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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Jun 22. 2022

신중년(?)의 지역이주

로컬그라운드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국면으로 치닫는 한국. 언론과 사회는 저마다 OECD 국가 중 최저 출생률 수치를 강조하면서 이대로라면 미래의 한국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거꾸로 출생률이 높아지면 지방소멸 문제도 해결될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본다. 현재의 지방소멸 문제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에 있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단지 경제적 문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펼쳐질, 뻔히 보이는 ‘헬조선’의 수많은 난관을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육아, 교육, 주거를 비롯한 가족문제까지 모든 게 고통이니까. 혼자 사는 삶이 더 편한 것이다. 딩크족도 이제는 옛말이다. 요즘은 혼족이 대세다. 다시 말해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다. 이런 흐름을 외면하고 그저 아이 낳으면 돈을 준다는 식의 정책으로는 절대로 출생률을 올릴 수 없다(어쩌면 결혼은 이제 계급의 문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에게만 짐을 지게 하는 방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최근 들어 종종 지인들이 행안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청년은 몇 살까지 해당하는지를 물어온다. 지역이주에 관심이 있지만 선뜻 용기내기 어려워하는 4-50대들이다. 현재 청년 기준은 지자체마다 다르며 최고령은 만 49세까지를 청년으로 인정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청년마을에 불쑥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20대 청년과 4-50대 중년 세대 중에 어느 쪽이 지역이주 성공 가능성이 높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후자다. 행안부도 지방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만큼 이참에 나이 제한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자녀 교육 문제나 경제적 문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년 세대는 이미 인생 2막에 도전해보려는 준비가 된 세대 아닌가.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 어디로 가야할지, 간다고 해도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책 프로그램이나 정보가 없다보니 다들 나홀로 전원주택을 짓거나 적성에도 안 맞는 농사에 도전한다(그러다 실패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비율도 35%나 된다고 한다).


서울시 ‘50플러스센터’는 바로 그러한 중년세대의 니즈에 주목했다. ‘신중년과 지역을 잇는다’는 모토로 설립한 관광벤처 ‘패스파인더’는 지역이주에 관심 있는 중년을 상대로 50플러스센터와 함께 지역살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코로나19 이후에는 후속 프로그램이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만약 이들의 지역살이 체험 프로그램과 행안부 청년마을이 연결된다면 어떨까? 지역에서 청년들이 만들고 가꾼 카페나 빵집 또는 술집의 최대 고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소비자 역할이 아니라 새로운 이주 지역 주민으로 자리 잡는다면 청년마을은 지속할 동력을 얻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 발전을 위한 세대 간 공동 모색이 이뤄질 것이다.



실제로 신중년의 지역살이 체험기를 엮은 《강릉에서 살아보기》를 보면 중년 세대의 지역이주 열망이 얼마나 높은지 잘 알 수 있다. 책에서도 강릉의 청년 로컬크리에이터의 활약을 소개하면서 청년과의 연계 필요성을 언급한다. 신중년 세대 이주자가 많아지면 그들 주변인의 방문이 잦아질 테고 그러다 보면 결과적으로 지역은 ‘관계인구’ 확산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도시를 열망하는 청년을 나무랄 수는 없다. 로컬에 기회가 있으니 도전하라고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다. 어른들이 도시를 떠나야 청년에게 기회가 오고 도시는 젊어진다. 그렇다고 신중년들은 도시를 떠나라는 말은 아니다. 도시적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라는 말이다(이제는 그럴 때도 되지 않았나? 언제까지 지역에는 백화점이 없다는 타령만 할 건가). 물론 평생 살아온 도시를 떠나기란 쉽지 않다. 우선은 지역에 다중거점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20대에겐 불가능해도 4-50대에겐 가능한 일이다. 지방소멸 문제 해결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라는 말이 아니다. 당신의 삶에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사는 곳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변화는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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