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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민 Jul 17. 2024

도심 속에서 즐기는 한 잔의 풍류

광화문 한식당 무교주가 제일제면소

광화문 무교주가 제일제면소

전통주 페어링


�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28, 시그너스빌딩 1

�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11시

.

.

브레이크 타임: 오후 2시 30분 ~ 4시

(평일 기준)


✔️ 한식 ✔️전통주


운이 좋게 초대를 받아

'전통주 페어링 + 토크 콘서트' 행사에 다녀왔다.

행사가 열린 곳은 CJ 푸드빌의 무교주가 제일제면소였다.


개인적으론 인테리어에 무지한 편이나

만약 내가 조선시대 사람으로서

21세기의 주막을 상상했더라면


지금의 무교주가 제일제면소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무교주가 제일제면소는 전체적으로 모던한 분위기에

전통적인 요소가 곳곳에 녹아져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김하은 소믈리에와 CJ 푸드빌 마케터의 인사말과

웰컴주로부터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번째 페어링은 해물 미나리 전과 선호 생 막걸리였다.


해물 미나리 전은 얇은 두께에 바삭한 식감을 갖고 있었다.

동시에 기름에 절여진 듯한 느낌은 없이

전 주제에 다소 담백한 감칠맛을 띈 게 특징이었다.


그래서 더욱 선호 생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선호 생 막걸리에 느끼함을 씻어주는

시큼한 산미가 있다고 한들


전체적으로 술의 체급이 라이트에 가깝기 때문에

만약 기름을 가득 품고 있는 헤비급 전을 만났더라면

뼈도 못 추렸을 것이다.


두 번째 페어링은 메밀 골동면과 유자가였다.


골동면에서 골동은 여러 가지를 섞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골동면은 비빔국수 정도로 해석해도 좋다.

같은 이유로 과거에 비빔밥은 골동반이라 불렸다.


나는 쫄깃한 면발을 좋아하기에

예전이었다면 이번 음식이 취향에 안 맞았겠지만,


요 근래 평냉으로 메밀면을 학습했던 덕인지

오히려 뚝 끊어지는 면발에서

'절제된 맛'이란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한 유자가는 유자향과 상큼한 맛을 가진 유자 막걸리다.

새콤달콤한 둘의 조합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만들어 냈으며, 그 덕에 부담 없이

두 음식과 술의 합을 즐길 수 있었다.


세 번째 페어링은 항정살 수육과 천비향 탁주였다.


앞에서 맛본 해물 미나리 전과 선호 생 막걸리가

라이트 체급의 경기였다면


항정살 수육과 천비향 탁주는 슈퍼 미들급 정도 되는

경기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기의 느끼함을 술의 알코올이

화사하게 잘 잡아줘서 좋았고,


함께 나온 갓 장아찌와 부추무침이

입안을 환기시켜 주는 역할을 해줘서


다소 무거운 음식과 도수가 높은 술의 조합임에도

싱그럽게 즐길 수 있었다.


네 번째 페어링은 매운 고추튀김과 팔팔 막걸리였다.


고추튀김을 먹고 확실해진 건,

무교주가 제일제면소는 전과 튀김 맛집이라는 거...

느끼하지 않으면서 바삭한 식감이 딱 내 취향이었다.


맵기의 정도마저 내 입아 맞았다.

이름은 '매운'이었으나

정말 약간의 매운맛이 느껴질 정도였고


그마저도 부드럽게 흘러가는 달콤 씁쓸한 막걸리 맛에

금세 사라졌다.



다섯 번째 페어링은 낙지볶음과 해창 막걸리 12도였다.


낙지는 정말 야들야들했고 코를 매콤하게 치고 올라오는

불향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텁텁한 붉은 양념이 아니라서 좋았다.


동시에 낙지 특유의 쫄깃한 식감도 살아있었다.

낙지 한 입하고 해창을 한 잔 들이켜보니

낙지의 쫄깃한 식감과

해창의 다소 꾸덕꾸덕한 질감이 만나

마치 찰기 짙은 흰쌀밥에

낙지를 올려 먹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페어링은 속초식 물회와 일월삼주-이주였다.


일월삼주-이주는 이날 마셨던 술 중 유일한 약주로

막걸리보다는 비교적 가벼움을 무게감을 갖고 있는데,

그 덕에 물회의 묽은 육수와

조화롭게 잘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물회에 막걸리를 곁들였다면

입안에서 느껴지는 밀도 차이에

이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초대해 준 마음에 감동을 받아 모든 게 마냥

맛있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하은 소믈리에의 설명과 CJ 푸드빌 마케터의

미친듯한 진행력이 없었어도 내가 이 정도로

맛있고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그건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정말 맛있고 즐겁게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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