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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노무사 Oct 29. 2020

코로나 시대의 인재상

뫼 산(山)자형 인재의 시대

  스마트폰 만큼이나 마스크가 외출 필수품인 시대다. 세상이 예전보다 빠르게 변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바이러스 때문에 그 속도가 이 정도로 가속화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갈아 끼워지는 느낌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름 성실히 일하던 내가 이미 갈아끼워진 부품일 수 있다는 걱정도 된다.


  코로나가 가져오는 변화 중에는 코로나가 변화의 씨앗인 경우가 있고, 코로나가 변화의 촉진제인 경우도 있다. '일의 세계'에서 코로나는 씨앗이 아니라 촉진제였다. 코로나는 많은 일자리를 없앴고, 기업의 재택근무를 활성화 시켰다. 플랫폼에 기반한 사업은 잘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고,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사업에는 철퇴를 내렸다. IT에 기반한 기업들의 장래성을 높여줬고, 항공업과 같은 전통 산업의 발목을 붙잡았다. 코로나가 씨앗이 아니라 촉진제였다고 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사건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되거나 '시작이 예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 없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면 그 속도를 조금 늦추거나 사회적 합의로 막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정규 선택 과정이 아니라 필수 속성 과정으로 탈바꿈 시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빨리 적응하는 것 뿐이다.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인재?


  인재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인재는 결국 시대의 니즈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상 인재의 기준은 시간이 지날 수록 엄격해 진다. I자형 인재가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다. 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됐고,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전문인 또는 기능인이 인정 받는 시대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I자형 인재는 한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니 융통성(내지는 창의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심지어 와카스 아메드는 폴리매스라는 책에서 전문성에 대한 환상이 인간의 가능성을 저해한다고까지 한다.) 자신의 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인접 분야와도 소통할 수 있어야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T자형 인재의 시대다. T자 모형은 I자에 가로 획을 추가함으로써 본인의 전문분야 뿐만 아니라 인접 분야와도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다.


  미래학자, 글로벌 기업 경영자 등은 코로나 시대, 즉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된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T자형 인재와 유사하지만 한 분야의 전문가가 인접 분야의 '얕은 지식'으로 혁신을 이루기에는 현 시대가 너무 고도화 되어 있다. T자형 인재가 부족하다면 어떤 문자로 코로나 시대의 인재를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필자가 한번 만들어 봤다. 앞서 언급한 와카스 아메드의 책 '폴리매스 POLYMATH)'에 나오는 문구("폴리매스란 말 그대로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적어도 세 가지 일을 출중하게 하는 사람")를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뫼 산(山)자형 인재다.


  뫼 산(山)에서 세로로 그어진 3개의 획은 각기 다른 3가지 영역을 의미한다. I자형 인재처럼 3개의 획이 모두 세로로 길게 그어져 있으니 깊이있는 전문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중 가운데에 있는 세로 획의 길이는 양쪽의 두 획보다 더 긴데, 3가지 분야의 전문성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전문성을 의미한다. 3개의 세로 획은 아래에 그어진 가로획으로 연결된다. 관련성 없는 3개 영역의 깊이있는 전문성이 연결되고 융합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뫼 산(山)자형 인재가 되는 법


  다가오는 시대, 어쩌면 이미 다가온 시대에는 뫼 산(山)자형 인재가 요구된다는 점을 참 쉽게 뱉어냈다. 쉽게 말한 만큼 각종 질타가 예상된다. "현실적으로는 한 물 갔다는 I자형 인재로 인정받기도 어려운데 3가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 융합하라니 무슨말이냐", "I자형 인재의 시대에 I자형이 아니라도 먹고 살았고, T자형 인재의 시대에 T자형이 아니라도 먹고 살았다"와 같은 불만이다. 이해되지만 수용할 수는 없는 말들이다. 우리에게 더 이상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시대의 인재가 아니라도 조금 덜 좋은 근로조건에서 일하면 됐지만, 이제부터는 시대의 인재가 아니라면 일 할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 희망하는 근로조건을 현실과 타협해 낮추는 정도로는 생계 유지등을 초록색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나 역시 특정 분야의 전문자격을 취득하고 해당 분야의 학위를 취득하는, 전형적인 I자형 인재가 되기 위한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이다. 결코 시대가 원하는 인재가 아니다. 물론 인재로 인정받을 역량도 없음을 알거니와 욕심도 없다. 다만 나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산(山)에 오르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관리해야 할까. 직장 규모, 네임밸류 그리고 당장의 연봉과 직급을 기준으로 일할 곳을 정하는 것보다 그 일이 내게 줄 수 있는 경험의 다양성과 깊이가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갖고 있던 기존의 경험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경험도 좋지만 내가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경험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것을 조금더 깊게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지 못해 나만 갖게 될 경험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특정 직무에서 경험을 쌓고 더 나은 근로조건으로 이직하는 기존의 커리어 관리 개념에 근거하면 이러한 선택은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직장을 전제로한 커리어 전환의 한계를 깨야 한다. 기존의 것에 기반해 더 나은 것을 취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기존의 것은 그것대로 놔둔체 아예 새로운 것을 취하려는 사고로 전환되어야 한다. 


도전, 도전, 도전


   뫼 산(山)에서 3개의 세로 획만 있다면 그냥 I자형 인재 3명이 모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각 분야의 깊이 있는 전문성을 연결 할 수 있는 '가로획(ㅡ)'이다. 그리고 그 가로획을 그어갈 수 있는 원동력은 다양한 경험일 것이다. 역시 핵심이 가장 어렵다. 경험을 쌓는 일은 어렵다. 오히려 전문성을 쌓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시간을 투자하면 전문성은 상승한다. 시간과 전문성은 정비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비례다. 요즘 나오는 각종 업무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를 보면 굳이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으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경험은 주로 시간으로 구성되기보다는 용기로 구성된다. 안해본 일은 잘 할 자신이 없고, 잘 할 자신이 없는 일은 두렵다. 잘 한다고 한들 득이 될지도 모르겠고, 못하면 괜히 늘 하던 잘하던 일을 다시 쳐다보게 된다. 그래서 경험은 아무나 쌓을 수 없다. 용기 있는 사람만 쌓을 수 있다. 끊임 없이 도전하고, 도전하고, 도전해야 한다. 글을 쓰고 있는게 아니다. 나에게 읊조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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