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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러너 Jun 02. 2024

신에게는 아직 2개의 에너지젤이 있습니다.

일상을 대회처럼, 인생을 러닝처럼 (2024 나만의 트랜스 제주)

제주에서 2박 3일 교육이 잡혔다. 매년 한라산에 가보고 싶었지만, 온종일 교육이라 틈틈이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 외에는 시간내기가 어려웠다. 올해 초 트랜스제주 100km를 신청했다가 취소해서 아쉬운 마음에, 교육 하루 전날 와서 한라산에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나 홀로 첫 한라산 등반이고, 한라산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막막했다. 알아보니 반드시 예약을 하고 관음사 또는 성판악 코스에서 출발해야 한라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입산 시간은 5월 말(하절기) 기준으로 5~8시, 8~10시, 10~13시였다.      


관음사가 성판악 코스보다 난이도가 더 있다고 해서 오히려 마음이 끌렸다. 게다가 성판악 코스는 인기가 많아서 이미 예약 마감이라 5월 26일 일요일 10~13시 관음사 코스로 예약을 마쳤다.      


문제는 3박 4일간 갈아입을 옷과 노트북 등 큰 배낭에 하나 가득한 짐이었다. 아침 비행기로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들리지 않고 논스톱으로 한라산을 오르는 스케줄이라, 그 무거운 짐을 메고 뛰어오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숙소에서 하루 쉬고 다음날 새벽에 다녀오기에는 교육 시작시간에 늦을 수 있는 상황이라 난감했다.      

트레일러닝 복장으로 가볍게 다녀오기 위해 짐을 보관할 장소를 알아보니, 성판악 코스에 무료 물품보관함이 있었다. 입구 건물 안에 지하철처럼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이 있어서, 짐을 보관한 후 가볍게 등반할 수 있었다. 성판악은 이미 예약이 마감돼서 지금은 자리가 없지만, 하루가 지나면 혹시 날씨 탓에 취소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다음날 다시 예약사이트에 가보니 딱 2자리가 있었. 부랴부랴 관음사를 취소하고 성판악 코스로 다시 예약했다. 성판악으로 입산해서 정상을 찍고 관음사로 하산하고 싶었지만, 짐을 찾아야 하니 왔던 곳으로 되돌아오는 성판악-정상(백록담)-성판악 코스로 등반코스를 정했다.      



등반 소요시간이 궁금했다. 입산에서 하산까지 대략 8~9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혹시 트레일 러닝 기준으로는 얼마나 걸릴지? 김포에서 제주까지 당일치기 트레일러닝으로 한라산 성판악 코스를 뛰어서 왕복 4시간 30분이 걸렸다는 글을 보았다. 그분처럼 빨리 다녀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진달래밭대피소는 성판악 탐방안내소(해발 750m)에서 속밭대피소와 사라오름을 지나 7.3km 가면 만나게 되는 곳이다. 정상까지 2.3km 떨어져 있는 지점이고, 트레일러닝 용어로는 cp(보급소 및 체크포인트)나 마찬가지다.      


사실 첫 번째 cp1은 출발지에서 4.1km 떨어진 속밭대피소지만, 여기는 시간제한이 없다. 문제는 cp2인 진달래밭대피소이다. 아무리 늦어도 오후 1시까지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면, 정상으로 올라갈 수 없다. 사실 컷오프 시간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한 러너인데, 등산하다 컷오프될 일이 있을까 싶어 관심을 갖지 않았다.(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한라산 입산에서 하산까지 총 4시간 30분이 걸렸다는 그의 일정을 시뮬레이션하듯 꼼꼼히 짚어보았다. 아침 7시까지 김포공항에 와서 편의점 김밥을 먹고 8시 비행기로 출발해서 제주공항에 오전 9시 15분에 도착.


제주공항에서 9시 50분에 출발하는 181번 버스를 타고, 40분이 지난 10시 30분에 성판악 입구에 도착. 옷 갈아입고 화장실  준비를 마치고 10시 50분에 입산.


