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인구

로컬의 언어

by 소보로

지방소멸을 막는 일이 국가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러나 지방소멸 원인을 인구감소에서만 찾다보니 그간의 정책은 출생률을 높이는 쪽으로만 집중됐다. 실제로 ‘지방소멸지수’는 가임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을 사용한다. 그러나 출생률이 다시 올라가기는 요원한 상황이라 이러한 산정방식은 오늘날 지방소멸지수를 표현하는 데 효용성이 없다.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잘 알려졌듯이 청년층의 고충은 전방위적이다. 이른바 스펙쌓기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지만 그 어느 때보다 좁아진 취업문 앞에서 좌절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문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혼은커녕 연애도 뒷전으로 밀린다. 그런데도 정부는 청년층이 결혼도 안 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하지 않아 출생률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인구감소 문제를 청년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지방소멸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서울 집중 현상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 모습은 국가의 자원을 서울이 독점하고 지방은 서울 사람들에게 자원을 공급하는 내재식민지 구조라 할 수 있다. 범위를 넓혀 서울과 경기 수도권을 아우르면 총 인구의 50%가 몰려있다. 누가 봐도 불균형한 모습이다.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지방뿐 아니라 종국에는 서울도 소멸할 수 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지방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자원의 도쿄 집중화 경향이 뚜렷해지는 추세라 지방소멸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후 수도권을 벗어나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체의 지방창생 또는 마을만들기 사업과 맞물리며 소멸 위기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IT기업 중심으로 로컬로 본사를 이전하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2019년 일본 총무성은 지역 인구감소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기존 지역창생 정책으로 새로운 인구를 지역으로 유입시킬 수는 있었지만 이것은 다른 지역의 인구가 이동한 것에 불과해 전체 일본 인구로 따지면 출생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에 일본사회는 폐쇄적인 경향이 짙다. 일본 총무성이 내놓은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관계인구’ 확산 정책이다.


관계인구란 지역에 새롭게 이주한 ‘정주인구’나 여행이나 관광으로 방문하는 ‘교류인구’가 아닌 지역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인구를 말한다. 총무성은 산하에 ‘지역력창조그룹’을 신설하여 관계인구 창출 및 확대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관계인구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접근하고 있다. 첫째는 ‘관계심화형’이다. 특정 지역과 연관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관계인구를 형성하는 정책으로 과거 해당 지역에서 근무, 거주 또는 주재를 했던 경험이 있는 연고자와 해당 지역에 납세(부동산, 사업체 등 유지)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지역과 지속적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는 ‘관계창출형’으로 지역과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 지역과 계속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는 계기나 기회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기술이나 지식 등을 매칭하는 지원을 펼친다. 셋째는 ‘저변확대형’이다. 지역 공공단체가 도시의 기업이나 NPO, 대학 등과 연대하여 도시거주자를 대상으로 지역을 알리는 사업을 벌인다. 넷째는 ‘외국인저변확대형’이다. 앞서의 저변확대형에서 파생된 모델로 주 타깃을 외국인으로 한다. 지방공공단체가 지역주민 또는 지역단체 등과 연대해 방문 외국인과의 교류를 촉진해 지역과 연결성을 확보·유지하는 방안이다.


우리를 돌아보면 한국도 이러한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관계인구 확산 개념으로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각 로컬에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벌이는 한달살이 체험이나 지역살이 교실을 비롯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 방문 인구를 늘이는 로컬크리에이터와 지역혁신가들이 존재한다. 또 이들을 위해 정부 부처별로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점은 지역 재생을 위한 예산 편성보다 도시와 지역의 연결성을 강화하여 도시 자원이 로컬로 재분배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언제까지 출생률이라는 수치에만 매달릴 것인가. 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문제에 접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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