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언어
얼마 전 서울시와 SH공사는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매입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빈집활용 사회주택을 올 한해에만 약 3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빈집은 지난 2000년 약 5만 7,000가구에서 2017년 기준 9만 3,000가구로 63%가 늘어났다고 한다. 전국으로 따지면 126만호에 이르며 전체 주택 대비 7.3%에 달하는 수치다. 한편에서는 아파트만 지으면 이른바 로또청약이라고 할 정도로 분양시장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단독주택의 빈집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빈집이 증가할까? 전문가들은 첫 번째로 인구감소 문제를 꼽는다. 특히 인구감소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서는 주택 소유주가 사망할 경우 매입자나 임차인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실제로 한국은 인구감소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저출생 추세가 계속된다면 2045년엔 인구감소율이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출생률이 높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최근 실시한 조사로도 2030세대의 절반 이상이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여기서 밝히지 않더라도 다들 알고 있으리라. 따라서 지역에 산재한 빈집이 출생율 증가로 다시 채워질 일은 현생에서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의 빈집 문제는 한국보다 더욱 심각하다. 2018년 기준으로 850만호를 찍어 13.6%의 심각한 빈집율을 나타냈다. 지역의 단독주택은 말할 것도 없이 수도권 외곽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까지 빈집으로 변하고 있다. 2014년 일본창성회의에 제출한 이른바 ‘마스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지방소멸》이란 책에 의하면 2040년까지 일본의 절반에 해당하는 896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할 것이라고 한다. 출생율이 낮은 데다 그나마 지역에 남은 인구마저 도쿄가 빨아들이고 있어 지역은 소멸할 것이고 종국에는 도쿄 또한 축소되어 일본은 파멸한다는 충격적 내용이 담겨있다.
이러한 일은 이제 우리에게도 코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에 새로운 인구를 유입시켜 지역을 재생하는 일에 매진해오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이주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 빈집이나 유휴 공간을 청년 로컬 이주자를 위한 주거나 공유 오피스로 제공하면서 로컬 창업을 돕는다. 아울러 이들이 종국에는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끔 지속적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청년층에 매달리는 정책을 펼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 청년도 언젠가는 중장년층이 될 테고 자녀들이 생기면 교육을 위해 다시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으므로.
따라서 빈집 문제는 다각도로 접근해서 풀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부동산 문제는 집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주택보급률은 100%를 웃돈다. 문제는 인구의 서울 집중화다. 그런데 서울로 모여드는 이유를 그동안 너무 단순하게 분석했던 것 같다. 서울에 일자리가 많고, 주거 환경이나 교육 인프라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행정기관을 지역으로 이전하는 정책을 펼치기도 했는데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가 간과한 것은 서울이 하나의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선망하는 도시 브랜드 말이다. 비록 반지하 월세를 살더라도 서울은 살고 싶은 곳이자 자신이 속하고 싶은 곳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이 이처럼 욕망을 빨아들일수록 반작용도 그만큼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이라는 브랜드를 소비하기 위해 치르는 대가가 점점 가혹해지기 때문이다. 서울을 떠나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의 지역재생이나 지역혁신 사업에서도 로컬 브랜드화에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이제 양양에서 서핑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은 힙함(!)의 최전선에 서는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로컬 브랜드 개발을 위해서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발굴해야 한다. 이때 지역의 빈집은 좋은(?) 자원으로 활용되리라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거점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빈집은 로컬의 미래를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