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언어
어느덧 한국 사회는 국토개발의 시대에서 도시재생의 시대로 돌입했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숨 가쁘게 뛰어온 지난 70년. 그야말로 압축성장의 끝판왕을 보여줄 만큼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았다. 성장은 했으나 성숙의 시간이 없었던 탓이다. 특히 서울은 대한민국의 자원을 다 빨아들일 정도로 비대해졌는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가 살고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과 수도권에 몰린 인구를 소화하기 위한 아파트 단지 중심의 도시 개발이 지속되어 왔다. 또한 산업구조의 변화로 과거 흥했던 1차 산업 관련 시설은 유휴 건물이 되어 방치되는 일이 잦아졌다. 이러한 문제로 구도심과 변두리 동네는 공동화 현상은 물론 슬럼화를 불러왔으며 노후한 건물은 이러한 현상을 가중시켰다. ‘도시재생’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했다.
그런데 토건 개발에 익숙하고 아파트 재건축이나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도시재생은 또 다른 부동산 개발 기회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배경에는 국토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딜사업은 노후 주거지 환경 개선을 통한 주거복지 실현뿐 아니라 지역민 주도의 공동체 회복으로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기존의 부동산 개발이 원주민을 내쫓고 지역의 고유성과 역사성을 파괴했다는 반성에서 시작한 공공 성격이 강한 개발인 것이다.
이처럼 도시재생은 그 핵심에 지역 커뮤니티 복원을 염두에 놓고 있으며 국토부는 전국에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지역 커뮤니티 회복에 지원을 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도시재생지원센터 변화영 국장은 로컬그라운드와의 인터뷰에서 도시재생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을 불러 모으고 주민들과 함께 만나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디지털 음원이 없었던 시절에 카세트테이프가 인기였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보면 PAUSE(멈춤)과 PLAY(재생) 플레이 버튼이 있었는데, 카세트 플레이어를 빌어 말하자면 도시재생은 멈춰있는(PAUSE) 지역에 활력 즉, 놀이(PLAY) 문화를 깃들게 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지역 주민이 플레이어로 뛸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다. 이처럼 도시재생의 방점은 ‘개발’이 아니라 ‘성숙’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 개발 자본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