입산해서 1시간 15분간 달려서 오후 12시 5분에 cp2인 진달래밭대피소를 여유 있게 통과. 5분 휴식 후 40분을 달려서 12시 50분에 정상에 올라 백록담 도착. 30분간 간식 먹고 쉬다가 1시 20분에 하산시작. 오후 3시 5분에 하산 완료.


입산 2시간 5분, 하산 1시간 45분을 합치면 실제 뛰거나 걸은 시간은 3시간 50분, 휴식시간은 40분이다.      



한라산 경험이 많은 그에 비해 초행길인 내가 30~40분 정도 느리게 달릴 것으로 가정하여 계산하니, 성판악 입구에서 그와 똑같은 시간인 오전 10시 50분에 출발해도 컷오프 시간인 오후 1시까지 cp2인 진달래밭대피소 무사통과가 예상된다.      


제주공항에서 성판악까지 가는 181번 버스 시간표를 보니, 9시 50분 직전 버스 탑승시간은 9시 10분이다. 김포에서 제주까지 비행시간이 1시간 15분이니, 이 버스를 타려면 오전 7시 35분까지 비행기로 출발하면 된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버스 탑승까지 20분의 여유시간이 있어서 시간은 여유롭다. 이렇게 하면 그분보다 40분 먼저 성판악 입구에 도착할 수 있어서 더 여유롭게 한라산을 오를 수 있다.      


이제 몇 시 비행기를 타야 할지 정확한 계산이 나온다. 아침 7시 25분에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으로 예약했다. 그보다 35분 빠른 비행기로 출발해서, 40분 일찍 입산하는 일정으로 느긋하게 즐기면서 등반하기로 했다. 자, 이제 한라산 등반계획은 끝났다!      


아, 공항버스가 남아있다. 집에서 30분 거리인 수원 광교마을 린병원 정류소에서 새벽 4시 58분에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예매했다. 비행기 출발 2시간 27분 전이라 좀 이른 감은 있지만 그다음은 6시 13분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 공항버스도 끝났으니 이제 알람을 맞출 때다. 집에서 새벽 4시 30분에 나가니까, 적어도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겠지? 알람을 3시 50분, 55분, 4시로 나눠서 맞춰 놓았다. 누가 INTJ 아니랄까 봐 계획은 정말 치밀하다.      


이제는 짐을 챙길 시간이다. 한라산 등반 당일 제주도 날씨 예보에는 오전에 흐리고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되어있다. 일기예보가 틀리기를 바라며 얇은 바람막이 하나와 소매 없는 싱글렛, 짧은 반바지를 챙긴다. 교육받을 때 메모와 회사 업무를 처리할 노트북도 같이 챙긴다.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러닝화이다. 보통 날씨가 좋을 때는 로드용 러닝화 하나만 넣는데, 한라산 등반일정이 있으니 트레일러닝화를 같이 챙긴다. 운탄고도 42km 트레일러닝 대회를 함께 뛴 호카 스피드고트 5와, 로드용은 써코니 엔돌핀 스피드 4를 넣었다.      


혹시 힘들 때 중간중간 먹을 에너지젤이 필요할까? 무슨 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닌 산 하나 오르고 해안도로를 천천히 달릴 건데 굳이 요란하게 그것까지 챙겨야 하나 싶었지만, 혹시 몰라서 챙기기로 했다. 에너지젤 2개, 메고 달릴 트레일러닝 조끼와 비어있는 소프트 물통 2개를 챙겼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챙기다 보니 벌써 새벽 1시다. 이제 준비를 마치고 자야 할 시간이다. 지금 누워도 3시간 자고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라 피곤했는지 머리를 베개에 대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문득 뭔가에 깜짝 놀란 듯 잠에서 깼다. 알람이 울렸었나? 지금이 몇 시지? 시계를 보니 정신이 아득하. 새벽 4시 50분이다. 지금 시간이면 가방을 메고 버스정류소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다. 너 미쳤니? 뭐 한 거야? 세 번이나 울렸는데, 알람소리 정말 못 들었어?      


