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행시 + 이야기 소설
거:기 누구 없소?
울:적하면
이:리들 오셔봐
야:시장 갔던 이야기 들려줄게
기:다려 보시구랴
어디부터 이야기할까... 내가 그놈을 처음 본건 야시장 가기 전이었어.
그놈을 만났을 때 한눈에 반해 버렸지. 완전히 맛이 가서 5분 이상을 멍하니 서 있었어. 그놈이 눈앞에서 사라졌음에도 눈앞에서 아른거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지. 아니 어쩜 그렇게 상상으로 만들었던 놈하고 딱 맞아 떨어지던지... 꿈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니까.
멍한 정신에서 깨어나 그놈이 흔적을 남긴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 하지만 그놈은 이미 떠나고 사라져 버렸어. 못내 아쉬웠지. 그렇다고 그놈이 있었다고 해도 말할 용기도 없었을 거야. 어쨌거나 저째거나 그놈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 허구한 날 밤이면 그놈이 아른거려서 지칠 때까지 떠오르다가 겨우 잠들곤 했지.
그러다 그놈을 야시장에서 다시 보게 된 거야. 어찌나 가슴이 쿵쾅거리던지 시끌벅적한 시장 소리보다 내 심장 소리가 더 크더라니까.
근데 왜 그놈이라고 부르는 줄 알아? 혹시라도 멋쟁이 왕자라고 하면, 귀신이라도 잡아갈까 봐 바보 취급을 했지. 물론 그놈이 바보라는 예기는 아니야, 그냥 내가 그런 놈을 바보에서 왕자로 만들고 싶은 충동뿐이었지. 그게 다야.
아무튼, 그놈을 야시장에서 어떻게 만나게 되었냐면, 아주 우연이었어. 친구랑 신나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다녔지. 그러다 이상한 용품들을 파는 곳에 가게 되었어. 판자 위에 올려진 것들은 다양한 장난감부터 아주 오래된 물건 등 신기한 게 많았지.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띈 게 있었어. 그게 뭐냐고? 거울이었어.
왜 그리 유난스럽게 거울이 눈에 띄었냐고? 그 거울은 그냥 거울이 아니었어. 그렇다고 신통방통한 요술을 부리는 거울이라는 뜻은 아니고 멍청이 거울이었어. 멍청이라는 이름은 내가 지어줬어. 왜 그런 줄 알아? 생긴 게 멍청하게 생겼었거든. 겉 표면이 울퉁 불퉁하게 생긴 게 묘하고 못생겼어. 그래서 멍청이 거울이라고 불렀어.
너무 신기해서 그걸 들고 친구에서 보여주려고 휙 도는데 글쎄... 아니 그놈이 갑자기 그때 그곳을 지나고 있었던 거야. 친구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아니 잠시 자리를 비웠고, 나는 말하려고 몸을 돌리며 손을 뻗어 보여주려다 그만, 빠르게 걸어가던 그놈하고 부딪혀 버린 거야. 그래서 들고 있던 거울은 바닥에 떨어졌고, 떨어진 거울은 깨지고 말았어. 아유 이런 불상사를 봤나.
서로 떨어진 거울을 주우려 앉았는데 이미 깨진 거울을 확인하고는 이내 머리를 들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게 되었지. 그놈이 먼저 말을 했어. 난 뭐 심장이 콩딱 거려서 잘 들리지도 않았어.
"괜찮으세요. 혹시 어디 다치시지는 않으셨는지..."
"아... 아뇨."
"어쩌죠... 거울이 깨져 버렸으니... 제가 변상하겠습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저도 잘못했는걸요."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놈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짜고짜 몸을 일으켜 상인한테 가서 가격을 물어보는 거야.
"저기 떨어진 거울 얼마죠?"
"음.... 그거 좀 비싼 거울인데..."
"얼마인데요.?"
"300 루카입니다."
"네...? 아니 무슨 거울이 그렇게나 비싸요?"
"아시다시피 그 거울은 쉽게 구할 수 없는 걸요."
"아니... 그게..."
그놈은 커진 눈과 벌어진 입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어. 듣고 있던 나도 놀래 버렸지. 서로 놀란 얼굴을 하고는 멍청하게 5초 이상 머뭇 거렸지. 그래서 뭐래도 말을 해야겠기에...
"네... 그게 좀 신기하게 생기긴 했는데..."
"......"
놈은 말없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고민하는 눈치였어. 나도 사실 돈이 있었다면 얼른 계산하고 싶었지만 300 루카라는 돈은 꽤 큰돈이었지. 그래서 우리는 가지고 있는 돈을 모아 보기로 했어.
우리 중 그가 가지고 있는 돈이 가장 많았으나, 당시 모은 돈은 모두 210 루카 밖에 되지 않았어. 돈이 모자라 상인과 합상을 했으나, 50 루카 이상은 절대 빼줄 수 없다고 하더군. 하는 수 없이 그와 나는 40 루카 정도 될만한 물건을 맡기기로 했어. 나는 볼품없는 장신구를 맡겼고, 그는 아버지가 주었을 법한 목걸이 시계를 맡겼지. 다음날 돈을 주면 돌려주는 조건으로...
그가 말했어.
"제가 내일 이 시간에 와서 돈을 갚을 테니, 여기서 만나기로 해요."
"예. 알겠어요. 내일 뵐게요."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그와 헤어졌어. 하지만 그를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었지. 돈은 반이라도 갚고 싶었지만 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어. 그래도 대신 갚는다고는 했지만...
집에 돌아온 나는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어. 홀어미께서 알아 누우신 거야. 밤새 어찌나 고통스러워하시던지, 다음날까지 간병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 다음날 저녁이 돼서야 점점 차도가 있었지. 그때서야 알게 되었지. 그와 약속이 있었다는 걸. 때마침 같이 갔던 친구가 찾아왔지.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친구에게 부탁을 했어. 현재 상황을 이해 달라고 다음에 꼭 보답을 하고 싶다고...
친구는 내 부탁과 함께 마지막 날의 야시장으로 향했지. 친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약속한 시간이 넘었지. 친구는 그를 만나지 못했고 대신 거울을 하나 들고 왔어. 그가 남기고 간 거라며... 그 거울은 그날 깨진 거울을 조각조각 붙인 것이었어. 그리고 내가 맡겼던 장신구와 상인에게 짧은 말도 남겼다고 하더군. 다음에 꼭 보고 싶다고... 그가 나를 보고 싶다는 말을 한 채 떠나 버렸어.
혹시나 싶어 다음날 빈 장터를 가보았지만 보이지 않았어. 그리고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가끔 그가 남기고 간 거울을 보며 상상을 하곤 했지... '다음 야시장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알림: 야시장 특별 체험은 10년 단위_Decade, 10년에 한 번만 피는 꽃을 위한 행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