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출근한다
회사를 다니면 해마다 승진, 발령이 반복되는 역사를 밟게 된다.
해당직급에 일정기간을 채우면 근무평가 점수와 표창의 유무요소가 합쳐져 승진을 한다.
나의 첫 번째 탈락은 5급 과장부터였다.
6급 시절 역장에게 표창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같은 반에 한 번도 표창을 받아보지 못한 같은 6급이 있었다.
당시에 나는 노동조합 간부를 하고 있어서일까.
내가 받을 표창을 양보했다.
"역장님, 저한테 주신다는 표창을 김주임에게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6급 시절 표창을 받지 못해 나는 끝순위로 5급 승진을 하게 된다.
앞서가는 동기보다 3년 차이가 났다.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너무도 후회한다.
줄 때 받아야 한다는 선배들의 말을 흘려들었다.
승진발표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단을 본다.
아는 동기들의 이름이 보인다.
그런데 내 이름이 없다.
한 번 밀리면서 계속 계속 밀리기 시작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참... 자괴감과 허탈함이 몰려온다.
몇 년이 지나 5급을 달고 복수극을 펼치듯이 표창을 두 개나 받았다.
4급 진급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늦은 편이지만 같이 된 동기들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최근에 부역장 선정 면접을 봤다.
4급을 달고 2년이 지나면 대상이 된다.
전에는 경쟁률도 없었고 빈자리만 생기면 차례대로 올라간 직책이었다.
올해는 여러 명의 대상자들과 경쟁을 펼치게 됐다.
면접점수 80과 기타 점수 20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역에 있는 김 차장은 누가 봐도 실적이나 근무점수를 보더라도 된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나였다.
심지어 다른 반 부역장은 나보고 "면접을 왜 보려고?"라며 놀렸다.
그만큼 나는 누가 봐도 아니었다.
난 우리 조 면접에서 잘 봤다고 자부한다. 압도적이었다.(지금도 착각인가 싶다)
잠재의식을 쏟아내며 내 이름이 명단에 있다는 시각화를 했다.
시각화는 사기였다.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다.
그런데 김 차장도 없었다. 김 차장은 화가 나서 누구도 옆에서 말을 걸지 못했다.
듣기로는 김 차장은 면접도 잘했다고 한다. 그럼 왜??
이곳은 점수로 공정하게 선정되는 곳이 아니다.
면접을 평가하는 이들이 누구인가.
14명 중 6명이 선정됐다.
다시 잊고 살았던 좌절감이 몰려왔다.
김 차장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욕설을 했다.
그 마음 충분히 공감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은 무엇일까.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
단 한 문장이 생각난다.
지난날을 견디었다. 이번에도 이겨내자. 내 꿈과 목표는 이곳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