가슴 깊이 올라오는 자책감을 애써 누르고 잠에서 깬 지 5분 만에 배낭을 메고 대책 없이 집에서 나왔다. 지금 주어진 현실에 맞게 하나씩 대안을 찾기로 했다. 자책은 얼마든지 나중에 해도 괜찮으니까.      


이번 버스를 못 타면, 공항버스는 물 건너갔다. 다음 버스시간은 늦어서 비행기 시간에 맞출 수가 없다. 버스 타고 앱을 열어 예매를 취소했다. 머리가 띵하다. 이젠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비행기도 취소하고 한라산도 안녕인가?      


차분하게 일단 생각을 자. 생각을! 지금은 새벽 5시다. 무엇을 하든 만회할 수 있는 이른 시간이다. 지금 놓친 건 공항버스 하나뿐이다.(몹시 뼈아픈 실수지만) 지하철로 가면 어떨까?


5시 36분 첫차를 타면 오전 7시에 김포공항역에 도착하는데, 비행기 시간이 7시 25분이라 25분 만에 수속을 다 마치고 무사히 탑승할 수 있을까? 출발 30분 전 체크인 마감인데, 모바일 체크인을 해놨으니 괜찮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뒷수습을 하기로 했다. 일단 모바일 체크인을 취소하고 아예 표까지 취소하려고 예매 사이트를 열어보니 온라인으로 취소가 불가하니 직원과 통화하라고 한다. 전화해 보니 9시 이후로 통화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표를 날려도 할 수 없다. 일단 비행기부터 끊자. 8시 5분에 출발하는 티웨이 항공으로 예약했다. 취소 시도와 새로운 예약을 하느라 어느새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7시 5분이다.      


아시아나 창구가 보인다. 긴 줄 뒤에 섰다가 급한 마음에 지나가는 직원을 불러 세웠다. '저 7시 25분 비행기인데요. 늦어서 못 탈 것 같아서요.(환불하려고요.)' 직원이 줄을 넘어오라고 손짓한다. 부칠 짐 없으시니 빨리 들어가면 된다고 체크인을 해준다.      


어? 예상과 다르다. 7시 25분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미친 듯이 달려가서 짐 검사를 받고 탑승게이트에 7시 15분에 들어섰다. 출발 10분 전에 가까스로 탑승했다. 짜릿한 기분에 잠시 취했다가 짐을 올리고 좌석에 앉았다. 이제 다 된 건가?      


문득 새로 예매한 8시 5분 티웨이 비행기가 생각났다. 맞아, 그것부터 취소해야지. 느긋하게 취소하려는데 에러가 나며 시간이 간다. 곧 출발하니 잠시 후 휴대폰은 비행기 모드로 해달라는 멘트가 나온다.      


가슴이 타들어갈 때쯤, 정상적으로 취소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비행기 모드로 바꾸고 눈을 감았다. 밀당의 고수라더니, 한라산을 만나기가 이렇게까지 힘든 일인가?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원래 타려던 비행기를 잘 타고 일정도 그대로 추진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졸고 있다가 스튜어디스의 "마실 것 드릴까요?"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주스 한잔을 마셨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배가 좀 고프다. 어제 점심저녁으로 갈비탕 한 그릇 먹은 후 지금까지 물 한잔 마신 게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위에 글 쓰신 분은 김포공항 편의점에서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간식도 미리 샀다던데 나는 그 과정이 싹 사라졌다.      


아! 그러고 보니 성판악 입구에는 매점이고 뭐고 먹을 게 아무것도 없다던데, 어떡하지? 어떡하긴 뭐 어떻게 해. 제주공항에도 편의점이 있겠지. 거기서 이것저것 사서 가면 되지. 어차피 물도 사야 되잖아. 그래, 그렇게 하자.      


