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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와붕가 Oct 09. 2024

불꽃도 터지고 승객도 미어터지고

때가 왔다

축제를 대비하는 지하세계


축제 시작을 알리는 포스터가 각 역으로 배부됐다. 포스터를 붙이면서 기대와 흥분보다는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본사부터 현장까지 축제일에 지원근무 지원을 받는다. 지원을 받는 역은 축제를 안전히 치르기 위해 분주하다.


불꽃이 화려하게 터뜨려지는 날짜는 바로.... 내 야간 근무일이다. 한 마디로 제대로 걸렸다!

우리 역 근처에는 불꽃을 보기 위한 명당이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날은 전체적으로 승객들로 붐비는 날이다. 


여의도 불꽃 축제 당일


야간 출근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하철에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사랑의 눈빛을 발사하는 연인들, 돗자리를 들고 있는 부모와 신나서 방방 뛰어다니는 자녀들, 온갖 멋을 어설프게 부린 청소년들, 그리고 올 해는 유독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아마도 관광코스로 이 기간에 방문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근무복을 갈아입는 중에도 끊임없이 방송이 흘러나왔다.


'지금 불꽃축제로 인하여 여의나루 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있습니다. 불꽃축제를 이용하실 승객께서는 여의도나 마포역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이 아닌 방송 기계 목소리가 매우 건조하게 들렸다. 지나칠 정도로 방송은 이어졌다. 승객들의 문의가 쏟아진다. 주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지금 방송에서 뭐라고 하는 거죠?"

"지금 열차 다니는 거죠?"

"여의나루역을 왜 안서는 거요?"


한가한 주말 야간근무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승객들이 불꽃축제를 이용하기 위해 5호선을 이용하고 있었다.

불꽃 축제를 즐기기도 전에 취해서 쓰러진 승객이 발생했다. 아직 불꽃 축제 개회식도 열리지 않았다.

아마도 스스로 축제를 즐겼나 싶다. 그렇게 이른 시간에 취객을 지상으로 안내했다.


불꽃 축제가 시작 될 무렵부터 승강장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나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너튜브로 축제에 동참했다. 불꽃을 터뜨리기 전에 한화 임원, 서울시 의장, 서울 시장이 나와서 축제를 알렸다. 

여기서 아쉬웠던 장면이 있었다. 어느 누구도 개회사를 하면서 지하철 직원들의 수고를 말해주지 않았다. 

이들의 눈에는 공원에 보이는 경찰이나 소방관 시민밖에 보이지 않았나 보다. 


축제 덕분에 막차가 조금 늦어졌다. 모두가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아무런 사고 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제가 대신해서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일 수고해 주신 모든 지하철 관련 직원분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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