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끝자락에서 문득 든 생각
나에게도 의문점이 드는 순간이 왔다.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고, 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 '나 결혼할 수 있을까?'
결혼을 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아닌, 과연 나랑 맞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해도 그 사람과 만날 확률은 어느 정도 될까 하는 생각.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변 사람들은 결혼을 늦게 했다. 친한 친구부터, 대학동기들, 회사 사람들 모두 빠른 나이에 하지 않았다. 아직도 미혼이 대다수고, 싱글도 많다. 종종 결혼한 사람들은 보통 30대 초반에 결혼을 했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았기에 조급함 또한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어떤 사람이랑 잘 어울릴까? 어떤 사람이랑 평생을 살면 행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니, 아무랑도 못 살 것 같다. 과연 내가 상상하는 유니콘 같은 이상형은 실존하는 것이며, 내가 그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어느 정도고, 또 그 사람이 나를 마음에 들 확률은 얼마 정도일지.
갓 취업했을 때만 해도 내 눈은(원하는 이상형은) 하늘 저 멀리에 있었다. 사람들이 좋다좋다 해주니 주제도 모르고 눈이 한껏 높아졌을 수도 있다. 대학생 때 연애를 차치하고 직장인이 된 후에 잠깐 만났던 사람들, 연애를 했던 사람들은 참 다양했다. 부잣집 아들내미도 만나보고, 사업하는 사람도 만나봤다. 정말 부끄럽게도 한때는 금융권 남자들에 대한 로망이 있어 소개팅도, 연애도 금융권 사람만 만나기도 했다. 나이는 무조건 나보다 나이가 많은 듬직한 오빠여야만 했다. 옷도 잘 입어야 했고, 센스도 있어야 했다. 말주변도 좋아야 했고, 바쁘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주는 그런 멋진 사람 이어야 했다. 어리석게도 그런 것들이 중요했다.
현재는 그냥 착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여유로운 사람이 좋다. 외적인 것도 중요하지 않다. 이미 내 이상형은 외적인 이상형을 차치하고 내적인 요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단계로 접어들었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고, 기싸움 없이 상처받을 것을 겁내지 않고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할 줄 아는 그런 사람.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게 인지상정. 어떤 때에는 무척 여유롭게 상대방에게 다 줄 것 처럼 굴지만, 또 예민할 때 극도로 예민해지는 나는 아직 갈길이 먼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뭐길래 이렇게 어려울까! 아무튼 사랑이 충만한 사람. 나도 그렇고 상대방도 그랬으면 좋겠다.