금방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내려서 찾을 짐도 없으니 바로 나가자마자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산에서 먹을 군것질거리를 사가기로 했다. 로비로 나오니 갑자기 오늘 온종일 커피 한잔 못 마셨다는 생각이 들면서 발걸음을 가장 가까운 커피숍으로 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이키며 새벽부터 마음 고생한 속을 가라앉힌다. 빈속에 차가운 커피가 들어가니 배가 아플까 걱정된다. 반쯤 마시고 돌아다니며 편의점을 찾아본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살펴봐도 보이지 않는다. 9시 10분에 타야 할 성판악행 버스 탑승시간이 다가온다. 어쩌지? 아무것도 못 샀는데.      


모르겠다. 설마 성판악 입구에 가게 하나 없을까? 가서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제주공항버스 정류소로 향했다. 햇살이 눈이 따가울 정도로 강렬하고 날씨가 너무 좋다. 100% 선글라스를 꺼내 써본다. 그래, 이거지!      


버스 안내판을 보니 182번이라고 적혀있고 노선도에 성판악이라고 적혀있다. 참고했던 블로그에서 181번인가 182번인가 헷갈리게 써놓았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게 그거지 뭐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넘겨버렸다. 이 부분이 화근의 시작이었다.      


빈속에 들이킨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속은 차갑고 몸은 피곤했다. 공항에서 40분이면 성판악에 도착한다고 했으니 좀 쉬어야겠다 하고 음악을 들으며 정신을 놓아버렸다. 1시간쯤 지났을까?


도착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버스는 계속 갈 길을 가고 있고, 안내멘트에 성판악이란 말이 안 나와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잠시 정차했을 때 기사님께 다가갔다.

"기사님, 혹시 성판악은 어디서 내리면 되나요?"


기사님이 내 말을 듣고 잠시 말을 잊었다. "성판악요? 이 차는 한참을 돌아가는 차라 한 2시간 걸린다고 보면 돼요. 아유, 탈 때 물어보시지. 뭐 한참 걸리지만 성판악에 가긴 가요."      


기사님의 대답에 멍해졌다. 2시간? 아니, 김포에서 제주까지 비행시간이 1시간 15분인데 왕복 시간만큼 버스 안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버스는 9시 10분에 탔는데 성판악 도착시간은 11시 10분이 넘어가는 상황이다.      


치명적인 한 번의 버스 알바가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7시 25분 비행기를 탄 것도, 빨리 가려고 쫄쫄 굶으며 달려온 것도, 모두 오전 10시쯤 한라산 입산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번 알바는 아무리 생각해도 수습할 길이 없다. 더욱 속상한 것은 cp2 진달래밭통제소 컷오프 시간인 오후 1시까지 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그 시간까지 못 가면 한라산 정상에 오를 수 없다.


며칠 전부터 시간대와 동선까지 수차례 고민하며 준비해 온 노력이 버스 한 끗 차이로 무너졌다. 알고 보니 내가 타야 할 버스는 181번이었고, 내가 지금 타고 있는 182번은 멀리 돌아가는 버스였다.      


이제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체념하는 마음으로 앉아있는데, 갑자기 창밖에 후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어두워졌다. 조금 흐리다는 예보가 무색하게 세차게 비가 내린다. 엎친데 덮친다더니 한숨이 나온다.


내리자마자 뛰어도 시간 안에 갈까 말까인데 비바람이 불면 어쩌란 말인가. 얇은 바람막이 하나만 덜렁 가져오고 우비나 우산 하나 없는 데, 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초행길인 한라산에 오른다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인지.      


갑자기 내 수중에 물 한 병도 없고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진짜 미치겠네. 혹시나 해서 다시 찾아보니 성판악 코스 입구 주변에는 정말 매점 하나 없으니 반드시 본인이 먹을거리는 미리 다 준비해서 와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적혀있었다.      


아니, 물도 없고 빈털터리에 버스는 잘못 타서 입산시간 다 까먹고, 비는 쏟아지는데 맨몸으로 왕복 19km의 산행을 우중 트레일러닝으로 혼자 간다고? 아무리 한라산이 간절해도 가능한 일일까?      


