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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님 Feb 07. 2022

상상, 그 이상의 세상 | 공연 큐레이션

뮤지컬 <하데스타운> 연극 <환상동화>

공연큐레이션 | '연뮤 입덕'이 늘고 있는 요즘, 어떤 공연이 재미있는지 혹은 함께 보러 가기에, 혼자 보러 가기에 좋은 작품은 무엇이 있는지 주제와 상황과 맞는 공연큐레이션을 선사합니다...라고 쓰고 극에 대한 사실적 정보와 주관적인 감상에 기반한 '영업글'이라고 읽습니다. [편집자주]



공연의 막이 오르고 무대 위에, 내가 여태 상상해본 적 없는 세상이 펼쳐지는 순간, 관객은 앉은자리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바로 지금 당신을 신화와 동화 속으로 인도할 공연 두 편을 소개한다.



각 포스터





신화에서 발견한 현대의 모습 <하데스타운>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저승의 신 하데스와 봄과 여름을 부르는 여신 페르세포네, 뮤즈의 아들이자 시인인 오르페우스와 님프 에우리디케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이다. 하데스와의 갈등으로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나와 있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혹독한 겨울이 길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르페우스가 노래를 짓는 동안 하데스의 유혹에 넘어간 에우리디케는 지하세계로 향하는 내용을 경제대공황 시기 미국에 빗대어 표현한다.

https://youtu.be/J2arF196YMQ


감히, '2021 최고의 라이선스 뮤지컬'이라 평하고 싶다. <하데스타운>은 기존의 '대극장 뮤지컬'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정면으로 박살 내는 작품이다.

대극장 뮤지컬은 고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재해석'이다. <하데스타운>은 우리(특히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책으로 읽던 라떼 새대)에게 익숙한 신화 속 인물들을 현대로 옮겨와 재창조했다.

페르세포네가 인간 세계에 따뜻한 봄과 여름을 가져다주는 여신이란 설정, 오르페우스가 그런 페르세포네를 감복하게 만들 음악의 창작자이자 예술가란 설정은 그대로 두고 저승의 신 하데스를 지하 탄광을 운영하는 악덕업주로,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리디케를 가난을 극복하고자 분투하는 진취적인 인물로 각각 의미를 부여한다. 이런 해석은 막연하고 아득한 신화 속 캐릭터가 바로 곁의 존재들로 느껴져 관객들이 공감하게 만든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내레이터로서 무대 바깥의 관객들에게 이야기의 흐름을 설명해 주는 동시에 무대 안 캐릭터들에게도 적재적소에 개입하며 중심을 잡는다. 덕분에 관객들이 <하데스타운>의 전개를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여타 대극장 뮤지컬과 비교했을 때 규모도 크지 않다. 극 중 코러스라 불리는 앙상블 배우들은 5명뿐이고, 연주자도 6명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명의 앙상블이 약속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6명의 연주자도 모두 무대 위에 올라와 있어 공간을 꽉 채운다.

또 넘버 역시 클래식보다는 재즈와 팝에 가까운 점도 <하데스타운>만의 매력이다. 특히 'Road to hell'이나 'Livin' it up on top' 등의 넘버는 듣는 것만으로 '내적 댄스'를 유발한다. (<하데스타운>의 넘버는 브로드웨이 버전 OST가 음원으로 공개돼 있으니 관람 전후 감상을 추천한다)

<하데스타운>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경제대공황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끝날 것 같지 않은 겨울 속에 간절히 희망을 바라는 인간의 마음을 그린다는 데서 바로 지금 우리와도 닮아 있어 마음에 와닿는다. 오는 27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내달 대구를 시작으로 지방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분들이 보기에 좋아요

그루비한 재즈를 좋아하는 분

그리스 로마 신화의 현대적 재해석이 궁금한 분

뮤지컬 배우 잘 모르는 분 (언제 가도 레전드일, 최고의 배우들이 모였습니다)

지긋지긋한 '이 시국' 한 줄기 희망이 필요한 분



동화로 풀어낸 현실의 이야기 <환상동화>


무대 위에 세 광대가 나타나 저마다 사랑, 전쟁, 예술 이야기가 최고라며 다투기 시작한다. 좀처럼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던 이들은 결국 사랑, 전쟁, 예술이 모두 등장하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결론을 내린다. 그렇게 전쟁 속 운명적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한스와 마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https://youtu.be/hcGySm0YXDU


제목이 작품을 정말 잘 나타낸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연극 <환상동화>는 그 제목처럼 관객들에게 환상적인 동화를 들려준다. 그 안에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연극에 대해 지나치게 무겁거나 딱딱한, 혹은 가볍고 억지스러운 장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이야기는 극중극 형태로 진행된다. 사랑, 전쟁, 예술광대가 객석에 앉은 관객들에게 자기들이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담은 연극 한 편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주인공은 한스와 마리. 예술 광대의 영향으로 각각 피아노 연주와 무용이라는 재능을 갖게 된 한스와 마리는, 전쟁 광대가 만들어낸 전쟁 때문에 시련을 겪고, 사랑 광대의 도움으로 사랑에 빠진다.

글로 나열하자면 단순한 구조이지만 그 안에 더해지는 디테일들이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고 때로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누구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깨끗한 웃음과 마음을 따뜻하게 적시는 눈물이 있다. 연극이지만 한스가 연주하는 피아노나, 마리가 선보이는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오는 12일까지 만날 수 있으며, 인터파크티켓에서 '굿바이 타임세일'을 진행하고 있으니 많관부(7일 예매 건 한정).


이런 분들이 보기에 좋아요

마음껏 웃고 울고 싶은 분

부모님, 연인, 친구, 누군가와 함께 볼 만한 연극을 찾는 분

'어른을 위한 동화'가 보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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