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최강창민에 대한 편견을 깰 앨범
음반에 문을 여는 곡으로, 문이 열리자마자 바깥으로 한 발 나서는 최강창민의 결연한 눈빛을 마주한 기분이 든다.
첫 소절부터 가사가 아니라 대사를 읊는 듯, 비장한 목소리가 청자를 집중케 한다. 'Don't let me down'을 반복하는 후렴구의 멜로디가 쉽고 동시에 묵직해 어쩐지 주먹 쥔 손을 흔들며 최강창민의 뒤를 따라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중저음에서 고음으로 터지는 하이라이트까지, 곡의 구성이 가요보다는 뮤지컬 넘버로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가사는 물론, 음악 자체가 주는 드라마가 강한 편이며, 한편으로 최강창민의 지난 음악들과 비교했을 때 새롭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1번 트랙에서 2번 트랙이자 타이틀곡 'Human'으로 넘어오는 구성에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이전 곡 가사에서 '폭풍 후의 고요'를 기다려왔다던 최강창민은 'Human'에서 폭풍의 한가운데서 외로웠던 'only human'을 회상하는데, 'Don't let me down'에서 제시한, 최강창민이라는 영웅의 세계관을 확장한 것이다. 음악으로 구현하는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세계관의 확장을 담은 곡인 만큼, 물론 음악의 퀄리티도 훌륭하다.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해 점점 고조된 멜로디가 후렴구에서 폭발하며, 최강창민 역시 자기 장기를 아낌없이 보여준다. 맑은 미성부터 고음 파트에서 힘 있게 올리는 진성, 여운을 남기는 가성을 오가는 보컬까지.
특별한 점은 가사인데, 최강창민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Human'은 일본어뿐 아니라 한국어, 영어로 된 가사도 있다. 폭풍이 지나간 후 홀로 남은 최강창민이 저 먼 곳 어딘가 자신처럼 혼자가 된 사람에게 가 닿게 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처럼 느껴진달까. ('국경을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된다'는, 요즘 SM엔터테인먼트가 밀고 있는 슬로건(?)이 떠오르기도 한다)
최강창민이 가장 잘 소화하고, 또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대중이 기대하는 보컬을 내세운 곡이다. 소속사 발 보도자료에는 "흥겨운 업 템포 라틴장르"라고 소개됐는데, 흥겹게 시작해서 중반부 피아노 솔로를 시작으로 겹쳐지는 악기 사운드들이 감정을 건드리는, '흥겹다'라는 말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의 곡이다. 최강창민의 리드미컬한 보컬부터 시원시원한 고음까지 들을 수 있다.
동방신기 표 J-POP의 결을 이어가는 시티팝 장르의 노래다. 밝은 분위기의 벌스와 애절한 감성의 후렴구를 오가는 곡으로, 동방신기의 일본 음악을 즐겨 듣던 사람이라면 이 곡에서 어떤, 향수를 느낄 수 있으리라.
코린 베일리 래의 원곡을 리메이크했다. 어쩐지 앙증맞은 느낌의 기타 선율 위로 최강창민의 음색이 잘 드러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주 담담하고 깨끗한,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일요일 풍경 같은 목소리. 최강창민이 가진 목소리라는 악기가 그 자체로 얼마나 빛나는지 알 수 있는 노래라고 자신한다.
제목처럼 6부작 드라마로 구성된 음반을 끝맺는(over) 곡이다. 첫 트랙이 '폭풍 후 고요'에서 시작을 위해 결연한 다짐을 보여줬다면, 마지막 트랙 'Over'는 다시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모든 사건이 끝난 뒤 차분히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느낌의 곡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최강창민의 섬세한 감정 조절이 엔딩곡에 드라마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