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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룰루 Oct 09. 2021

퇴사는 무섭고 그렇다고 계속 다니면 죽을 것 같을 때

휴직하다

저희 집은 회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어요. 회사는 서울인데 집은 경기도 부천이에요. 사람들에게 집이 부천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어우~ 힘들겠다" 하는데 저는 정말 괜찮아요. 행복해요. 왜냐하면 저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일산에 살았거든요. 일산은 회사에서 집까지 편도 두 시간, 왕복 4시간이 걸려요. 6시 30분에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8시 30분 ~ 9시 정도였어요. 집에 도착하면 뭘 할 힘이 없어요.



저는 저를 위한 시간을 쓰면서 힐링해요. 예를 들어 내 공간을 청소하고 꾸미기 또는 나를 위한 밥을 차리거나 커피를 내려마시는 시간이요. 일산에 살 때는 이런 것들을 전혀 할 수 없었어요. 지쳐 잠들기 바빴어요. 어느샌가 집은 너무 지저분해졌고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도 모두 상해서 버릴 때가 많았어요. 특히 과일... 제철 과일을 참 좋아하는데... 상한 과일을 볼 때 참 슬펐지요... 그렇게 방치된 집과 냉장고를 볼 때 몸도 지치는데 마음도 우울해졌어요.

이사하기 전에 몸도 마음도 정말 너덜너덜해졌던 것 같아요. ‘아, 쉬고 싶다’라는 마음이 백 번 천 번 드는데 나 몰라라 했죠.

그때를 생각해보면 몸에서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어요. 일단 정신적으로 우울했고 무기력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집에만 있고 싶었어요. 몸도 완전히 망가졌어요. 왕복 네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다 보니 원래 있던 허리디스크가 굉장히 심해졌어요. 목디스크까지 와서 도수치료를 받았지만 낫지 않았어요. 당시 회사 업무도 많아 야근이 잦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할 시간이 없었지요.

몸이 안 좋아지니까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걸 알았어요. 몸이 힘들면 마음이 힘들고 마음이 힘들면 몸이 힘들구나. 이제는 몸과 마음의 신호를 잘 느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고민했어요. 회사 그만두어야겠다. 진짜 쉬어야겠다. 그렇게 굳게 다짐했는데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것에 진짜 불안한 거예요. 전 자취를 하고 있고 모든 생활비를 저 혼자 감당하고 있거든요.

계속 고민했고 주변 사람들한테 조언도 구했어요. 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제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고 일하기 싫어서 핑계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말을 들고나면 '나 일할 수 있는데 괜히 핑계되는 건가?...' 스스로 묻고 있더라고요.

한참 고민하고 어떤 합의점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휴직을 이야기해볼까?' 생각했어요. 막상 마음은 먹었는데 그 말을 꺼내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회사에 휴직을 이야기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거든요. 육아휴직조차도 없었어요.

완전 갈팡질팡할 때 회사에서 친한 형님(?)한테 나 너무 힘들어서 휴직 이야기를 대표님께 꺼내보려고 하는데 이런 일들이 선례로 없었어서 너무 고민된다고 이야기했더니 나이가 들면 뭔가를 말하기 더 힘들어진다고 이야기 꺼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너무 큰 용기가 생겼어요. 당일 저녁에 대표님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대표님과 마주 앉았어요 "대표님 저 휴직하겠습니다!"이것도 아니고 "대표님, 저희 회사에 휴직이라는 제도가 있을까요?" 이렇게 물어봤어요.
-왜?

-음... 힘들어서요...

이렇게 답하는데 눈물이 폭풍처럼 나더라고요. 그렇게 한참 대화를 이어나갔어요
제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그래,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은 시간일 수 있어. 그러니 너 마음이 괜찮아지도록 그 시간 동안 정말 노력해야 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야기 마치고 일어서는데 "한번 안아보자" 하고 토닥토닥해주시는데 어안이 벙벙하면서 너무 슬펐어요. 내가 괜찮아질 수 있도록 나를 생각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저는 그렇게 휴직을 합니다. 휴직기간 동안 이사도 하고 밥도 잘 차려먹고 청소도 열심히 하고 제가 사랑하는 친구들도 만났어요. 심리상담도 열심히 다니며 한 달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저에게 집중했어요.

다시 복직해서 예전과 달리 정말 잘 지냈어요. 회사 친구가 제 얼굴이 너무 좋아진 것 같다고 다행이라고 말해줄 정도로 밝아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또 휴직한 기간 동안 새로운 동료들이 많이 왔어요. 그래서 시너지 받고 더 파이팅 넘치게 일할 수 있었어요. 쉬고 나서 정신과 몸이 편안해졌어요 목디스크가 일단 예전에 비해 굉장히 좋아졌고요. 마음도 너무 좋아졌어요. 저 없는 한 달 동안 고생해준 우리 동료들 고맙고요.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중에 몸과 마음이 힘든 분들이 있으면 스스로에게 괜찮은지 쉬어야 하진 않은지 아프진 않은지 물어보세요. 정말 물어보세요.

그리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건 좋지만 누군가의 말로 내 감정을 의심하지 마세요.

자기 상황에서 본인을 치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어요.

율룰루의 글을 영상으로 보시려면

https://youtu.be/557mPlJx7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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