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러너 Nov 07. 2024

아빠의 연애편지

아버지를 떠나보낸지, 십수년이 지났다.


독서가 삶이었던 아빠.


새벽까지 불밝혀 원서를 읽고 동양고전, 서양철학, 문학, 종교, 경제서적을 넘나든 아버지의 독서의 깊이는 상상조차 어렵다.


의외로 아버지가 쓰신 글을 찾을 수가 없다.


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빠의 연애편지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 시절, 조용한 분위기의 아빠를 소개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편지 한 통을 받았다는 엄마.


편지에 담긴 문장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그 진심이 전해져서 호감이 갔다는 말씀.


호기심이 생겼다.


그 편지를 아직 가지고 계시는지 여쭌다.

소중히 간직했는데, 지금은 없다고 하신다.


아쉬워하는 나를 보시던 어머님이

아버님의 편지 첫 구절을 떠올린다.


"그리운 이여"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빤 어쩌면 그렇게 멋진 말로 시작하셨을까.


아빠의 연애편지.

그 첫 문장에 나는 마음을 뺐겼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맑다.


"그리운 이여"


아버지가 남긴 연애편지의

첫 구절에 나는 가을에 젖는다.


아빠. 아버지.

그리운 이여.


아버지. 아빠.

그리운 이여.


파아란 가을 하늘,

아버지께 답장을 쓴다.


감사한 이여.

고마운 이여.


파아란 가을 하늘,

아빠에게 답장을 쓴다.


그리운 이여.

그리운 이여.

작가의 이전글 저기.. 이에 섬에서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드실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