급기야는 한라산 산행을 마친 후 오후 4시에 입실 예정이었던 게스트하우스 주소를 지도에서 찍어본다. 성판악을 지나 두 세 정거장을 지나면 숙소 근처에 내릴 수 있었다. 후드득후드득 빗소리에 내 마음속 결의는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이젠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멍하니 앉아있는데 귓가에 안내방송이 들렸다. "다음 정류장은 성판악, 성판악입니다. 내리실 분은 미리 벨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버스에 앉은 지 2시간 만에 들려온 기다리던 멘트에 반사적으로 하차벨을 눌렀다.      


버스가 갑자기 대관령 고개를 넘어가듯 오르내리고, 그때마다 쏟아지는 빗소리는 귓가에 더 크게 들린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이런 날씨에 한라산은 무리라는 옆 자리 노부부의 대화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정말 오늘은 아니구나. 이 비를 맞으면서까지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다가, 결국 여기서 내리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올라왔다. 마침 앉아있는 자리가 기사님 바로 뒷자리라서 고개만 내밀고 큰소리로 말하면 되는 상황이다.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기사님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입이 안 떨어진다. 새벽부터 이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그까짓 비바람 때문에 포기한다고? 조용히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성판악에 내려봤자 어차피 비가 많이 와서 돌아와서 한참 동안 같은 버스를 기다렸다가 결국 숙소에 갈 건데, 괜히 쓸데없는 고생하지 말고 그냥 숙소로 바로 가서 근처에서 커피나 마시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진짜 성판악 정류소에서 안 내린다고 기사님께 말씀드려야겠다. 이제 곧 도착할 분위기라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몸을 일으켜 앞으로 숙이며 말을 꺼낼 찰나였다.


갑자기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 지금 이대로 숙소에 가면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너 이번에 한라산 안 가면 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을 텐데 그래도 그냥 숙소에 누워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말문이 막혔다. '아니, 지금 성판악에서 내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먹을 게 하나도 없어도, 비를 쫄딱 맞아도, 가다가 시간이 늦어 컷오프로  정상에 발을 디딜 수 없더라도. 지금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냥 가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그래, 난 꼭 갈 거야.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볼 거야. 되든 안되든 시도할 거야.‘     


이렇게 마음을 굳힐 때,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성판악 입구였다. 나는 큰 배낭을 메고 버스에서 내려 빗속을 헤치며 물품보관함이 있는 건물을 향해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무조건 한라산에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성판악 탐방안내소 앞에는 우비를 입은 하산객들이 있었다. 제대로 해보려는 마음 앞에서 우비는 사치였다. 어차피 나는 준비해 온 것이 없었다. 오로지 준비된 것은 그동안 달리며 쌓아온 체력과 꺾이지 않는 마음 하나뿐.      


위에는 소매 없는 싱글렛과 얇은 바람막이, 그 위에 트레일러닝 베스트(조끼)를 입었다. 밑에는 짧은 러닝용 반바지에 신발은 호카 스피드고트 트레일러닝화를 신었다.

그래도 물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마침 생수 자판기가 있어서 생수 2병을 사서 소프트 물병에 채워 넣었다. 어차피 준비해 온 먹거리가 없어서 입산 후 하산하기 전까지 식사는 불가능했다.     


내가 가진 것은 오직 에너지젤 2개뿐,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던 이순신 장군의 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에게도 아직 희망은 있었다. ’ 신에게는 아직 2개의 에너지젤이 있습니다.‘


에너지젤 하나를 꺼내어 입에 넣었다. ‘오늘 나를 살려줄 소중한 에너지가 되길.’ 남은 에너지젤 하나와 비닐주머니에 넣은 스마트폰을 조끼 주머니에 넣는다. 바리바리 싼 등산객의 봇짐과 달리 우비 하나 없는 심플한 복장으로 입구에 들어섰다.


매표소 직원 분이 어제는 날씨가 좋았는데 하루만 먼저 오셨으면 좋았다고 따뜻하게 말을 붙인다. “그러게요. 아쉽네요.” 그가 위로해 준다. “그래도 비가 이 정도라서 다행이에요. 입산 통제가 되지는 않았으니까요.” 어쨌든 감사하다. 조심히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드리고 드디어 한라산에 발을 디뎠다.      


