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면 고통도 사라진다.
편리 하지만 흉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역사 안에는 승객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승강설비가 자리 잡고 있다. E/S(에스컬레이터), E/L(엘리베이터), M/W(무빙워크), W/L(휠체어리프트)가 있다. 역사 구조와 혼잡도에 따라 승강설비가 설치돼 있다. 승강설비가 많이 있는 역은 각종 사고와 장애를 안고 근무한다. 역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민원도 승강설비와 관련된 것들이다.
주야간근무에는 책임자가 역사순회를 하면서 시설물을 살펴본다. 화장실에 이상은 없는지, 천장에 물이 떨어지는지, 타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토사물이 있는지, 노숙자가 구석에서 자고 있는지, 구걸하는 사람은 없는지 등을 본다. 또한 역사를 돌아보며 승강설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지 어디 깨진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고 이상이 있으면 해당부서에 신고를 한다. 미리미리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민원을 예방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쉬운 일이다. 아쉬운 점은 항상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작업이 미뤄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민원을 모두 받아내야 하는 우리 입장은 곤혹스럽다.
사고는 야간에 주로 난다.
18시 야간근무에 들어간다. 시간이 흘러간다. 각종 음주를 즐겼던 이들이 역사로 내려온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슬슬 긴장이 된다. 무언가 일터 터질 것 같은 안 좋은 예감들이 말이다.
특히 대형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더 힘들다. 늦은 밤이 찾아오면 화장실을 못 찾고 구석에서 일을 보는 사람, 기둥을 부여잡고 토를 하는 사람, 연인과 보기 민망한 애정행각을 하는 사람, 고래고래 떠드는 사람 등등.. 이 분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거하게 한 잔 빨고 이곳으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이 정도는 귀엽게 볼 수 있다.
본 게임? 은 주로 승강설비에서 이뤄진다.
사무실에 전화가 울린다.
“감사합니다. xx역 xxx입니다.”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거기가 어디죠? 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도구함을 들고 신고받은 곳으로 헐레벌떡 뛰어간다.
벌써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여기저기서 119에 신고하는 사람과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잠깐만요. 직원입니다. 손님 괜찮으세요?”
“으.... 여기가 어디야?”
“??”
그렇다. 한 잔 걸치고 지하철을 타려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 중에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것이다.
에스컬레이터에 넘어지면 굉장히 위험하다.
계단 턱이 날카로워서 넘어지면 피부가 쉽게 찢어진다. 쉽게 말해서 날카로운 칼이 되기도 한다.
우선 다른 직원이나 사회복무요원에게 119를 부르라고 지시한다. 승객 중에 미리 전화해 놓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할 수 있는 응급처치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면 천만다행이다.
119 대원 분들이 도착하면 환자를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이송한다.
그러나 술에 취해 다친 승객들은 이런 의사표현을 자주 하곤 한다.
“나... 괜찮아.. 집에 갈 거야..”
“환자분 많이 다치셔서 병원에 가야 합니다.”
여기서 119 대원을 따라나서는 경우도 있고 정말로 열차를 타고 집으로 가기도 한다.
119 대원도 권유를 하지만 승객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들도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동의서까지 받은 후 자리를 떠난다.
뒤처리는 우리가 한다. 바닥에 흘린 피를 청소해 주시는 여사님들이 재빨리 닦아 주신다. 그리고 부상당한 승객을 열차까지 태워 보내 드린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상황보고를 작성하면 한숨 돌릴 수 있다.
나도 모임이 있어서 가끔 술을 마시지만 직업병일까?
술을 마신 후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내려오면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노력한다. 절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놓지 않는다. 무리하게 뛰지 않는다. 여러 승객들이 다친 경우를 많이 봐와서다.
(119 대원 분들은 특정장소에 가면 비상구부터 확인한다는 직업병이 있다고 들었다.)
위에서 말한 승객은 얼굴이 찢어지고 무릎에서 피가 난 상황이었다.
누가 봐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술 한잔 들어가면 고통도 잊는다.
알코올이 주는 진통제일까?
다음날 일어나서 고통을 느낄 승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술이 술을 부르지만 안전을 위해서 택시를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 괜찮아... 집으로 갈 거야..”
"안 괜찮아 보입니다.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