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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 Kim Jul 21. 2016

괴물 이야기

마을을 먹어치운 괴물

괴물은 한 달에 한 번씩 마을에 내려와 소를 잡아먹고, 밭을 갈아엎고, 요람에 누워 자고 있는 아이들을 훔쳐갔다. 마을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마을 사람들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이러지 말고, 산신(괴물)님께 제물을 바칩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매달 말일이 되면 마을에서 키운 싱싱한 농작물과 향기로운 술 세 항아리, 가장 예쁘게 생긴 송아지 한 마리, 돼지 한 마리, 닭 열 마리를 마을 입구에 놓았다. 괴물은 해가 뜨기 전 가장 어두운 밤에 마을로 내려와 웃으며 식사를 했고 술에 취해 흥이 날 때면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다. 그럴 때면 마을 사람들은 대문과 창문을 걸어 잠그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귀를 막았다.  


어느 날 소년 하나가 마을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두려움에 떨고 살아갈 건가요? 빼앗긴 갖난 아이들은요?"


마을 사람들은 괜히 괴물을 화나게 해서 더 큰 화를 입으면 어쩌냐고 소년에게 말했다. 소년은 울먹거리며 소리쳤다.


"동생이 괴물에게 잡혀갔다구요! 옆집도 건너집도 이제 아이들이 없어요. 이러다간 마을에 씨알도 안 남아요. 다들 못하겠다 하시면 저 혼자라도 가겠어요!"


마을 사람들은 잠시 웅성웅성 수군대다가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야!! 이 미친놈아!! 지금도 충분히 평화로운데 왜 다 꺼진 불구덩이를 부지깽이로 뒤집어? 닥치지 못해?"


소년은 울부짖었고 소년의 어미는 어린애의 헛소리니 노여움을 풀라며 마을 사람들에게 손을 싹싹 빌었다. 마을 사람들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자리를 떠났다. 소년은 어미에게 볼기짝을 맞으며 집으로 끌려갔다.


제물을 바친 어느 날 차려진 제물을 다 먹은 괴물이 소리를 지르며 화내기 시작했다. 마을 뒷산으로 달려가 서낭당을 때려부셨고 나무를 뽑아 집들의 벽을 후려쳐 무너뜨렸다. 한참 화를 내던 괴물은 다시 산으로 올라가며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다시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이게 모두 그 아이 때문이야. 그 아이가 하는 소리를 산신님이 들으신 거야."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집으로 달려가 어미의 입을 막고 손 발을 묶은 후 소년의 멱살을 잡고 준비해둔 가마니에 집어넣었다. 소년은 발버둥을 치며 마을 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소년이 든 가마니를 몽둥이로 치고 발로 차며 조용히 하고 가만히 있으라 했다.


다음날 제물이 다시 준비됐다. 평소보다 더 많이 준비했다. 싱싱한 농작물과 향기로운 술 다섯 항아리를 준비했고, 송아지 두 마리, 돼지 두 마리, 닭 스무 마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가마니에 집어넣은 소년도 제단에 같이 올렸다. 사람들은 북을 치고 꽹과리를 쳐서 괴물을 마을로 불렀다. 괴물은 아직 어스름한 초저녁이었지만 마을로 내려왔다. 그리고 평소처럼 준비되어진 제물들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웠다. 모든 제물을 먹고 가마니가 남은 걸 본 괴물은 길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가마니를 열었다. 거기엔 두려움에 사색이 되어 떨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괴물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리고 소년의 머리를 입으로 가져가 '오독... 오도독... 쩝쩝...' 거리며 씹어 먹었다. 잘근잘근 음미하듯 씹어 먹은 괴물은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추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물을 흘렸다.


그 후 소년의 어미는 실성한 듯이 웃으며 마을을 돌아다녔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소금을 뿌리며 저주받아 옘병 걸릴 년이라며 손가락질하고 욕을 퍼부었다. 그리고 다시 다음 달이 찾아왔다. 이미 사람을 제물로 바친 마을 사람들은 돌아가며 각 집의 아이들을 괴물에게 바쳤고 괴물은 매달 더 많은 제물을 요구했다.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마을에는 아이들이 남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여자들을 제물로 바치기 시작했다. 채 반년이 지나지 않아 마을에 여자들이 남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노인과 병든 자들을 괴물에게 바쳤다. 몇 달이 가지 않아 마을에는 노인과 병자들이 없어졌다. 마을에 남은 남자들은 그제야 소년이 했던 말이 이해됐다. 눈물을 흘리며 촌장이 말했다.


"그때 싸웠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어김없이 다음달이 왔다. 그들은 제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이제 소도 돼지도 닭도 없었고 밭에는 잡초만 무성해졌다. 술을 빚던 아낙들이 없었기에 술도 없었다. 마을 남자들은 낫과 식칼, 괭이를 들고 마을 어귀에서 괴물을 기다렸다. 예와 마찬가지로 괴물은 새벽이 오기 전 가장 어두울 때 마을로 어슬렁거리며 내려왔다. 남자들은 소리를 지르며 괴물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몇 년간 좋은 것을 먹고 자란 괴물은 이미 처음보다 키가 세배나 자라 집 한 채보다 컸고 손톱은 창끝보다 날카로웠으며 이빨은 사람보다 커다랬다. 남자들은 이내 반토막이 났고 목과 팔이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괴물의 손톱과 이빨에 매달려 고통의 신음소리를 흘렸다. 괴물은 바닥에 뿌려진 피를 할짝거리며 그르렁 거리는 소리로 말했다.


"이.. 제.. 다.. 른.. 마.. 을.. 로.. 가.야.겠.군...크르르..."


괴물은 느릿느릿 춤을 추며 산으로 올라갔다. 선넘어 하늘엔 해가 뜨고 있었다. 이내 마을엔 평소와 같이 햇살이 비췄고 그 어느 날 보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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