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과 관계인구

로컬단상

by 소보로

지방의 마을이, 도시가 사라져간다. 이 말은 문학적 은유가 아니다.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30년 후 지방의 46%가 소멸한다고 한다. 탄생하면 반드시 소멸에 이르는 우주의 법칙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지방소멸의 가장 큰 원인은 수도권 인구집중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


돌아보면 과거에는 부산이 서울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대도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부산의 특정 지역은 지방소멸을 코앞에 둔 곳도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해운대구의 초고층 아파트군은 여기서 논외) 싱가포르 같은 도시 국가를 제외하고는 한 도시가 지역의 인구와 자원을 독점하는 나라는 흔하지 않다.


백보 양보해서 그동안 개발 성장 국가 모델로 달려오기까지는 서울에 자원을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었다고 치자.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앞으로 고도성장 시기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 경제 구조상 올 수가 없다. 고성장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들었다면서 왜 아직도 과거의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러는 사이 어느새 지방은 서울의 내재식민지가 되었고 이제는 소멸을 마주하게 됐다.


여타 선진국의 공통점은 각개의 지역 도시들이 분산되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점이다. 행정수도와 별개로 경제나 문화로 특화된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들이 자신의 지역성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서울의 자산을 지역으로 강제 분산하지 않는 한 요원해 보인다. 특히 높은 대학진학률과 수도권의 일자리 편중은 지방 균형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방소멸 문제를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인구감소 문제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사망자가 신생아 수를 넘어섰고 출생율은 0.918을 기록했다. 하지만 인구감소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방의 인구감소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진행됐던 일이다. 그런데도 문제에 대처할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당장 코앞에 닥친 일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사고가 오늘의 인구감소 문제를 키운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지방소멸을 이야기할 때 원인을 인구감소로 돌리는 일은 자칫 청년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가 될 수 있다. 결혼을 하지 않아서, 아이를 낳지 않아서, 등 마치 인구감소 문제는 청년들이 아이만 낳으면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정책도 출생율을 높이는 쪽으로만 펼쳐왔다. 하지만 안정된 일자리와 집을 구할 수 없는 각박한 세상에서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할까? 미래가 깜깜한데 말이다.


지방소멸 지수를 산정하는 방식도 문제다. 가임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을 지방소멸 위험지수로 따진다. 시대를 전혀 읽지 못하는 방식 아닌가? 한국의 지방소멸은 명확히 수도권 집중에서 비롯한다. 자신이 태어난 고장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편안한 주거는 물론 안정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수도권 집중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출생율 문제는 인구소멸을 ‘출생’에서만 해결하려는 근시안적 태도에서 비롯된다.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인구소멸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볼 수도 있다. 우리와 똑같은 문제를 겪는 일본의 경우 ‘관계 인구’ 개념을 고안해 지역의 인구소멸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다. 관계 인구란 그 지역에 정착해서 살지 않더라도 그 지역의 농산물을 소비하거나 때때로 방문해서 놀거나 쉬다 가는 인구를 말한다. 한마디로 도시와 로컬을 삶 속에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이 좋은 점은 특정 지역이 인구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인구를 유입시켰다 하더라도 그만큼은 다른 지역에서 빠져나온 셈이라 전체 인구수에는 변화가 없는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데 있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아, 그냥 이곳에 정착해볼까? 라면서 이주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로컬에서 이뤄지는 마을재생은 바로 이러한 연결 관계를 만드는 일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도시와 지역이 호혜성을 바탕으로 로컬 커뮤니티를 구축하면 굳이 마을벽화를 그리지 않더라도 방문객은 늘어날 것이고 인구유입으로 인한 마을 경제 순환 효과도 일어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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