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시간
갔구나 갔어
모두 다 가버렸어
젊은 날엔
모두 다시 오기도 할 줄 알았는데...
젊은 날
지나고 보니
시간이 가는 것처럼
님들도 가고, 퍼런 청춘도 가버리고
이제는 회색 그림자 그늘만 남았구나
뭘 바라며 살았던가
뭘 그렇게 원하며 살았던가
남은 거라곤 기억 쪼가리 망념
그나마 다행이련가
고통스럽던 날들도 가버렸네
시간 저편 다시 오지 않을 무의 세계로 사라졌다네
헛되로다 헛되도다
모든 날들 덧없고 헛되도다
허망하고 허망하다
잠이 들면 또 그렇게 다 가겠지
이제 곧 기억조차도
모두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사라지겠지
그래 가라 가
모두 다 후딱 사라져라
바뀔 것 같지 않은
바보 천치 같은 이 마음도 사라져 가 버려라
세상 일
머무름 없이 가버리듯
집착 없이
가라 가라 다 가라
망상 번뇌에
100만 8천 번 속고 속아
괴로웠던 날들도 가
다시 오지 말아라
괜찮다 괜찮다
생각 하나 죽고
몸마저 죽어 버리면
다시 피어나지 않을 것을
괜한 세월, 망념에 잡혀 괴로웠구나
환영 같은 세상
환상 같은 망상
시간 저편 너머로 가기만 하는 것을
오지 않는 세월, 무엇을 붙잡을 수 있으리
집착 없이 보내고 거부 없이 받아들여
살다 살다 그렇게 끝나리라
고통 없는 무의 세계로 고요히 안식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