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쫑쫑 Feb 15. 2021

조금 더 친절하게.

감정이 보드랍고 따뜻한 사람

언젠가부터 웬만하면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자라는 게 내 삶의 모토가 됐다. 나는 예전부터 삶은 참 힘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내 삶이 힘들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여곡절이 있어서 힘든 건 아니다. 나쁜 일만 계속 생겨서도 아니다. 그냥 가만 생각해보니 일상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고난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잠을 자는 것도 우유를 먹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그에겐 고통인 것처럼. 매일 자고 일어나서 일을 하고 음식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똑같은 일상이지만 좀처럼 쉽지가 않다.


40년을 살았으면 익숙할 만도 한데 일상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것만큼은 부자라고 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은 살아내기 위해서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 결심을 했다. 타인을 대할 때 되도록이면 친절하자. 이것은 영국 유학 때의 나의 경험이 만들어낸 결심이다. 처음 유학을 갔을 때 영어도 제대로 못했던 내가 2년 6개월이라는 영국 생활을 잘 마치고 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들의 '친절함'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진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했다. 프리세션널 코스의 튜터들은 물론 대부분의 튜터들은 항상 온화했고 안 되는 영어로 논문 주제를 설명하는 나에게 시간을 주고 끝까지 들어주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할 때도 학교 생활이 버거워 찾아갔을 때도 나는 항상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내 첫 집의 주인아저씨는 유쾌한 이태리 출신의 레스토랑 사장 아저씨였다. 나는 그의 레스토랑 건물의 3층에서 살았는데 그는 농담도 잘했고 내가 갈 때마다 항상 레몬 첼로를 주거나 샴페인을 한 잔씩 주면서 웃어주었다. 사모님도 따뜻했고 가끔 내 얼굴에 정신없음이 묻어있으면 등을 토닥토닥해주셨다. 그 손길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때의 내 상황에서는 대단한 위로였다. 아직도 접시를 가지고 내려가면 맛있게 만들어주셨던 하와이안 피자가 아른거린다. 그들은 항상 내게 따뜻하고 친절했다.   


그러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따뜻함, 온화함, 차분한 말투, 세련된 제스처 등 학위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몸으로 익혔다. 그들을 따라 하고 싶었고 그런 아우라를 갖고 싶었다. 나도 누군가가 나와 이야기를 하면 그들에게서 느꼈던 감정들을 똑같이 가지면 좋을 것 같았고 그러한 감정들로 인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측은지심'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인간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나는 그들의 태도가 이러한 마음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인생을 살아내는 게 힘든 것이니 모두에게 친절하자. 따뜻하게 하자. 이런 것들. 나도 그렇다. 모든 살아내고 있는, 나를 포함한 존재들의 힘듦은 이해하고 측은하게 여기며 조금만 더 친절하자. 감정이 보드랍고 따뜻한 그런 사람이 되자. 오늘도 이렇게 다짐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소하게 그렇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