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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신 Jan 09. 2022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연재6)

나는 누구인가, YO세대 전성기는?(100세  시대 라이프쉬프트)

2. 나는 누구인가, YO세대 전성기는?  


-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후반 생애설계에 앞서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열 살 무렵 창호지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질 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생각에 혼자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고교 시절에는 학교를 중퇴하고 봉화 축서사에서 고우스님을 만난 적이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후 고우스님은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승이 되셨고 2021년에 입적하셨다. 

당시 고우스님은 혼돈에 빠진 나에게 인연과 업(業)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라만상이 생멸(生滅)하고 변화하지만 모든 현상은 독립적인 것이 하나도 없고, 인과(因果)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라고. 당시는 인과응보나 업보(業報) 정도로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불교의 연기론(緣起論)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다 내게로 오라”라는 성경구절에 매혹되어 한동안 성경공부를 하였고, 성급한 마음에 나중에는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도 했다. 


아직도 그 때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신비한 우주공간에 생존해 있는 나의 위치를 알아보고자 한다.

우주의 나이는, 빅뱅이 일어난 때부터 우주가 팽창하면서 현재까지 흐른 시간을 의미한다. 천문학적인 방법론을 사용하여 유추한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이고, 우리가 사는 지구의 나이는 약 45~46억 년 정도로 본다. 

이런 지구 위에서 약 7,000만 년 전 영장류가 탄생하였고 초기인류는 700만 년 전 침팬지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고, 이후 25종의 원시인류로 존재했다고 한다. 

화석과 유전자정보를 분석하건데,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약35만 년 전부터 북부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였고, 호모사피엔스와 마지막까지 생존경쟁을 벌였던 네안데르탈인은 약 4만 년 전에 지구에서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 두뇌가 크고 힘이 더 세었지만 협업하는 능력에서 뒤졌다고 학자들은 추정한다.   

호모사피엔스는 군중으로 협동할 줄 알았고, 동물 중에는 유일하게도 상상력과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졌다. 이들의 후손인 신석기인들은 약 1.2만 년 전부터 수렵생활에서 집단 농경생활로 전환하면서 문명을 창조하였다. 인류가 최초로 문자 기록을 남긴 것은 기원전 5,000년경이니, 인류문명의 역사는 약 7.000년 정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짐승처럼 살다가 사람답게 살게 된 것이 겨우 7,000년 정도이다. 그 이전은 수렵생활이었고 잡아먹지 못하면 죽었기 때문에 구석기인 평균수명은 18세였다.

그나마 기록을 남길 수 없어서 인류의 지식은 후손들에게 전달되지도 확장되지도 않았다.

지구 나이 45억 년에 대비한 인류문명의 역사 7,000년은 약 1/643,000 이다. 인류의 긴 역사에 비해 우리 문명이란 큰 운동장에서 바늘자국 하나의 찍힌 크기와 같다.

출처: 배근태 작가 페이스북


우주의 크기 또한 오리무중이다. 태초에 우주의 빅뱅이 있었고, 대폭발의 영향으로 아직도 우주는 매우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팽창하며 커지는 우주의 크기는 현재 관측된 천체 자료를 근거로 계산해 보면 400억 광년이나 된다. 

사실 인간의 감각으로는 빛의 속도라든가, 억이라는 숫자의 크기도 실감하기 어렵다. 

우리가 있는 태양계는 은하계 한쪽 모퉁이에 존재한다.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스스로 빛을 내는 고온의 천체을 항성이라고 하는데, 우리은하 내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1000억 개 정도가 있고, 대우주 안에는 우리 은하 이외에 천억 개 이상의 다른 은하가 더 있다고 한다. 이를 전부 합치면 이 우주에 있는 항성의 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중에서 궤도가 살짝 기울어진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이자 가장 완벽한 행성이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인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적외선, 자외선, 라디오파 등 인간이 볼 수 없는 빛의 파장영역이 존재하고, 들을 수 없는 음의 영역대가 존재하고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영혼의 영역대가 존재하는 듯하다.

이렇게 신비하고 아름다운 지구이지만, 산업화 이후 지구는 이산화탄소 과다배출로 인해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바다수온이 상승하고 빙하가 녹고, 최근에는 폭염, 산불, 홍수, 가뭄, 폭설 등 이상 기후가 속출하고 있다.

지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자 뒤늦게 세계는 하나뿐인 지구를 구하기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부터 신차의 50%를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제작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한국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감축목표 40%안을 발표했다. 45억년의 역사를 지닌 지구도 생존을 위한 본능과 지능을 갖고 있을 것이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바이러스로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나도 한 때는 새파란 신입사원이었고 민방위훈련에 소집되는 선배들을 한물간 남자처럼 생각하던 예비군이었다. 그러나 내게도 민방위 소집장이 오고, 회사 책임자가 되고 고령자가 되어 은퇴의 대상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어느 날 도둑처럼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직장생활 29년은 내게는 오지 않을, 29억 광년 정도의 먼 거리로 생각하였다. 

