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리틀 포레스트’가 기다립니다

로컬단상

by 소보로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가 남긴 여운이 길다. 2018년에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는 삶에 지친 청년들을 위로하는 힐링 시네마로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영화에 우리네 청년들이 응답한 이유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영화 속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낙방하여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고향집에 오자마자 마당에서 추위에 얼어있는 배추를 뽑아 배추전을 만들어 허기를 채운다. 그가 도시에서 직면했던 삶의 허기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지만 한편으로는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울림을 주기도 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아! 저런 식으로도 끼니를 해결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줬다고나 할까. 더구나 거의 버려지고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배추 한 잎이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멋진 음식으로 되살아나다니. 여러모로 이 영화가 앞으로 펼쳐 보이고자 하는 방향이 상징적으로 담겨있는 장면이라 하겠다.


최근 ‘로컬’이 밀레니얼 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로컬을 향한 관심은 비단 밀레니얼 세대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과거 386세대들이 선택하고 도전했던 ‘귀농’이나 ‘귀촌’도 비슷한 맥락이다. 숨 쉴 수 있는 여유조차 없이 지속적으로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버텨야했던 도시인들이 대안으로 찾은 삶이었다. 그때만 해도 로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텃밭을 가꾸거나 농사에 도전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 이유로 도시를 떠나고 싶어도 농사일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선뜻 로컬로의 발걸음을 떼지 못했었다. 하긴 농사는 아무나 짓나. 그렇다 보니 문제도 많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이주자들은 원주민 커뮤니티와 섞이지 못하고 자신만의 울타리 안에서 마을과 단절하여 살아갔다.


그런데 밀레니얼 세대의 귀촌과 귀농은 뭔가 다른 구석이 많다. 이들은 농사를 고집하지 않는다. (물론 농사를 짓는 청년들도 많다.) 또한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에 힘쓰며 지역의 자원을 발굴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약이 두드러진 배경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면서 살아가겠다는 라이프 스타일의 대두가 있다. 삶의 태도를 바꾸면 얼마든지 도시에서의 취업난이나 주거불안정 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전국 어디든 인터넷으로 연결된 IT 기술에 있다. 다시 말해, 시골에서 원격으로 일을 해도 충분히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들 로컬 크리에이터는 로컬의 자원을 주목한다. 오래된 골목, 버려진 공간, 폐공장과 같은 공간 자원도 있지만 지역 특산물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아니면 지역에서 카페나 서점을 만들어 마을 커뮤니티 플랫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밀레니얼의 로컬살이는 기성세대가 시도했던 귀촌이나 귀농과는 결이 다르다.


인구절벽 시대에 돌입하면서 지방 소멸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의 로컬 지원 정책도 많아지는 추세다. 특히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지방 소멸을 막고 쇠락한 마을을 되살리는 데 중요하기에 지방 이주를 유도하기 위한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남은 과제는 로컬로 이주한 청년들이 자생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일이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은 다시 도시로 돌아가지만 재배하던 양파의 ‘아주심기’를 위해 언제가 돌아온다는 여윤을 남긴다. ‘아주심기’는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더 이상 옮겨 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도시에서 로컬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아주심기가 바로 지속가능한 정착이 아닐까 싶다. 영화 안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혜원은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로컬 커뮤니티를 위해 뭔가 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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