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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May 09. 2021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게 하는 방법


살면서 이렇게 책을 진지하게 관찰해본 적이 있었나 싶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쓰게 된 이후로 나는 책의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받고 있다.



우선, 사람들이 책을 정말로 많이 안 읽는다는 것.

책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파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해본 일 중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책 쓰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술학원 강사, 웨딩홀 아르바이트,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내가 해본 일 중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가장 돈을 적게 받는 일이 바로 글 쓰는 일이었다. (나의 글쓰기 능력이 별로여서 일수도 있다는 점까지도 고려했다. 반대로 어떤 일은 나의 노력에 비해 많은 돈을 벌게 해주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가끔 책 읽는 사람들을 마주친다. 카페에서도 종종 발견한다. 친구네 집에 가게 되면 책이 얼마큼 있는지도 슬쩍 보게 된다. 한 번도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 적 없던 사람이 책을 들고 나타나는 순간을 발견하면, 대체 무슨 책을 읽는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책을 쓰게 된 사람이 된 이상, 책이 잘 팔리는 것까지의 책임도 있기에 사람들이 언제 책을 읽는지, 어떤 과정으로 책에 푹 빠지게 되는지 관찰해보았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순간을 관찰해보면

5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 :

남에게 굳이 말하기엔 좀 그런 고민이 있을 때

돈에 관한 고민이 있거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저 인간의 심리가 궁금할 때, 나도 나를 잘 모르겠을 때. 누군가에게 물어보긴 좀 멋쩍은 고민이 있을 때 책을 찾는다. 연초에 주식투자 관련 책이 순위권을 몽땅 차지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단계 :

진짜 할 게 없는 곳에 갈 때

기차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거나, 병원에 입원을 해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거나, 감옥에 간다거나(?) 와이파이가 잘 안 터지는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마땅히 할 게 없는 곳에 갈 때, 남는 시간이 붕 뜰 때, 책을 가져간다. 가져갔다가 몇 장 못 넘긴다고 하더라도 유용하다.


3단계 :

우연히 읽은 책에서 영감을 받았을 때

그러다 보면 책을 읽다가 영감을 받게 될 때가 온다. 이제부터 책의 매력을 알게 된다. 그런 책을 만날 확률은 무작위로 100명 중에 나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과 비슷하다. 몇 퍼센트일까? 처음엔 낮은 확률로 나와 대화가 잘 되는 책을 찾을 수 있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경험이 쌓이고 보는 눈이 생기면 확률은 점점 높아진다. '아 이 사람 나랑 비슷한 과네!' 딱 보면 알 수 있듯이. (잘 안 읽히는 책은 나랑 대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랑 어쩌다 만나게 된 것뿐이다.)


4단계 :

글을 쓰고 싶을 때

좀 더 잘 쓰고 싶어서라도 책을 읽게 된다.


5단계 :

진짜 재밌어서 중독될 때

그때는 책을 사는 습관이 어느새 달라져있음을 깨닫게 된다. 필요에 의해서 한 권씩 조금씩 샀던 구매패턴이 완전히 바뀐다. 잠깐 훑어보면 내가 재밌게 읽을 책인지 아닌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고, 책에 돈 쓰는 게 아깝지 않은 경지가 된다. 지출내역에 책에 쓰는 비용이 어느 정도 고정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마음에 확 와 닿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한 문장을 만나면, 그 책은 책값을 다 한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읽지 않더라도 일단 여러 권 사두면 도움이 된다. 몇 개월 뒤에 읽게 되었을 때, 과거의 내가 고민해서 고른 책이 현재의 나에게 도움이 될 때의 짜릿함!



책을 좋아하고 계속해서 읽는 사람들이 정말로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비밀은 여기에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독서에 취미가 늦게 든 케이스다. 어쩔 수 없이 읽었던 10대와 있어 보이기 위해 깨작깨작 읽었던 20대를 보냈다.)


내가 아는 책의 즐거움은

배움의 유익함보다도 '즐거움'에 있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만났을 때의 즐거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숨바꼭질처럼 곳곳에 숨어 있는 영감을 발견할 때의 즐거움,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해 주었을 때의 즐거움이 책을 계속해서 찾는 이유다.



책에는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개는 친구를 사랑하고 적을 문다는 점에서 사람과는 사뭇 다릅니다. 사람들은 순수한 사랑을 하지 못하고 대상관계에서 늘 사랑과 증오를 뒤섞지요. "


"세상은 다 그렇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뉘나 보다. 쓸데없이 성실하거나, 남이 보기에 게으른 사람."


"독학자와 학교에 다닌 사람의 다른 점은 지식 폭이 아니라 생명력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의 정도 차이다."


"이 책에 이러쿵 저 책에 저러쿵 책에다가 뱉는 말들도 다 들린다. 종이가 아쉽네, 예쁜 쓰레기네, 이런 걸 돈 받고 팔아? 쉬운 소리일까 아쉬운 소리일까. 이것도 모르겠다. 점수를 매기는 말들. 점수보다는 박수를 보내면 좋겠는데. 심사를 하기보다는 신사적이면 좋겠는데."


"솔직히 말해서 사람이 사랑에 빠져야만 결혼한다면 대부분은 결혼을 하지 못한 채 죽을 것이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사실이다.





요즘 테이블에 쌓아놓고 읽고 있는 책에서 꼽은 문장입니다.

몇 문장만 읽고도 이게 무슨 책인지 뙇! 아셨다면, 저와 취향이 비슷하시군요!! 흐흐흐  



김파카 그림 작업 구경하러가기 쓩!

저의   <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12,600에 저와 친구가 되는 기회! 읽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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