살아오면서 삶이 내게 유리하였던 적은 있었지만 완벽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달콤함 시간은 짧았고, 그런 시간은 문틈 사이로 잠깐 지나가는 짐수레와 같았다.

힘들고 아픈 시간은 달팽이처럼 느리게 지나갔으나 언제나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살다간 인류의 숫자는 1,000억 명이라고 한다. 알고 보면 ‘나’라는 생명체는 신비하고 기적적이다. 

나는 퇴계 이황의 15대손이다. 부모와 조부모, 증조와 고조부 등 계속 위로 15대를 올라가면 30명의 부모들이 있고, 이들 중 단 한 명이라도 결혼 전에 사망하였거나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였더라면 ‘나’라는 생명체는 태어날 수 없었다.

확장해서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조상들의 생존확률과 결혼확률을 계산해 본다면, 모든 인류의 태생은 로또 1등을 수차례 연거푸 맞아야 태어날 수 있는 기적적이다. 

기적 같은 생명로 태어났지만 예전에는 결혼과 임신, 출산이 가능한 20세까지 생존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1만~4만 년 전 크로마뇽기 인간의 기대여명은 18세, 르네상스 시대에는 30세였다고 한다.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조선시대 서민들의 평균수명은 35세~40세, 1950년대 평균수명은 47~52세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해외 자료에 의하면 1950년경 한국의 평균수명은 남자46세, 여자 49세로 평균수명이 47.5세(당시 일본인들은 평균 64세)였다. 

기아, 역병, 전쟁(폭력)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통제 불가능한 위험요소였고 최근에 와서야 극복이 되었다. 그 이전에는 이런 재앙이 한번 지나갈 때 마다 인구의 20~25%씩 감소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에서 ‘현재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 사람이 못 먹어서 죽는 사람보다 많고, 늙어서 죽는 사람이 전염병에 걸려 죽는 사람보다 많고, 자살하는 사람이 군인, 테러, 범죄자의 손에 죽는 사람보다 많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부모세대는 기아와 전쟁 속에서 근근이 연명하였고, 어릴 적에는 콜레라나 천연두를 앓기도 하였다. 

지금도 코로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14세기에는 흑사병으로 전체인구의 1/3인 2억 명이 사망하였고, 20세기에는 천연두로 3억 명이 사망하였다. 1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세계 인구가 17억 명 중 약 5억 명이 감염되었고, 사망자는 최소 1,700만에서 최대 5,000만 명으로 추정된다(1차 세계대전 사망자는 900만 명이다) 


출처: 배근태 작가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국제 질병분류표 상에 등록된 질병은 모두 12,420개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 인류의 15%는 폭력이나 전쟁으로 살해되었고 자연사나 병사로 죽을 확률은 85% 정도였다. 지금은 일자리가 없어서 고민이지만 우리 조부모세대에서는 삶이 곧 중노동이었다. 기계의 도움이 전혀 없는 농사일은 손이 많이 갔고 모든 것을 근육의 힘으로 해결할 당시의 노동 강도는 끔찍했다. 어릴 적 농촌에서 성장했던 기억을 돌아본다면 농사일 외에도 어른들이 해야 할 일들은 차고 넘쳤다. 생각해 보면 지금은 대부분 없어진 일이다. 여름철 소꼴 베기, 누에 키우기, 겨울철 산에서 땔감하기, 방아 찧기, 남자들은 밤에 새끼를 꼬았고 여자들은 길쌈을 하고 삼베를 짰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조차 밭일을 도우면서 틈틈이 빨래와 가족의 식사준비를 하였다. 아픈 사람이 아니라면 아이들부터 동네 어른들까지 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아는 유일한 퇴직자는 뱀에 물려 6개월째 걷지 못한 이웃집 아저씨뿐이었다. 

동네 어른들은 술에 취하면 매일 반복되는 중노동에 대해서 ‘솔직히 말하면 죽지 못하니까 살고 있다“고 푸념했다. 게으른 사람들은 비가 오는 날을 은근히 반겼다. 

이 무렵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살았던 어떤 노인의 경우도 비슷했다. 노인은 유년시절 주 90시간을 일했다고 고백한다. 인류는 숱한 질병과 사고위험 속에서 살았고 우리가 중노동에서 해방된 것은 불과 한 세대 전의 일이다. 기계와 신기술의 등장생산성 향상으로 근로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주 4일제 근무가 대선공약이 되기고 하였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하는 질문은 인간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기도하다.

이를 고민하고 체계화한 것이 철학이고 종교이고, 19세기 이후에는 심리학, 정신분석학, 뇌과학까지 가세하였다.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사춘기이다. 

위(衛)나라 대부 거백옥은 ‘나이 50에 이르자 지난 49년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라고 했고, ‘나이가 60이 되어서는 60번 변화했다’라고 고백했다.

현재 78억 인류는 모두가 유일하고 평균적인 삶이 아닌 각각 주체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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