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의 시작 :생각 - 단편 이야기 소설
그가 과거의 생각을 회상하며 말을 꺼냈다.
내가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떠오른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잡아 엉뚱한 생각이 연결되어 만나게 되었지.
그때 생각의 시작은 아주 단순했어. 물론, 생각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한 지는 모르겠어. 그냥 지금 생각 나는 생각은 아줌마가 떠올라. 아주머니는 내가 다녔던 학교 선생님과 닮았지. 그 선생님은 꽃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 같이 책상 위에 꽃이 있었지.
나는 꽃 하면 유독 봄 개나리가 생각이 나곤 하지.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회색 빛 삭막한 산과 들에서는 보기 드물게 찐한 노란색 컬러는 나를 한방에 매료시켰지. 노란색 꽃 중에는 시골 담벼락을 타고 올라온 호박꽃도 있지. 큼지막한 노란 꽃 안으로는 벌이 날아와 꿀을 따곤 했어. 온몸에 노란 꽃가루를 묻히고는 어디론가 멀리멀리 날아갔지.
벌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자라나기 시작했지. 그렇게 엉뚱하게 연결된 생각들은 나를 꼬셨어. 그날 나를 꼬신 것 중에는 노란 바나나도 있었어. 노오란 개나리 못지않게 신선했지. 처음 보는 노란 바나나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지. 노란색을 심하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왠지 노란색은 마음을 노랗게 물들이기에는 충분했지.
그렇게 처음 본 바나나는 또 다른 신기한 것들을 보고 싶게 만들었지. 조금 더, 좀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싶어 결심했지. 그 생각은 마음을 움직여 생전 보지 못한 동물도 꽃도 과일도 나무도 그리고 심지어 노랑머리, 파란 눈을 한 외계인 같은 사람이 사는 나라로 인도했지.
그렇게 떠난 여행은 많은 곳의 서로 다른 것들을 만나게 해 주었어. 꽃 같은 알록달록 나무들도 보고, 무섭게 생겼지만 귀여운 동물과 외계인 같은 신비스러운 것들도 보았지. 괴상하게 생겼지만 맛은 정말 놀란 만한 과일도 먹어 보았지. 세상은 참 신기하고 묘했어. 그중에 묘했던 것은 요정 같은 한 여자였어. 그녀는 나를 사로잡았지.
나와 전혀 다른 피부와 눈과 머리 색과 알아들을 수 없는 말까지 많이 달랐어. 다르긴 했지만 나는 그녀가 무섭지도 괴상하지도 않았어. 그냥 난생처음 보는 귀여운 코알라 같았어. 거부 반응보다는 안아주고 깨물어주고 싶은 기분만 들었지.
많은 노랑머리 중에서도 유독 그녀만 보였어. 그래서 한참을 넋 녹고 바라보았어. 그녀와 눈이 마주쳤지. 그럼에도 난 고개를 돌리지 않고, 멍하니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어. 쭉 빨려 들어가려는데, 그녀가 손을 흔들며 눈을 지그시 초승달 모양으로 감으며 웃더군. 그리고 인사라도 하려는 듯 짧게 말했어.
"Ola~"
그녀를 만난 그날 우리는 친구가 되었지. 나는 말을 잘 못해 걱정했는데, 그녀는 언어를 알려주는 게 재미이었는지 나를 편하게 대해주었지. 마치 어린아이가 소꿉장난하듯이 계속 뭐라 뭐라 떠드는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던 귀찮아하지도 않은 체,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누이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다정 다감했지.
그렇게 가까워진 우리는 함께 살았어.
서로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거나, 할 필요가 없었어. 그냥 아주 자연스럽게 함께 지냈지. 서로 깊은 대화를 할 수도 없었고, 경제적으로 충분하지도 않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어. 그냥 같이 있으면 좋았지. 그녀의 말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도 행복하다고 했어. 그 말을 듣는 나도 행복했어.
언젠가는 그녀가 이렇게 묻더군.
"아이는 몇 명이면 좋을까?"
"음... 글쎄..."
그때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어. 서로 다른 종족이 만나 아이를 낳으면 어떨까... 근데, 꼭 아이가 있어야 할까...
"딸 둘, 아들 하나?"
"... 그냥 우리 둘만 살면 안 될까?"
"둘만?"
"왜? 아이가 있어야 돼?"
"응"
"왜?"
"사랑하니까!"
"......"
* *
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원망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세상도...
"왜, 나를 낳았냐고. 왜? 만들었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그의 과거는 대부분 어두웠다고 짧게 말을 했다. 때로는 심하게 미웠다고 했다. 아버지도 가짜 형제도, 사람들도, 가난도...
그렇게 올라온 그의 생각은, 그녀가 상상하는 계획을 막아섰다. 몇 명이 아니라 불행했던 기억을 또 다른 누군가라는 2세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살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고민했다.
'2세가 필요한 걸까?..., 그보다 어느 쪽 또는 무엇이 행복일까?'
그는 그녀 대신 생각에게 물어보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