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분투기 #.2
담당 업무 : 갤럭시 테마 디자인
작업 기간 : 2017.06 - 2017.12
이 작업 역시 대학교 4학년 때 진행한 프로젝트다. 당시 일러스트레이터란 어떻게 되는 건지 1도 몰랐던 때. 무작정 그림을 그리고, 무작정 온갖 사이트에 포트폴리오를 올렸다. 노트폴리오도 그 중 하나였다.
노트폴리오는 자체적으로 공모전이나 클래스, 마켓, 아티스트 인터뷰 등 다양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노폴 운영진들의 인스타를 보며 은은히 동경했던 기억이 난다.
이 프로젝트는 노트폴리오에서 삼성과 함께 진행했다. 당시 삼성은 '갤럭시 테마' 시장을 키우던 때였고, (현재도 갤럭시는 테마를 지원 중이며 전 세계에 오픈된다) 여러 스튜디오, 작가와 손잡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거다.
'노트폴리오x삼성'의 프로젝트 공고를 보고 당장 신청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면, 프리랜서를 하려면, 뭐든, 뭘하든 경력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게다가 노트폴리오잖아? 삼성이잖아?
(선별된 건지 신청자 전원 진행한 건지 기억나지 않는다) 여자 저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고, 관련 안내를 듣기 위해 삼성 R&D센터에 방문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도 꽤 갔는데, 와..... 압도되는 규모의 건물이 있었다. 건물이 아니라, 단지라는 표현이 맞다. 영어마을 하나가 있는 듯, 회사 단지가 있는 듯. 건물 내부는 또 얼마나 넓고 세련됐는지... 이 회사에 들어오려면 뭘 해야 하나 절로 생각이 들었다.
회의실에서 다른 작가님들과 함께 '삼성 갤럭시 테마 제작'에 대한 피티를 들었다. 경력도 없는 대학생 나부랭이가 삼성에서! 노폴과!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있다는 게 너무 신나고 들떴던 기억이 난다.
관련 사항은 전부 기밀이므로 패스.
테마를 만들기에 앞서 '갤럭시 테마' 스토어에 들어가 테마를 인기순으로 쭈욱 훑었다. (나란 삼엽충, 당시에도 갤럭시를 쓰고 있어서 시장조사에 용이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부터 나는 '갤럭시 테마'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오로지 심플, 심플, 심플 그 자체인 디자인만 픽. 그런데 당시 상위권 테마들은? 대게 다채롭고 디테일이 많았다. 그래픽적으로도, 일러스트로도.
'나는 어떤 테마를 만들어야 하지?"
나는 심플함에 초점을 맞췄다. 돌고 돌아 순정. 튜닝의 끝은 순정 아닌가! 유행을 타지 않고 쭉 이어진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 무난한 게, 가장 대중적이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겠어? 하지만 사람들의 니즈도 맞춰 포인트를 준다!
▶1. 갤럭시를 쓰지만 깔끔한 ui를 좋아하는 20-30대 여성.
▶2. 배경화면은 어차피 바꿀 수 있으니, 심플함을 강조하기 위해 화이트 톤으로
▶3. 면이 아닌 선과 색 위주. 심플하지만 포인트 있게
아이콘은 기존 디자인에서 변형도 해보고, 레퍼런스를 여럿 찾아봤다.(디자인 전공이 아니라 아이콘 디자인 시 꽤나 막막했다) 연필로 먼저 스케치한 후, 사진을 찍어 일러스트로 가져갔다. 이후 펜으로 누끼를 따며 작업했다.
1. 플라밍고
갤럭시 무료 테마 인기순 top100
여름을 앞두고 있으니, 트로피컬한 느낌을 내기로 했다. 코랄에서 좀 더 쨍쨍한 핑크와 진한 민트색의 배합. 재수생 시절부터 줄기차게 쓰던 팔레트인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럼 대중적으로 인정됐다고 생각)
초심자의 행운인가? 첫 테마가 '무료 테마 인기순 top100'에 올랐다. '디자인이 통했나?' 긴가민가 하면서, 다음 테마도 비슷한 톤으로 제작했다.
2. DIVE
갤럭시 무료 테마 인기순 top100
당시 작업했던 일러스트의 일부 요소를 가져와 재구성. 여름에 맞게 비비드 한 색감 사용. 이것 역시 서로 반대되는 색감을 그라데이션 배치해서 포인트를 톡톡히 줬다.
두 번의 테마작업이 모두 인기순 top100에 들다보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테마를...돈 받고 팔아볼까?'
3. prologue
가을~겨울쯤. 차분한 색감의 테마를 만들고 싶었다. 당시 댓글로 보라색 테마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이에 맞춰 파스텔톤의 보랏빛 테마를 기획했다.
이 테마는 유료로 업로드 했는데, 앞의 무료로 제공했던 두 테마와 달리 다운로드 건 수가 저조했다. 유료 테마를 만든다면 좀 더 타깃층을 명확히 해야 했다. 두루뭉술해서는 안됐다.
4. 바라봄
아예 타깃층을 설정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여성. 기존과 달리 포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사용했다. 아이콘 역시 웜톤 오렌지와 그린을 섞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lock 화면의 홍채인식은 테마의 컨셉에 맞춰 '강아지'를 형상화해 제작, 테마 사용의 재미를 높였다.
해당 테마 역시 유료로 제작했는데, 무료 테마와 달리 다운로드 건 수가 저조해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1. 무료 디자인이 유료보다 노출도가 큰 건 당연하다. 무료 디자인이 잘 됐다고 유료 디자인도 잘 되진 않는다.
2. 유료 제작 시 기획, 타깃, 디자인 등 모든 분위기를 통일. 일관되고 확실한 컨셉 구축 필요.
3. B2C 작업은 확실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내가 좋은 것', '현재 잘 되는 것', '좋아 보이는 것'과 같이 단순히 생각하면 안 된다.
4.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하자. '나라면 이 제품을 돈 주고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