입산시간 11시 30분. 당초 계획보다 1시간 30분 지연이다. 이제 진달래니 개나리통제소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미 늦은 것은 현실이니 자꾸 집착하면 쓸데없이 화만 나니까 잊어버리자.


성판악 코스가 초보자에게 좋다는 말이 실감 났다. 데크길도 있고 완만해서 트레일러닝에 정말 좋았다. 계속 이런 길이면 정상까지 금방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뛰다가 걷다가 또 달려본다. 오늘은 힐링하러 왔으니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출발한 지 45분이 지난 12시 15분에 첫 번째 체크포인트(cp)에 도착했다. 출발지에서 4.1km 떨어진 속밭대피소였다. 싱글렛과 트레일러닝 베스트 위로 비가 계속 쏟아진다. 쉬다가 땀이 식으면 이미 비로 젖어있는 몸이 더 추워질 것 같았다. 땀이 식기 전에 쉼 없이 계속 올라가기로 했다.     


다음은 1.7km 앞에 있는 사라오름 입구이다. 어느새 쉬운 초보자용 길은 사라지고 화강암으로 된 단단한 돌과 조금씩 높아지는 경사도로 달리기 어려운 코스가 시작된다. 오늘 어차피 정상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하니 가능한 곳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저 멀리 사라오름 입구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인다. 원래 내려오는 길에 사라오름에 들릴 계획이었지만, 오늘은 시간제한 때문에 정상까지 못 가니 지금 사라오름에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표지판 앞에 서있던 등산객 몇 분의 대화를 엿들었다. “조금 일찍 왔으면 진달래밭통제소까지 오후 1시 전에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 어차피 지금 계속 가더라정상에는 늦어서 못가 니 그냥 사라오름이나 보러 가시죠!”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따라 사라오름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다 문득 한 생각이 번뜩였다. ’이 분들 말대로라면 입산시간을 조금만 앞당겼으면, 등산객 속도로 통제시간 내에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일반 등산객이 아닌 러너다. 이제부터 트레일 러닝모드로 가면 통제시간 내에 충분히 들어가지 않을까? 되던 안되던 끝까지 해보자. 포기하지 말자!’     


버스를 잘못 탄 이후로 잠시 목표를 잃고 내려놓았던 마음이 활화산처럼 다시 불이 붙었다. 불굴의 러너 정신으로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도전하기로 했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이제 남은 거리는 1.5km, 홈페이지에는 속밭에서 진달래밭까지 예상 소요시간이 1시간 40분이지만, 내게 주어 된 시간은 단 45분뿐이다. 비가 조금씩 덜 오는 구간도 있어서 잠시 희망을 갖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는 더 굵어지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심장이 튀어나올 듯 숨이 차더라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아까처럼 완만한 코스는 이제 더 이상 없다. 돌을 밟으며 다리를 높이 들어 올라가야 하는 길이 계속된다. 힘들다고 속도를 늦추면 컷오프될 것 같아서 오히려 힘을 낸다. 비에 젖은 돌을 밟고 거침없이 하이킥! 덥고 땀이 나서 산을 오를 때부터 입었던 바람막이를 벗었다.


싱글렛만 입고 숨을 거세게 몰아쉬며 오르는데 하산하는 분들과 마주친다. “멋있어요. 파이팅!”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남은 힘을 쥐어짠다. 계속 돌을 밟으며 위로 향한다. 도대체 얼마나 가야 진달래밭통제소가 나오는지 아득할 때쯤 머리 위로 건물 하나가 나타난다. 진달래밭통제소가 보인다.      



가슴이 떨린다. 컷오프 일까 아닐까? 성공 또는 실패. 시계를 보았다. 현재시간 12시 56분, 컷오프 시간인 오후 1시보다 4분 빨리 도착했다. 짜릿한 성공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올라온 나 스스로가 너무 대견했다. 아차, 기쁨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다. 1시부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전면 통제되니 그전에 정상으로 가야 한다.


