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버렸다
주간근무였다. 이날 부역장이 쉬었다. 다른 조에서 한 명이 지원을 나왔다. 며칠후면 퇴사하는 직원이다.
해당 직원은 출근해서 사직서와 기타 서류를 작성하느라 바빠 보였다. 다른 공공기관으로 간다. 축하한다.
이날 유독 다른 날과 다르게 업무가 많았다. 내 기본업무와 사업소에서 내려오는 업무 그리고 역장이 와서 이것저것 전달사항을 말하고 갔다. 뛰어난 우리 막내 직원까지 내게 도움을 요구하는 전화도 많았다.
오랜만에 진이 빠진 상태로 퇴근을 했다. 저녁을 먹고 아들이 학원을 마칠 때까지 독서, 유튜브를 보면서 기다렸다. 저녁 10시 30분에 아들이 귀가했다. 이 시간 나는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알고리즘에 '대통령실 긴급 담화'가 나왔다. 그런데 여러 번 클릭을 해도 아무런 화면이 나오지 않았다.
'뭐야, 썰렁하게'
아들에게 잘 자라라는 따뜻한 말을 남기고 침실로 들어갔다. 아내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 저녁에 9시만 넘으면 먼저 잔다. 우리 집은 역사적인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잠이 들었다.
"오빠! 서진 엄마 카톡이 왔는데, 밤에 계엄령이 내려졌었데.. 그런데 계엄령이 뭐야?"
(우리 아내는 정치, 경제를 전혀 모르고 산다. 그래서 내가 좋아한다)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듣고 나서 대답했다.
"계엄령이란 국가원수가 이럴 때 저럴 때 쓰는 거야. 결론적으로 좋은 일은 아니지.
역대 대통령들이 그걸 도구로 악용했으니까"
대답하고 나서 정신이 나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방송사 라이브를 켜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2024년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성장시켜 온 민주주의와 경제를 한 인물에 의해 무너지고 있었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는 우리나라를 위험 국가로 지정해서 여행을 가지 말라고 했다.
미국시장과 환율을 체크했다. 한국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환율은 1,440원까지 올라갔었다.
비트코인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8 천만 원까지 내려갔다. 디지털 금이라고 하던데 더 올라야 맞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주식시장은 계엄이 해제된 후라 생각보다 낙폭을 줄이며 마쳤다. 비트코인도 폭락 전 가격으로 회복했다.
비트코인 유튜버들은 폭락당시 열심히 샀다고 했다. 사고파는 사람들이 몰려서 가상 자산 거래소 로그인이 안 됐다고 했다.
내 자산 거의 대부분은 미국 ETF에 투자돼 있어 오히려 계좌가 불어났다. 그런데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저녁 출근하기 전까지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떤 나라인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아주 뛰어난 민족 아닌가.
우리나라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는 분명하다. 주변에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어렵다고 한다. 대기업에 다니시는 분도 구조조정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 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는 이 마당에 계엄령까지 발생해서 안타깝다.
그래서 내가 출근길에 선곡한 노래는 바로,
가사가 쏙쏙 박힌다.
서태지에게 '문화대통령'이란 수식어는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