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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용희 Apr 30. 2021

보통의 대화 - 김도형님편

육중한 질량을 갖은 관성 편

4월이 이제 곧 지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신가요?


코로나가 다시금 심해지고 있고 봄이지만 언제쯤 평온한 봄날이 올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하루에 충실하고 나아지는 미래를 그려나가야 합니다.


오늘도 보통의 대화에서는 특별한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다 함께 보통의 대화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름:김도형

사는 곳: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

하는 일: 목수(원목가구 제작)


2, 요즘 최대 관심사가 있으신가요?


최대 관심사는 ‘안정’입니다.

안정적인 삶을 뒤흔들 수 있는 모든 불안정한 것들을 경계하고 능력이 되는 범위에서 최대한 통제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느덧 사십 대 중반을 코앞에 두고 있고 양가 부모님은 점점 노쇠해 갑니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지만 가정의 기반은 취약하기만 합니다.

그럭저럭 부족함 없이 지내는 것 같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건강, 직업, 경제력 등 무엇 하나 견고한 것이 없습니다.


3, 무엇이 당신을 열정적이게 하나요?


솔직히 예전과 같은 열정과 집중력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당장 코앞에 닥친 위기가 없고, 심각한 결핍이 없는 요즘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입하기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2번 문항에 대한 답변과 유관할 것 같은데 저에게 최근의 일상이란 관성입니다. 거대한 질량을 갖은 육중한 관성으로 장애물들을 밀고 묵묵히 흘러가는 일상. 어쩌면 이런 일상에서 열정은 오히려 자기 도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당신에게 슬럼프란?


저의 첫 직장은 주로 광물을 취급하는 외국계 상사였습니다.

어쩌다 운 좋게 취업한 곳에서 주어진 업무는 너무나 버거웠고 때문에 아침에 눈뜨는 것이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업무, 동료 등 회사의 모든 것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무능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저는 회사에 관심 없는 척,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대단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척, 거짓으로 스스로를 꾸미기 시작했고 오래지 않아 그런 행동과 말에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슬럼프였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도망치는 방법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5,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당연하게도 가족입니다.

딱히 싫지도 좋지도 않은 직장생활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도 스스로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도 모두 우리 가족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토대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6, 그렇다면 당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여유 자금이 조금 있으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얼마 전부터 아내와 함께 저축할 계좌를 만들었고, 체중관리를 위해 퇴근 후 조깅을 시작했습니다.


7, 그럼 인생 혹은 삶이란 무엇일까요?


다른 삶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삶을 돌이켜보면 외발자전거와 같았던 것 같습니다.

페달을 밟아 잘 가는 것 같지만 멈추면 바로 쓰러져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내가 멈추면 우리 가족도 멈추는 건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불안감이 차올랐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은 사실 그렇게 희망적인 것은 아닙니다.

멈출 수 없고 멈추면 안 되기에 속도와 무관한 관성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질량이 필요합니다. 순간의 나태함으로는 멈출 수 없는, 사소한 장해물로는 멈출 수 없는 육중한 질량을 갖은 관성으로 꾸준히 나아가야 합니다.

나에게 그 거대한 질량이란 가족들입니다.


8, 본인이 생각하는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가 있나요?


사전적 의미로써 두 단어의 차이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짐작해 보건대,

자존심은 꾸밀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연기를 해서라도 표출할 수 있는 타인을 향한 방어기제와 같은 것이라면, 자존감이란 나 스스로 명명백백히 느낄 수 있는 자기 존엄인 것 같습니다.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존심은 아이언맨의 슈트, 자존감은 슈퍼맨의 망토?


9, 나만의 필살기가 있다면 무엇이 있으신가요?


딱히 없습니다.

굳이 적자면 평균 이상의 냉정함과 분석적 사고 정도.


10, 그 필살기를 무엇을 위해 쓰고 있으신가요?


아파트 전세 계약을 할 때 하던가. 회사와 연봉 협상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11, 당신의 꿈, 목표는 무엇인가요?


계속 언급하는 거지만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12,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해주세요.


갑작스럽지만 반성하세요. 조중동


지금까지 김도형 님의 대화를 보셨습니다.


은유적인 표현과 담담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김도형 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나아갈 수밖에 없는 시기에 놓인 것 같습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들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그 책임이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 책임이 우리를 나아가게 하며 우리가 무너지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도형 님의 표현을 빌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질량으로 인하여 관성을 갖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질량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 조금씩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이번 대화로 삶의 무게를 많이 느끼게 되었으며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삶에 충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참여해 주신 김도형 님께 감사를 드리고 보통의 대화 6화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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