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단상
현대인에게 도시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동경이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매일 탈도시를 꿈꾸기도 한다. 문제는 꿈만 꾼다는 점이다. 왜 꿈만 꿀 수밖에 없을까? 도시에서 살아내지 못하면 바로 도태되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일을 하지 않으면(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 그곳이 바로 도시다.
도시가 제공하는 편리함과 안락함은 모두가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으로 안전과 편리를 사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가 바로 대표적인 상품이다. 전설의 밴드 들국화 멤버 최성원이 ‘제주도의 푸른밤’에서 말하는 ‘아파트 담벼락’이란 바로 ‘단지’를 상징한다. 단지란 집들이 모여 있는 것을 말하지만 동일 계급의 집합체일 뿐 공생과 연대의 커뮤니티 성격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밀접하게 모여 사는 구조인 아파트 주거 형태에 커뮤니티가 결여되어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단절과 해체를 부추긴다. 왜냐하면 그래야 ‘소비자’가 많아지니까.
누군가는 묻는다. “그래. 그 커뮤니티라는 게 뭔데?” 커뮤니티의 핵심은 상부상조라고 생각한다. 취향의 공동체라든가, 공동 가치를 추구하는 연대체도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지만 전통적으로 커뮤니티는 서로를 보호해주는 방어막이었다. 물론 그러한 기능은 정부의 행정 서비스 영역에서 사회안전망이란 이름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정부와 개인이 일상을 공유하거나 소통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다음카카오란 거대한 기업이 되었지만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본사를 제주로 옮겼다.(현재 카카오 본사도 제주) 로컬의 가치를 알아본 당시 이재웅 대표의 결단 덕분인지 몰라도 매우 흥미로운 시도였다. 너무 앞서갔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러한 다음이 있었기 때문에 요즘 얘기하는 로컬의 시대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르지만 일본 인터넷 기업 야후재팬도 로컬로 스며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동북 지역이 황폐화하자 후쿠시마에서 불과 100키로 거리에 있는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에 야후 ‘이시노마키 베이스’라는 거점을 만들었다. 그 후 2014년에는 나가노현 ‘하쿠바 베이스’ 2015년에는 홋카이도 ‘비에이 베이스’를 구축하며 지역 재생을 지원하고 다채로운 커뮤니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재밌는 일은 야후 재팬이 이와 같이 지역 베이스를 구축하고 경험한 일을 토대로 도쿄의 야후 본사 분위기가 바뀌는 점이다. 야후재팬은 사무실 건물에 로그 스튜디오를 만들어 일반인에게도 공개하면서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추구하고 있으며 지역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직원을 위해 자원봉사 휴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지역과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청년뿐 아니라 많은 도시인이 꿈꾸는 로컬의 삶. 그러나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현실. 만약 로컬에도 일자리가 있고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 편의 시설이 있다면 로컬은 얼마든지 도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상부상조할 수 있는 로컬 커뮤니티까지 존재하며 도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까지 고려한다면 로컬의 장점은 무궁하다. 많은 기업들이 로컬에 자신들의 자원을 분산한다면 민관 거버넌스가 더욱 탄력을 받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기업이 자신의 회사를 자랑할 때 “우리 회사는 바다가 보입니다!”라고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