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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ma Jul 04. 2023

공격수 없는 피구 코트  

그러니까 서로를 아껴줘야 해  

나의 존재가 누군가의 밥줄을 끊을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이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절망적인 상황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님이 명확할 때의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첫 직장에서 직속 사수 선배는 친절하고 상냥해서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실장님과 면담 후 다른 선배들과 우르르 담배를 피우러 나가더니 그 후로 나를 대놓고 피하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면 답답하지나 않을 텐데 불과 그날 아침까지 함께 웃던 선배가 갑자기 돌변하니 정말 이상했다. 선배뿐 아니라 선배와 함께 담배를 피우고 왔던 다른 선배들도 모두 내게 말을 아꼈다. 점심을 혼자서 먹게 된 것도 그날부터였던 것 같다. 아무도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데 나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도망자가 되었다. 빠르게 몸을 숨겼고 날이 좋아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너머에 있는 공원도 자주 갔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 왕따인 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그러한 생활에 상처받지 않고 익숙해지길 바랐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왕따가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 경우엔 극도의 예민함과 피해의식으로 발현되었던 것 같은데 정신이 썩어가는 것을 느끼며 억지로 참석해야 했던 분기별 회식에서 난 내가 왜 왕따를 당했어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정규직 채용 티오가 한 자리 있었는데 그 자리가 내 입사로 채워진 것, 때문에 계약직이었던 선배는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게 되어 퇴사가 불가피해졌다고 한다. 대학 나온 게 대수냐, 공채가 별거냐 회식 자리에서도 온갖 야유와 조롱이 수군거림의 형식으로 들려왔다. 


참다못한 울분이 터졌다. 어른이 되고 나서 그렇게 목청 높여 울어본 적은 지금까지도 없는 것 같다. 조롱하던 웅성거림이 잦아들더니 테이블 이곳저곳에서는 병신 같다며 킥킥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들 하자."


옆 테이블에 앉은 선배가 모두에게 말했다. 선배는 내게 사과했고, 울음이 그칠 때까지 말없이 휴지를 계속 뜯어 주었다. 나는 그런 선배에게 네가 제일 나쁜 새끼라고 욕을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선배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 나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피해자들끼리 전쟁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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