시간을 체크하는 곳이 따로 있나 싶어서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혹시 정상에 가는 시간은 어디에서 체크하나요?” 다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큰일이다. 이러다가 1시가 지나면 낭패다. 일단 표지판에 있는 정상으로 가는 화살표 방향으로 가본다. 차분히 둘러보니 입구 매표소처럼 작은 부스 옆에 지하철 개찰구 같은 곳이 보였다.


저기다! 부리나케 뛰어서 한라산 지하철 개찰구로 들어갔다. 정상행 지하철 탑승! 헤매느라 3분을 까먹어서 제한시간을 1분 남기고 cp2 진달래밭대피소를 극적으로 통과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발을 옮길 때, 바로 뒤에서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자, 오늘 한라산 정상 등반은 이제 마감합니다. 이제 통제 시작합니다.”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까 사라오름 입구에서 정반대의 선택이 있었다. 누군가는 포기를 선택했고 나는 오히려 도전을 선택했다. 포기를 선택한 누군가의 말이 오히려 내게는 불가능에 도전할 1%의 용기를 주었다.


cp에서 1분도 쉬지 못하고 다시 정상을 향했지만,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될 일은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무리 버스를 잘못 타고 실수를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될 일은 된다. 그것 봐! 너는 할 수 있잖아! 그게 바로 너라고! 실성한 듯 웃으면서 백록담을 향해 다시 발을 옮긴다.



2차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 근처까지 1시 30분까진 지나가야 하니 이제부터 30분 안에 올라가야 한다. 여기까지 와서 쉬거나 포기할 수는 없다.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은 빨간 맛이었다. 폭풍의 언덕에 서있는 것처럼 확 트인 곳에서 온몸을 샤워기로 뿌려대는 듯한 비바람에 눈을 뜰 수가 없다. 지금까지 민소매 싱글렛만 입고 올라왔지만, 추위로 몸이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얼어 죽어도 싱글렛을 입어야 진짜 러너지만, 이젠 살기 위해서 겉옷을 입어야 다. 시작부터 비에 젖어 축축해진 바람막이를 다시 꺼내 입고 정상을 향해 돌을 밟는다.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비현실적인 안개와 비바람에도 오히려 정신은 또렷하다.     


더욱 경사가 가팔라진 돌계단을 힘껏 오른다. 멀리서 오를 때에는 금방 정상에 도착할 듯이 보이지만, 밀당하듯 다 왔다 싶으면 또 계속 가야 하는 상황반복된다.


신기루처럼 저 멀리 어렴풋이 정상석이 보인다. 오후 1시 39분. 드디어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백록담 정상석이 나를 반긴다. 날씨가 좋을 때는 1시간 기다려야 찍을 수 있다던 인증사진을 나는 바로 찍을 수 있었다. 세찬 비바람에 눈이 잘 떠지지 않지만, 환하게 웃어본다.


 

말로 다하기 힘든 성취감에 온몸에 전율이 왔다.      

‘늦잠을 자고, 공항버스를 놓치고, 쫄쫄 굶고, 비바람이 내리치고, 버스를 잘못 탔어도 결국 내가 해냈구나!’


내려오기 전에 마지막 남은 두 번째 에너지젤을 꺼내 먹었다. 비 오는 한라산에서 나를 살려줄 유일한 먹거리, 올라올 때 하나를 먹었고 내려오는 지금 또 하나를 먹었다. 온몸이 비에 젖고 바람이 차서 조금 더 있다가는 감기와 저체온증이 올 수 있어서 최대한 빠르게 하산하기로 했다.      


