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가 깨어났어요!”
여러 신도가 번갈아가며 다미가 정말 깨어났는지 보러 갔다. 다미가 사용하는 독방에서 세르히오가 돌아올 때까지 못나오게 하라는 지시가 있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다미를 간호하고 감시하고 있었다. 눈에서 뜬 다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다미를 보는 사람들도 딱히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밥을 먹여주는 순간 조차 서로 전
혀 대화하지 않았다. 다미는 누워있거나 화장실에 가거나 밥을 먹는 생리적인 일들만 했다. 그녀에게는 어떠한 철학도 감정도 종교도 생각도 감각도 없어보였다. 가장 다미 방에 들어가기 싫었던 70대 여자 악마 숭배자는 처음 한 번만 다미의 방에 들어가고 다시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깨어난지 이틀 째 되는 날, 악마 숭배자 중 가장 어리버리한 30대 신도가 들어갔다. 물수건으로 다미의 얼굴을 닦아주고 로션을 발라주었다.
“고마워요. 로션 발라주는 사람은 수녀님이 처음이에요.”
신도는 깜짝 놀랐다.
‘마.. 말한거야? 다른 자매님들도 모두 다미가 한 번도 말한적이 없다고 했는데. 나에게 첫마디를 한거야?’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로션 뚜껑을 닫고 책상에 올려놓았다. 로션은 자신이 가져온게 아니었다.
‘여기 두고도 한 번도 발라준 적이 없다니, 너무하네. 하긴 나도 분위기가 어색해서 바른거긴한데...’
“몸은 좀 괜찮아?”
“네, 아주 좋아요.”
다미의 미소는 정말 따뜻했다. 꼭 자신이 더 어른인 듯한 미소였다. 이런 표정은 제사 전에도 없던 표정으로 다미가 소유하지 않던 것이었다.
“원장님은요?”
“스페인에 가셨어.”
말하고나서 그녀는 바로 말한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곧바로 비밀로 하라고 한 적이 없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다미가 깨어날 걸 세르히오가 알고 있었을지 또 염려하고 있었다.
“그 날...” 다미가 신도를 응시하며 말했다.
“응?” ‘그 날이 뭐야? 루시퍼에게 너를 바치던 날? 그걸 나한테 왜 말해?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어? 난 대표자가 아니야.’
“루시퍼가 나에게 말했어요.”
다미는 상체를 일으켜서 세운 다음 오른 손을 들어 신도의 머리에 올려놓았다.
“네가 선택한 한 명과 함께 혁명을 일으켜라.”
“혀.. 혁명? 너 무슨 말 하는거니?”
“내가 너를 살려놓음으로써 너라는 증표를 주겠다.”
“다미야. 너, 너 농담하는거니?”
“라고 루시퍼가 말했어요.”
“나랑 장난하는거니?” 그녀는 다미의 머리가 어떻게 된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곧 그것은 자신의 소망일 뿐이고 다미는 전혀 그래보이지 않아 더 고통스러웠다. 다미는 손을 내려놓고 계속해서 소름끼치게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이 곳 사람들을 모두 죽일거에요.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거에요.”
“아니... 저기... 다미야...”
“루시퍼의 새로운 과업을.”
신도는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천둥처럼 몰아치는 두통을 참아야했다.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으며 혼란스러워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다미를 바라보았다.
“잊지 말아요. 창조의 시작은 파괴라는걸.”
모두가 피를 토하면서 고통스러워 할 때 성체라고 나누어준 빵을 받아 먹은척만한 신도는 주변을 둘러싼 죽음을 바라보며 자신이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인가 혼란이 왔다.
“너... 너는 왜...”
사제 역할의 악마숭배자가 그녀를 쳐다보며 어떻게 해볼 것처럼 노려봤지만 곧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고 지옥의 영혼들이었다. 모두가 자기가 쏟은 핏덩이에 더럽혀진 얼굴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 때에 다미가 걸어들어왔다. 그리고 가장 뒤의 의자 쪽에서 죽음의 향연을 미소와 함께 보고 있었다. 한 명 한 명의 울부짖음과 죽음의 문에 들어가는 순간의 얼굴표정들을 시선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정아와 눈이 마주쳤다.
‘네 짓이였구나... 이렇게 삶이 끝나는구나... 또 다른 괴물에 의해서. 내가 그 때 너와 탈출했다면.. 너의 엄마가 되어줬더라면 넌 착한 괴물로 살았을까? 아니면 괴물이 되지 않았을까?’
고통의 절규는 조금씩 잦아들고 시체만 남은채 영혼의 수는 하나씩 줄어들고 있었다.
“엄마! 엄마! 죽지마! 엄마! 병원가자! 가서 주사맞고 살아나!”
현석이 정아의 몸을 잡고 흔들며 울부 짖고 있었다.
‘현석아.. 이제 누가 널 지켜줄까? 누가 널 안아주고 누가 너를 사랑해줄까? 나는...’
정아는 쓰러진채 아무리 힘을 줘도 손이 골반 위로 올라가지 않는 것에 대한 무력감과 비통함, 눈 앞에 아들의 암울한 미래를 미리 본 것과 같은 슬픔 속에 죽었다.
현석은 자신 엄마의 입에 입을 맞춰 인공호흡 비슷한 행위를 하려했다. 다미는 깜짝 놀라 얼른 현석을 정아의 시체에게서 떼어냈다. 현석은 떼어져 넘어진채 큰 소리로 울었다.
“엄마! 왜 같이 죽어있어! 제발 일어나! 일어나라고!”
죽을 사람은 모두 죽고 이제 남은 소리는 고아가 된 9살 남자 아이의 울음 소리 뿐이었다.
다미는 좋지 않은 표정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대고 작게 말했다.
“미.. 미안해...”
너무 작은 소리라 듣지 못한채 그 아이는 울다가 혼절하여 쓰러졌다.
다미는 일어서서 살아있는 자신의 부하에게 말했다.
“원장에게 전화해요. 모두 죽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