
첫인상.
짐을 가지고 찾아갔다. 종착역 노랫소리가 들렸다. 승강장이 다른 곳과 달랐다.
열차가 진입하고 나가는 곳이 더 많았다. 종착역에 열차가 도착하면 돌아서 다시 나가거나 차량기지에 입고한다. 공익요원도 많이 보였다. 기지에 도착하는 열차는 직원과 공익요원이 열차에 들어가서 승객 유무를 살펴야 했다. 차량기지에 들어가면 나오는 대중교통이 없다.
짐을 들도 역무실에 들어갔다. 여기사 사무실인지 유실물 센터인지 모를 정도로 각종 유실물들이 쌓여 있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냉장고도 이미 유실물로 차 있었다. 유실물을 의뢰하는 전화가 많이 왔다. 이곳에서 3년 이상을 근무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복잡했다.
유실물 에피소드 1
사무실에 있으면 공익이나 청소하시는 여사님들이 열차 내에 있는 유실물들을 갖다 줍니다.
유실물이 들어오면 '경찰청 유실물 포털 사이트'에 등록을 합니다. 다른 곳에서 검색을 하다가 종종 찾으러 오기도 합니다. 역에서 업무가 많은 날이나 유실물이 유독 많은 날은 등록을 늦게 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 청소하시는 여사님이 쇼핑백을 유실물 보관함에 두고 가셨습니다. 그날이 비가 오는 날이라 우산 유실물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우산이 쌓이고 쌓여 산을 이루더군요. 우산을 잃어버렸다는 전화도 많이 옵니다.
한가해질 무렵 사이트에 등록하려고 공익요원에게 유실물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유실물을 옮기던 공익요원이 갑자기 쇼핑백을 던지면서 괴성을 질렀습니다. 전에 여사님이 건네주었던 쇼핑백이었습니다.
(화들짝 놀랐습니다.)
"모야??"
(벌벌 떨면서)
"저기... 쇼핑백에..... 사람... 머리가...."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표정이었죠.
저는 조심스럽게 쇼핑백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손으로 입구 쪽을 열었습니다.
"아오!!!!! 이게 모야!!"
저도 너무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가발'이었습니다.
미용을 배우시는 분이 놓고 가셨나 봅니다.
마네킹 얼굴에 사람과 똑같은 검정 머리카락이 위에서 보였던 거죠.
저는 다른 직원과 공익요원에게 보여주며 똑같이 놀라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죠.
유실물 에피소드 2
저녁근무였습니다. 유실물들에 둘러싸여 익숙한 업무를 보고 있었죠. 자정이 가까울 무렵 운행하는 열차가 적어지면서 한가로워집니다. 그런데 이상한 알람 소리인지 주기적으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XX아 너 알람소리냐?"
공익요원에게 물었습니다.
"아뇨. 그런데 무슨 새소리가 들리네요."
"글치?"
유실물이 있는 곳에 새장은 없었습니다.
구석구석 찾아보아도 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쓰레기통 옆에 검정 비닐봉지가 보였습니다.
비닐봉지 안을 열어봤지만 찢어진 종이 상자가 전부더군요.
다시 쓰레기통 옆에 놓으려는 순간 상자에서 '푸드덕'소리가 들리더군요.
찢어진 종이 상자를 자세히 보니 '앵무새 2마리'가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더군요.
소리의 범인은 작고 귀여운 앵무새였습니다.
삭막한 역무실에서 기계음이 아닌 실제 새소리를 듣게 됐네요.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