다운힐이 시작된다. 아무 이유 없이 기쁘고 즐거워서 그냥 바보처럼 웃음이 났다.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었다. ‘환희’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지난 4년 동안 스스로가 이 정도 강한 체력을 갖춘 것과 한계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이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뛰어 내려간다. 하산코스는 낯선 느낌이다. 방금 전 정상에 오를 때와는 달리 계속 쏟아지는 비로 코스 주로가 모두 물에 잠겨 있다. 세찬 비로 물웅덩이가 된 돌무더기를 밟고 뛰어내려오는 것은 겁이 났지만 계속 반복하면서 점점 나아졌다. 트랜스제주 트레일러닝 대회 때 지옥의 돌밭을 내려와야 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오늘 경험으로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물에 잠긴 화산암은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었다. 희끗희끗 보이는 돌머리를 밟고 빠르게 내려온다. 아까 정상에 오를 때 해발 1,200미터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었다. 내려오면서 모든 표지석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마음은 힘든 내리막길을 만나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조금만 실수하면 미끄러운 돌에 부딪히거나 발을 접질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굵어지는 빗줄기로 두 발과 몸이 물웅덩이와 빗물에 잠겨 있어서 마치 물속에서 달리고 있는 듯했다.      


한라산에서 맞은 특별한 우중런 경험. 빗물로 뿌옇게 김이 서려서 도저히 쓸 수 없어서 안경을 벗고 머리 위에 걸쳤다. 안경을 쓰지 않아도 초점은 흐리지만 사물의 위치나 색깔은 대충 알 수 있었다. 혹시라도 발을 헛디딜까 걱정이 돼서 두 발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한 발짝 한 발짝 뛰어 내려간다.     


그때였다. 디딤발이 향하던 비에 젖은 돌 사이로 길게 늘어진 살색 물체가 보인다. 가만히 있지 않고 몸을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다. 뱀이다! 안경을 쓰지 않아서 차라리 다행이다. 색깔과 대략적인 형체와 움직임만 보이고 뱀의 디테일한 실제 모습을 보지 못해서 크게 놀라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돌과 돌을 밟으며 뛰어 내려가던 상황이라 화들짝 놀라서 발을 헛디뎠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아래로 달린다.      


불어난 비로 아까 정상을 향하면서 만났던 하산객들은 아직 한라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양해를 구하고 추월해 본다. 비는 계속 퍼붓고 돌은 물 웅덩이에 잠겨서 신발은 이미 완전히 다 젖어있었다.


다 왔다! 지루할 틈 없이 미친 듯이 뛰어 내려오니 아까 입산을 시작했던 입구가 나타난다. 정상에서 9.6km 내려오는데 1시간 39분이 걸렸다. 정상에 오를 때 걸린 2시간 13분보다 34분이나 빠르게 내려왔다.        


성판악 코스로 입산해서 오전 11시 30분에 등반을 시작해서, 정상을 찍고 오후 3시 22분에 내려왔다. 총 소요시간 3시간 58분의 꿈같은 도전의 여정이다.


어쩌면 오늘이 나만의 트랜스제주 대회가 아니었을까? 전날 저녁 7시 이후 20시간 넘게 먹은 것이라고는 커피 한 잔, 에너지젤 2개, 500ml 생수 2병뿐이다.


힘든 조건에서 모든 제약을 넘어 완주한 내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자랑스럽고 기뻤다. 온종일 비에 젖은 채로 뛰어다녀도 힘들지 않았다. 늦잠, 버스 알바, 쫄쫄 굶은 것, 거센 비바람, 컷오프 시간까지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오늘 무대장치이고 소중한 선물이었다.      

오후 3시 30분, 제주 동부, 남부지역에 호우주의보 발효로 위험지역에서는 긴급 시 대피하라는 안전 안내문자가 도착했다. 포기해야 할 수많은 이유에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오늘 꼭 한라산에 오르겠다는 나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위험하고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지만 도전하지 않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오늘 완주에는 두 번의 결정적 순간이 있었다. 한 번은 버스 기사님께 '저 여기서 안 내립니다.'라는 말을 하려다가 ‘정상에 가지 못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순간이고, 두 번째는 사라오름 입구에서 ‘조금 늦어서 오늘은 정상에 가지 못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오히려 ‘지금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정상에 갈 수 있다’는 말로 상상했던 순간이다.      


비록 궂은 날씨로 눈으로는 한라산의 멋진 풍경을 다 볼 수는 없었지만, 내 마음속 한라산은 어느 때보다 나를 환하고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오늘도 ‘일상을 대회처럼’ 살기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나를 만난다.  내 안의 나를 꼭 안아주기 위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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